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지역, 2대 단지 완판 이어 지난달도 흥행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투자에 경기도 동탄도 수혜
수요층 적은 지방은 청약 미달 잇달아...양극화 짙어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이후 주택경기 내림세가 주춤한 가운데 분양시장에 성공과 실패가 극명히 엇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기 수요가 풍부한 서울지역은 집값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개발호재가 있는 경기도 일부 지역도 청약통장이 대거 몰리고 있다. 다만 실수요가 부족한 지방은 대부분 청약 완판에 실패하고 있어 미분양 확산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 서울, 경기도 동탄 강세...입지·개발호재 영향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 17곳 중 7곳이 1순위 청약에서 마감했다. 청약 접수를 모두 채우지 못한 단지는 수도권보다 지방이 많았다.
이중 인기가 높았던 단지는 서울 '휘경자이 디센시아', 경기도 '동탄 파크릭스 A55BL',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 3곳이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3구역을 재개발하는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지난달 1순위 청약을 한 결과 329가구 모집에 1만7000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51.7대 1을 기록했다. 경쟁률이 치솟은 만큼 청약 당첨 합격선이 높았다. 가점 최고점은 77점으로, 이는 5인 가족(25점)이 15년 이상 무주택 기간(32점)을 유지하고,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17점)을 넘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청약에 이어 계약도 조기에 끝났다. 지난달 25일부터 진행된 정당계약에 이어 예비당첨자 추첨을 진행해 분양가구 모두 계약이 이뤄졌다.
올해 서울지역에서 분양한 단지는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앞서 분양한 영등포구 양평제12구역 '영등포자이 디그니티'(198.76대 1)와 은평구 역촌1구역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11.36대 1)가 청약 1순위에서 접수 마감했다.
경기도에서는 동탄이 강세다. 삼성전자가 용인 일대에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 호재로 작용한 결과다. 반도체 제조공장 5곳을 구축하고 국내·외 우수한 소재·부품·장비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 등 최대 150개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직·간접 생산유발 700조원, 고용유발 160만명이 기대된다.
이에 용인뿐 아니라 직선거리로 10km 남짓 떨어진 동탄신도시가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직주근접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강주택이 동탄2신도시 신주거문화타운 A59블록에 공급(640가구)한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의 1순위 청약에 5931명이 접수해 9.2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나타냈다. 계룡건설산업이 짓는 '동탄 파크릭스'은 청약 1순위에서 438가구를 모집하는데 3403명이 몰려 7.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외 단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청약 미달한 단지는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 디에트로 센트럴'(대방건설) ▲충북 '북천안자이 포레스트'(GS건설) ▲인천 '칸타빌 더 스위트'(대원) ▲경기도 '봉담 중흥S-클래스 센트럴에듀'(중흥토건) 등이다.
◆ 5월 전국서 3만가구 분양...양극화 현장 짙어질 듯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규제완화로 주택 매수심리가 살아나긴 했지만 여전히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고금리 기조 유지와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급격히 회복하기 어려운 것도 지역별 차별화가 짙어지는 이유다.
이달에는 전국에서 3만여 가구가 쏟아져 분양시장에 큰 장이 열린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에 따르면 전국 32개 단지에서 총 3만102가구(일반분양 1만9769가구)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6977가구)보다 77%나 늘어난 수치다. 수도권에서 1만3513가구(일반분양 7908가구), 지방에선 1만6589가구(1만1861가구)가 나온다. 경기가 7760가구로 가장 많다. 광주(4216가구)와 서울(2938가구), 인천(2815가구), 강원(2078가구)이 뒤를 잇는다.
청약 대기수요 입장에서는 분양물량 증가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내 집 마련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수요층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분양단지가 늘고 있어, 한풀 꺾였던 미분양 증가세가 다시 고개를 들 여지도 있다. 입지적 장점이 있거나 개발호재, 가격 경쟁력 등을 갖추지 않았다면 수요자의 눈길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팀장은 "서울 입지라도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높거나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열기가 덜한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며 "주택 매수심리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분양물량이 늘어나고 있어 지역별, 입지별 양극화가 한층 짙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