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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공공 변제 대립..."전세 사기 일반 사기와 다르다" 절충안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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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보상, 경매 등 절차 간소화 차원…재정투입 없어"
선반환 사례 없어 난색…"피해자 수용 안해"
사회적 재난 규정 요구도…소액임차인 우선변제 확대
미추홀구만 1200억 예상…금융 등 채권자 반발도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전세사기 구제 방안으로 피해자들은 보증금 대부분 보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정을 활용해 사기 피해금액을 보전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게 반대 이유다.

이에 대해 전세사기를 일반 사기 피해와 같다고 보기 어렵고 재정 투입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일각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어 특별법 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 다만 정부도 최근 전세 사기는 일반 사기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대승적 차원의 절충안 마련도 점쳐지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깡통전세·전세사기 특별법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보나 기자]

◆ 경매 등 절차 간소화 위해 채권매입 요구…"재정소요 없어" vs "선반환 자체가 재정 투입"

2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 보증금을 정부가 우선 보전하거나 일부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을 놓고 여야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보증금 선보상을 요구하는 야당과 피해자 측은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 채권 매입을 최우선으로 주장하고 있다. 서울 화곡동 사례 등 선순위 채권을 갖고 있는 피해자들은 경매를 통해 보증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경매의 복잡한 절차를 겪어야 하는 만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경매 과정 등을 간소화해달라는 요구다. 캠코는 보증금채권을 시장가치로 평가해 매입한 뒤 경매 등을 거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임재만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별 세입자가 경매를 넘겨 보증금을 알아서 찾는 게 일반적이지만 조세채권으로 인해 경매를 개시할 수 없는 피해자들이 절차를 생략해 신속한 피해 구제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정부가 보증금을 재정으로 돌려달라는 게 아니라 캠코가 평가하는 가치에 따라 공정가격으로 채권을 사고 필요하면 사후 정산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에 국세채권을 세입자 보증금 비율에 맞춰 안분(按分)하는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신속한 구제 원칙에 따라 채권 매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반면 '선 보상 후 구상' 자체가 재정 투입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달 27일 전세사기대책 발표에서 "주가 조작, 보이스피싱 등 사기 피해금을 국가가 세금으로 먼저 반환해주고 나중에 채무자나 경매 절차에서 환수하는 일은 있지도 지금까지 있지도 않고 선례를 남겨서도 안 된다"며 "강서구의 경우 이번에 포함된 국세채권 안분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받을 길이 열였고 미추홀구는 경매를 통해 돌아갈 돈이 거의 없어 캠코에 평가를 의뢰해도 10~20% 수준에 불과해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사회적 재난 규정, 지원금 투입 주장도…우선변제권 확대 등 반발 예상

신속한 구제를 위한 채권 매입 외 재정을 통한 보증금 보전도 일각에서 요구하고 있다.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해 재난지원금 형태로 보증금 일부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주택임대차법에 보장된 우선변제권 기준 등을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임대차법 시행령에 따르면 서울 5500만원, 과밀억제권역 4800만원, 기타 광역시 2800만원까지 우선변제권을 부여한다. 경매 낙찰금은 선순위 채권자 순서에 따라 배당되지만 주거취약층인 소액임차인의 보증금 일부를 가장 먼저 변제해주려는 취지다. 보증금은 사회적 약자인 소액임차인의 전재산이라는 점을 감안한 사회적 합의인 셈이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증금 8000만원 이하 등 우선변제권이 부여되는 제한이 있어 문제가 되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상당수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재난지원금을 통해 정부가 이를 보전하자는 취지다.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는 측은 정부 정책이 문제를 키우고 방치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피해자들이 위험 여부를 충분히 살피지 않은 문제 외 제도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임 교수는 "정부와 금융권이 전세대출을 과도하게 내주고 무분별하게 보증해서 위험을 키운 만큼 세입자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추홀구 피해자 규모인 2400명의 보증금 중 일부인 5000만원을 재정으로 보전한다고 감안하면 지원 규모가 1200억원에 달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투입이 어려울 경우 우선변제권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우선변제권 부여 기준을 대폭 늘려 미추홀구 등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경매 낙찰액의 선순위 채권자들보다 앞서서 이들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선변제권을 확대하면 금융기관 등 채권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원 장관은 "금융기관들은 현 제도상 우선변제권을 고려해 채권을 매입했는데 갑자기 우선변제권을 확대해 예상치 못하게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금융, 사법체계 전반에 문제가 생긴다"며 사실상 도입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최근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관련 특별법' 제정안의 정부 수정안을 제시하며 이번 전세사기 피해는 그동안 적용됐던 형법상 사기 범죄피해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절충안 마련도 예상되고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경매 등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피해자를 구제하는 근본적인 방안은 결국 재정지출밖에 없지만 수많은 사기피해 가운데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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