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지만 법정최고금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실적은 안 좋지만 당국이 강조하는 건전성 유지하려면 신용등급 낮은 사람 대상으로는 대출 심사를 철저하게 해야죠. 대출을 못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지난 1분기 실적 공개 이후 만난 저축은행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1분기 실적 악화 배경을 설명하며 법정최고금리가 아쉽다는 취지 말을 반복했다. 법정최고금리로 인해 저축은행 실적은 악화했다는 주장이다. 실적 악화는 저신용자 대출 옥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법정최고금리는 말 그대로 법으로 못을 박아놓은 대출 최고금리다. 정부는 돈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 사정을 이용해 금융권에서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 대출 최고금리를 정했다. 이자제한법 등에서 정한 법정최고금리는 현재 20%다. 정부는 2000년대 60%가 넘었던 법정최고금리를 꾸준히 내렸다. 취약차주 이자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에서다. 효과는 있었다. 2011년 40%가 넘었던 대부업 평균 대출금리가 2022년 14%까지 떨어졌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3.02.13 ace@newspim.com |
하지만 법정최고금리 인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금리 시기에 보이지 않던 부작용은 금리 인상기에 드러났다. 저축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적금 금리가 오르는 등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했다. 대출 금리를 올려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지만 대출 금리 상단은 닫혀 있었다. 역마진을 우려한 저축은행은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달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 저축은행 30곳 중 12곳에서 신용점수 600점 아래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또 SGI서울보증과 연계해 취급하는 중금리 보증대출상품인 사잇돌2대출 취급 저축은행 12곳 중 6곳에서 신용점수 600점 밑도는 차주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신용점수 600점 아래는 카드회사에서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점수다.
저축은행은 연말까지 저신용자 대출 옥죄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고금리 상황이 길어진다고 전망해서다. 자칫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 금융기관 이자율 규제에 관한 연구를 통해 각 나라 법정최고금리 사례를 연구했다. 금융당국은 저신용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법정최고금리 조정 여부 결론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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