유비무환,경영환경 녹록지 않아도 선제 투자로 대비
지속가능한 미래 만들 강한 의지로 근본적 변화 모색
[서울=뉴스핌] 이강혁 산업부장·부국장 = 유비무환(有備無患). 준비가 되어 있으면 우환을 당하지 않는다. 중국의 격언에는 유독 유비무환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역사적으로 전쟁이 많았기 때문인데, 현실에 안주하며 전쟁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나라의 멸망은 물론 백성이 고통받았던 역사가 반복된 이유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뒷걱정없이 살아갈 수 있다.
최근 산업계에서 유비무환에 대해 깨닫게 하는 기업 사례가 눈길을 끈다. 미리 우산을 챙기면 비를 맞지 않을 것이고, 준비된 기업에게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서울=뉴스핌] 이강혁 기자(산업부장 겸 부국장). |
주인공은 포스코그룹과 LG그룹이다. 국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인데도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 의지를 밝히며 미래에 대한 '대전환'의 큰 그림을 들고 출발선에 섰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비책을 세워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철강, 2차전지 소재, 수소 등에 12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주종목인 철강을 뛰어 넘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철의 포스코에서 소재의 포스코로의 대전환이다.
투자의 질적인 면에서도 국내에 투자액 121조원 중 73조원을 쏟아부어 나라 경제에 기여하겠다고 한다. 포항과 광양 등에 연간 생산 유발 효과와 취업 유발 효과가 각각 121조원, 약 33만 명에 이를 것으로 포스코는 추산했다.
2차전지 소재에선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이 투자를 담당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몇 년 사이 양극재 등 2차전지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는데 이 회사의 올해 2차전지 소재 수주액은 83조원에 달한다.
"철강을 비롯해 2차전지 소재, 수소 등 핵심 사업 중심의 성장을 통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거듭날 것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말이다.
LG그룹도 백년대계를 위한 대전환을 진행 중이다. 주력사인 LG전자와 LG화학이 그룹 대전환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우선 LG전자는 '가전 명가'를 넘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 도약을 선언했다. 2030년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이를 위해 고객 접점과 경험을 확장하기 위한 3대 축으로 ▲Non-HW 사업모델 혁신 ▲B2B 영역 성장 ▲신사업 동력 확보 등을 꼽았다. 2030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이들 3대 축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신사업으로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기차 충전사업 ▲메타버스 등을 꼽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같은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5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 부품 계열사들과의 협업도 중장기 계획에 담겨있다.
조 사장은 "앞으로 LG전자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가전 브랜드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업 모델과 방식의 혁신을 통해 고객의 다양한 공간과 경험을 연결·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도약하는 담대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LG화학은 글로벌 톱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 도약을 선언한 바 있다. 전지 소재 매출을 2030년 30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친환경 소재의 경우 재활용, 생분해·바이오, 재생에너지 소재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한다. 이 분야 매출은 2030년 8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약 사업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 5개를 보유한 매출 2조원 규모의 글로벌 혁신 제약사 도약을 목표로 했다.
"LG화학은 유례없는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 속에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면서도 글로벌 메가 트렌드와 지속 가능한 전략에 기반한 신성장동력을 선제적으로 육성해 왔다. LG화학의 중심축이 3대 신성장동력 비즈니스로 이동하는 근본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말이다.
유비무환.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어렵다는 대전환의 일성. 물론 꽃 한송이 피웠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지만 미리 준비한 기업이 모든 꽃을 피울 기회를 얻는 법이다. 빗줄기가 거세지는 어려운 경영환경의 시기, 미리 우산을 챙긴 포스코그룹과 LG그룹의 대전환 노력을 응원한다.
ikh665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