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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미추홀구 범죄단체조직 혐의 첫 소환…법 적용 가능할까

기사입력 : 2023년04월25일 16:12

최종수정 : 2023년04월25일 16:12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첫 범죄단체조직 혐의 소환
경기도 구리에서도 900여채 사기 가담 '빌라왕' 포착
범단죄, 사기죄보다 형량 높고 범죄수익도 몰수·추징
전문가 "범단죄 입증에 법리적인 논쟁 있을 수 있어"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전세사기 피해가 서울,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확인되면서 일명 '건축왕' 일당에 대한 처벌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은 이들 건축왕 조직에게 사기죄보다 처벌이 무거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다고 선포했지만 실제 얼마나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인천 미추홀구 2700억원대 전세 사기 사건의 주범인 건축왕 남모(61·구속 기소) 씨에 대해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소환 조사한다. 지난 20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조직적인 전세 사기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이후 처음이다.

경찰은 지난해 7월25일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시작해 지난달 26일까지 8개월간 2188명을 검거하고 209명을 구속했다. 확인된 피해자는 1705명, 피해금액은 309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부터 진행 중인 전세사기 특별단속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은 전세사기범 433명을 검찰로 송치했다. 인천시 미추홀구에서만 20~30대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생활고를 비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최근에는 경기 구리시 등 수도권 일대 900여채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두고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이른바 '빌라왕'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공인중개사 300여명이 개입된 것으로 파악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면 일반 사기죄의 최대 형량보다 높은 처벌이 가능하고, 범죄수익도 몰수·추징할 수 있다. 형법 114조에 따르면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 무기징역, 4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행하려고 단체를 조직하거나 가입해 구성원으로 활동한 경우 적용할 수 있다.

건축왕, 빌라왕 등 전세사기 집단을 범죄단체조직죄로 인정된다 해도 최대 징역 15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는 범죄단체조직죄는 범죄단체를 만든 목적인 해당 범죄의 형량으로 처벌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 같은 형량으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법정 최고형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실제로 세입자 126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2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사기범이 지난해 11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전세사기 피해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22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에 경매 중지를 촉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해 전국 모든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3.04.22 yooksa@newspim.com

전문가들은 범죄단체조직죄 입증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단체조직죄는 조직의 위계질서가 있고 역할이 분담돼 있고, 처음부터 같은 목적으로 했다는 것들이 입증돼야 해서 충분히 법리적인 논쟁이 있을 수 있다"며 "이들의 범행의도가 분명해 보이는 만큼 검찰과 경찰이 봤을 때는 조직단체로써 충분히 기소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 전세사기의 경우 처벌이 강화돼야 하는 것은 범죄수익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 것이냐 인데, 이런 부분에서 범죄단체조직죄로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고 덧붙였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많고 계획적으로 여러 사람이 가담했고, 특히 서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이기에 국가에서는 (범죄단체조직죄 같은) 형벌권으로 최대한 엄벌하기 위해 노력을 하겠단 의지의 표현인 것 같다"면서도 "당장 모든 전세사기가 범죄단체조직죄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는 입증이 어려울 것이지만 첫 번째 사례가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을 받는 다면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은 물론 최대 징역 22년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최근 발생한 전세사기수법은 처음부터 임차인의 보증금을 편취하겠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 시공사, 건축업자, 공인중개사, 바지 임대인 등이 각자 정해진 역할을 통해 임차인을 모집하는 등 계속적 반복적으로 범죄를 실행했다는 점에서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 "상습 사기 최대 형량 15년에 범죄단체조직죄의 실체적 경합 가중으로 최대 22년 6월까지 선고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jyo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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