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책봉 후 65년 만...英역사상 최연장자 군주
대관식,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보다 간소화
한덕수 총리·佛·加·EU 정상 참석
바이든 美대통령·'며느리' 마클은 불참
막대한 국민 혈세 투입에 성인 2명 중 1명 '부정평가'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 순간을 65년 간 기다렸다.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오는 6일(현지시간)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7시)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다. 이날은 그가 왕관을 쓰고 왕좌에 앉아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가 됐음을 전 세계에 선포하는 날이다.
지난해 9월 8일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고 찰스 3세는 자동으로 즉위했다. 영국 왕실 역사상 최연장 국왕의 즉위였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의 장남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1952년에 즉위하면서 4세의 나이에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됐다.
그가 공식적으로 '웨일스공'(Prince of Wales·영국의 왕세자 칭호)으로 책봉된 것은 그가 9세 때인 1958년. 대관식은 웨일스공 책봉 후 무려 65년이나 흐른 그의 나이 74세에 치러지게 됐다.
[런던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3일(현지시간) 영국 버킹엄궁에서 열린 '가든 파티' 행사에 참석한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 가든 파티는 찰스 3세 대관식을 미리 축하하는 자리로, 대관식은 오는 6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7시)에 진행한다. 2023.05.04 wonjc6@newspim.com |
◆ 70년 만의 대관식, 어머니 때보단 소소하게
영국 국왕의 대관식은 1953년 6월 엘리자베스 여왕 이후 70년 만의 행사다. 찰스 3세가 즉위한지 8개월 만에 거행되는 대관식은 국왕이 됐음을 선포하는 상징적인 종교적 의식이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1066년 윌리엄 1세 이래 전통적으로 이어진 대관식 장소이며, 찰스 3세는 이곳에서 대관식을 치른 40번째 국왕이 된다.
대관식 절차는 지난 1000여년 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찰스 3세 대관식은 엘리자베스 여왕 때보다는 간소하다.
대관식의 시작은 '왕의 행렬'이다. 찰스 3세는 버킹엄궁에서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더몰, 애드미럴티 아치, 화이트홀(정부중앙청사) 등 명소를 지나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2.1㎞를 이동하게 된다.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 행렬때에는 7.2㎞를 이동했고 영국과 영연방군인, 대관식 참석자 등 1만6000명이 여왕의 행렬에 동행하면서 마차가 사원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이나 걸렸다.
반면 찰스 3세 행렬에서는 군인 약 4000명만 동행할 예정이며, 예상 이동시간은 30분으로 짧다. 행렬 동행 인원과 이동시간 모두 어머니 때의 4분의 1 수준이다.
찰스 3세 부부가 사원에 도착하면 대관식이 본격 거행된다.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켄터베리 대주교가 국왕을 소개하고, 대관식 참석 귀빈들은 "신이여, 국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라고 외친다.
찰스 3세는 국왕과 군주로서 신 앞에 서약(Oath)을 하고 대주교는 그의 머리, 가슴, 손에 성유를 바르는 의식(Anointing)을 한다.
대관식 왕관인 '성 에드워드 왕관' [사진=로열 콜렉션 트러스트 제공] |
이후 그가 군주의 특권을 상징하는 보주(寶珠·구체로 된 장식품)와 2개의 홀(笏·scepter) '레갈리아'(Regalia)를 들면 대주교가 그의 머리 위에 '성 에드워드 왕관'을 씌워준다.
성 에드워드 왕관은 1661년 찰스 2세 이래 대관식에만 쓰이는 전통 왕관이다. 22k 금과 보석 444개로 구성된 왕관의 무게는 약 2.23㎏로 무겁다.
왕관을 머리에 쓴 찰스 3세와 카밀라 왕비가 왕좌에 앉으면 성직자, 왕족, 귀족, 귀빈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한다.
약 2시간 동안의 대관식이 끝나고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전통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복귀하는 '대관식 행렬'을 한다. 버킹엄궁에 도착한 국왕 부부가 왕실 가족과 함께 발코니에 나와 인사하는 것을 대미로 대관식은 끝난다.
대관식이 치러질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부 전경.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대관식에는 누가 오나
대관식은 공식 국가 행사로 영국 연방 정부가 참석자 명단을 준비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왕실 가족과 리시 수낙 총리, 국회의원, 영국을 이루는 4개의 구성국(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수장, 전 세계의 왕실 인사들이 초청받는다.
찰스 3세의 둘째 아들인 해리 왕자 서식스 공작(Duke of Sussex)은 아버지의 대관식에 참석하지만 며느리인 매건 마클 공작부인은 불참한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아들 아치 왕자의 생일이 대관식 날짜와 겹친 것인데, 마클은 미국에서 아들과 생일을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정상 중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관식에 불참한다. 대신 질 바이든 여사가 대관식에 참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럽 순방길에 오른 한덕수 국무총리, 박진 외교장관이 참석한다.
이밖에 영국 왕가의 훈장을 수여받은 약 450명과 왕실이 사전에 선정한 시민 400명이 대관식을 지켜보게 된다.
대관식을 앞두고 영국 유니언잭으로 장식된 런던 거리. 2023.04.30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대관식 비용에 국민 혈세 1664억원
대관식 비용은 영국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에 결국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대관식 비용이 최소 1억파운드(약 1664억원)일 것으로 추산하는데 일각에서는 1억파운드도 너무 낮게 잡은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10.1%로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한데 하루짜리 행사에 막대한 국민 혈세가 쓰이니 여론이 좋을리 없다.
여론조사기관 유거브의 최신 여론조사에서도 영국 성인의 51%가 정부의 대관식 비용 지원에 반대했다. 특히 군주제에 관심이 적은 18~24세 청년층의 반대(62%) 여론이 65세 이상 고령층(44%)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찰스 3세의 개인 자산이 18억1500만파운드(3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어 본인이 직접 비용을 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군주제 폐지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 '리퍼블릭'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는 "납세자들이 내야 하는 비용치곤 과도하다. 이 돈을 굶주리는 이들과 노숙자들 복지에 쓰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나"며 "찰스 3세 본인이 쉽게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