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과 소통 문턱 낮추기…다양한 전시·공연 기획
서구 중심 사고에서 아시아로 전환
현대 문명의 돌파구가 될 '아시아성' 연구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아시아의 문화기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아문당·ACC)이 설립된 지 6년 4개월 만인 지난해 2월 초대 전당장이 임명됐다. 1987년 KBS에 PD로 입사해 KBS 드라마국장, KBS 청주방송국 총국장 등을 지내며 문화현장 전선에 있던 이강현(61) 전당장이 적임자가 됐다.
광주 광역시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5.18 민주화 운동의 마지막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본관과 별관, 배후 지역에 건립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속 기관으로 민주인권과 평화정신을 전 세계에 문화와 예술로 전파하기 위한 취지로 세워졌다. 지역민의 문화예술기관으로써 더 나아가 국제 사회에 아시아 문화를 전파하는 문화발전소의 역할이 기대되는 곳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뉴스핌과 인터뷰 중인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장. [사진=ACC] 2023.04.14 89hklee@newspim.com |
이강현 전당장은 취임 이후 아문당을 지역민들이 찾고 싶은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전년 전당 방문객 수는 177만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문닫았다가 지난해 5월 초부터 재개방해 약 8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화전당 자체 평가서는 전년 대비 5.2%P 높은 86.6점, 국립기관을 대상으로 행안부에서 실시하는 책임운영기관 평가는 전년 대비 3.3%P 상향한 92.4점이다. 연평균 160건 정도였던 전시, 공연, 프로그램의 수를 지난해만 281건을 선보이며 관람객의 발길을 지속해서 끌어모으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설립된 지 올해로 8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국가기관이라는 큰 권위와 기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회와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죠. 기관이 추구하는 가치와 공연, 전시 내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전당의 문턱을 낮추고 먼저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직원 교육과 분위기 개선에 나섰습니다. 최근 직원들은 '공간소생술'이라는 연구회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문화전당의 건물이 다소 복잡하다는 관람객의 의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전당의 건물은 세련됐지만, 관람객을 불편함을 저희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에도 이어지는 직원들의 회의에 전당장으로서 직원들께 감사한 부분입니다."
아문당은 아시아의 전시·공연예술을 선도하는 창·제작 플랫폼이자 문화 교류의 허브가 되기 위해 아시아의 동시대 담론을 소재로 한 실험적인 공연과 전시를 제작하고 있다. 입주자 중 외국인이 40% 차지하는 전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비롯해 국제 공동창·제작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공연은 연간 평균 3편씩 제작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베트남 전쟁의 참혹함과 종전 후 남은 이들의 상처를 담은 소설 '전쟁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국 극단 민들레와 덴마크의 NTL(북유럽연극연구소)가 서로 다른 시각과 언어로 2개의 무대를 만들어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장 [사진=ACC] 2023.04.14 89hklee@newspim.com |
이강현 전당장은 "대내외 호평과 함께 아문당이 함께한 전시와 연극이 수상하는 쾌거를 얻었다"고 첨언했다. 그는 "지난해 ACC아시아스토리 공모작을 기반으로 국립극단과 공동 제작한 공연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이 제59회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받았고, 인류세 시대의 지구와 인류의 모습을 생각해 본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지구의 시간'이 2022년 앤어워드에서 정부·공공·지자체 기관 부문 '그랑프리'(대상)'을 수상했다"고 언급했다.
이 전당장은 이러한 성과를 앞으로도 기대해 달라고 했다. 그는 일본, 중국은 물론이고 다양한 국가와 문화 포럼과 행사로 단단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문화 교류와 행사가 지속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권역별로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아시아와 온·오프라인 커뮤니티가 구축돼 있으며 무용, 스토리, 전통음악, 시각까지 다양한 문화 교류가 펼쳐질 예정이다.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그리고 호주 등 각 국가의 문화예술기관과 협의체를 만들어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에는 대만 문화 기관과 전시를 가질 예정이며,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우리 문화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언어와 각 나라의 생활 관습의 장벽으로 문화 교류가 어렵다고 했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BTS의 노래를 외국인이 따라부르고 한글 학당이 인기를 끌고, 한국의 음식이 사랑받고. '문화'는 다른 분야와 다르게 긴장감을 낮추고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소프트 파워'가 있는 콘텐츠입니다. 우리는 무궁무진한 문화로 교류를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광주 광역시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가을 풍경 [사진=ACC] 2023.04.14 89hklee@newspim.com |
무엇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기대하는 바는 아시아의 문화를 안내하고 선도하는 세계적인 기관으로서의 역할이다. 지역민의 사랑받는 문화발전소를 표방하면서 세계로 지향하는 문화 교류를 추구한다. 서구 중심의 시각을 '아시아'로 전환하기 위해 '아시아성'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이강현 전당장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전당장은 "근현대화 이후 서구 중심의 사고는 한계에 다다랐다"며 "현대 문명의 돌파구가 될 대안적 가치로 '아시아성'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근현대화시대에서 서구 중심의 사고와 시각이 높은 가치와 평가를 받았지만, 결론적으로 세계적인 환경문제, 경제 위기, 전염병 등 사회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2022년에 전쟁이 일어날 정도죠.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안적 가치가 필요한데 그게 '아시아성'에 바탕을 둬야 합니다. 저희가 내린 아시아 문화의 특징은 '다양성'입니다. 지역적으로 넓은 아시아는 종교, 인종, 문화적으로 광범위합니다. 이를 연구 방향으로 정하고 아문당은 '아시아성'을 연구하고 도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아시아 문화기지로서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아시아성을 보여주는 전시가 '사유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입니다. 동양의 정원과 현대 미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전시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