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 스포츠 종목을 완벽하게 장악한 선수를 흔히 GOAT(Greatest of All Time)라 부른다. GOAT라 불릴만한 선수는 단연 마이클 조던과 타이거 우즈다. 두 울트라 슈퍼스타의 업적은 다른 전설들과 비교 불가다. '농구 황제'와 '골프 황제'는 타고난 신체 능력, 압도적인 경기력, 혀를 내두를 만한 클러치 능력, 범접하기 어려운 카리스마로 당대를 풍미했다. 그 위대함을 논할 때 다른 스타들이 하룻밤 이야기라면 두 GOAT는 천일야화다.
가드와 포워드를 겸했던 조던은 198cm 98kg 단단한 체구에 놀라운 신체능력을 타고났다. 엄청난 체공 능력을 보인 자유투 라인 덩크와 트리플 클러치는 지금도 회자되는 역사적 장면들이다. '에어 조던'은 상업적으로 '메가 히트'를 쳤다. 그의 은퇴과 복귀 반복은 농구계는 물론 미국 산업계도 영향을 미쳤다. 베이브 루스를 제치고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힌다.
조던의 자유투 라인 덩크. [사진 = 게티 이미지] |
우즈의 업적 역시 조던 못잖다. 섬세한 쇼트게임과 장타력을 겸비한 우즈는 1996년 PGA 입문후 82승, 메이저 15승을 올렸다. 흔히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18승과 샘 스니드의 통산 82승과 비교한다. 우즈 이후의 PGA 1승은 이전보다 몇 배 어려웠다. 우즈의 그늘에 가려 '세계 최고의 2인자' 필 미켈슨이 PGA 45승, 메이저 6승을 이뤘다. 불륜 스캔들과 잦은 부상·수술이 없었다면 골프팬들은 지금도 '호랑이표 샷 메이킹'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울 뿐이다.
우즈의 파워풀한 티샷. [사진 = 우즈 SNS] |
조던과 우즈 외 GOAT로 불릴 선수는 누굴까. 인기 스포츠로 좁혀보면 펠레, 알리, 메시 등이 떠오른다. 워낙 호적수들이 많아 딱 손꼽기 어렵다. 조코비치 역시 GOAT라 부르기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인기에선 로저 페더러에 못미친다. 클레이코트에선 라파엘 나달에게 역부족이었다. 그냥 세계 테니스를 주름잡은 '빅3' 중 한 명이었다.
36세의 노박 조코비치는 11일(한국시간)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흙신'이 빠진 롤랑가로스를 지배하며 역대 최다인 23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조코비치는 지난 4월 몬테카를로 마스터스에서 신예 로렌초 무세티에게 고배를 들었고 스프르스카오픈 단식에서도 두산 라조비치에게 져 2개 대회 연속 조기 탈락했다. 스스로 팔꿈치 부상을 밝히며 자신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지난해 은퇴한 페더러와 내년 은퇴를 선언한 나달에게 보란 듯 패기의 '영건'들을 잇따라 꺾었다. '빅3'를 넘어 남자 테니스의 '넘버원'이 됐다.
11일(한국시간)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우승한 조코비치. [사진 = 프랑스오픈 SNS] |
그렇다면 조코비치는 GOAT라 부를 수 있을까. 조던과 우즈급 GOAT라기엔 부족해 보인다. 몇 년간 '넘버원'으로 테니스 코트를 지배한다면 GOAT라 불릴 수 있겠다. 이번 프랑스오픈에서 조코비치는 그럴 만한 선수임을 증명했다. 최근 영국 BBC는 조코비치가 '철벽'인 이유 5가지를 소개했다. 힘든 상황이 닥치면 강해지는 정신력, 상대의 게임플랜을 무력화시키는 탁월한 기술과 전술, 코로나 예방접종까지 거부한 철저한 몸 관리, 젊은 선수들을 주눅들게 하는 아우라 그리고 부상에도 대회 결승까지 치르는 회복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고란 이바니세비치 코치는 부상을 안고 올해 호주오픈 정상에 오른 조코비치에 대해 "선수들 중 97%는 준결승 뒤 MRI 결과를 보고 토너먼트에서 바로 철수한다. 그러나 그는 아니다. 그의 두뇌는 다르게 움직인다. 하루 77가지 치료법으로 움직였고 점점 더 좋아졌다. 나는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다. 충격을 받았다. 처음 두 라운드는 괜찮지만 그 다음 디미트로프 경기 때는 무서웠다. 하지만 그는 결국 해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노박은 확실히 2, 3년은 더 할 수 있다. 그가 몸을 관리하는 방식과 음식에 대한 접근 방식은 놀랍다"고 덧붙였다.
많은 테니스팬들은 '빅3 시대'의 끝자락에 GOAT의 길을 걷는 조코비치에게 부상의 그림자가 비껴가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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