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여리지만 강력한 물' 2023광주비엔날레에서 놓쳐선 안될 작품10

기사입력 : 2023년04월07일 19:01

최종수정 : 2023년04월10일 07:21

도덕경서 따온 주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세계 각국서 79여 작가 참여.. '탄탄하고 짜임새있는 비엔날레' 평가 이어져
이숙경 예술감독 "저항과 공존,함께 상상해보길"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물은 여리지만 강력하다. 모든 걸 포용할 정도로 부드럽게 스며들지만 모든 걸 쓸어내릴 수 있을만큼 강하다. 물의 이같은 양면성에 주목하며 저항과 공존, 연대와 돌봄을 상상해볼 것을 제안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7일 공식 개막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멜라니 보나조 '터치미텔' 2019,(영상스틸), 영상 설치, 컬러, 사운드, 24분27초. 테오 데만스와 협업 설치. [사진=작가및 AKINCI 제공] 2023.04.07 art29@newspim.com

2023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7월 9일까지 94일간 개최되며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주제의 본전시와 함께 다양한 공공프로그램과 국외 유수의 문화예술기관이 참여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 등이 동시에 열린다.

특히 올해 비엔날레는 차분하지만 어느 때보다 짜임새있고 절제된 비엔날레라는 호평이 이어지며 본전시가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예술공간 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은 꼭 둘러봐야 할 코스로 꼽히고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국립광주박물관의 메인 로비를 일시적으로 점유하며 소위 '동양적' 또는 '한국적'이라 간주되는 사물을 집대성한 김기라 작가의 '편집증으로서의 비밀 정원'. 2016~2022, 도자, 모니터, 스피커, LED전구, 사운드, 식물 등 설치. 가변 크기.  작가는 문화적 간극에 대한 문제를 개인과 기관 단위에서 행해지는 수집과 진열의 방법론을 비교 교차시키며 조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시아, 내지는 한국을 규정하는 통념과 역사 쓰기의 문제를 다각도로 질문한다.  [사진=김기라 제공] 2023.04.07 art29@newspim.com

아울러 역대 최대 규모로 짜여진 파빌리온 프로젝트도 캐나다관, 네덜란드관, 프랑스관, 스위스관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어 주목된다. 이와함께 다양한 기념전과 후원전이 열리고, 광주지역 작가들의 스튜디오도 개방되는 등 초여름까지 광주 전역이 문화예술의 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 도가의 근본사상을 담은 '도덕경'에서 차용한 이 테마는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물을 하나의 은유이자 원동력, 혹은 방법론으로 삼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지구를 공존과 돌봄의 장으로 성찰해볼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 어느 것에든 조용히 스며드는 물처럼 이번 비엔날레는 차분하면서도 유기적이고, 곱씹어볼 만한 비엔날레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광주광역시 북구의 비엔날레전시관과 무각사, 국립광주박물관에서 개막한 본전시에는 새로운 예술적 실천을 흥미롭게 제안한 작품이 다수 포진돼 고무적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유키 키하라 '사모아에 대한 노래-모아나(태평양)', 2022. 상세 이미지, [사진= 작가및 뉴질랜드 밀포드 갤러리 제공] 2023.04.04 art29@newspim.com

무엇보다 참여작가의 수는 줄이되, 작품과 전시의 밀도를 높이면서 '절제'를 택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소주제별로 전시공간을 짜임새있게 구성하고, 공간 디자인과 작품 디스플레이도 세련되게 업그레이드한 점이 돋보였다. 개별 작품에 좀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찬찬히 음미하라는 뜻에서다.  이에따라 2023광주비엔날레를 제대로 즐기려면 하루, 이틀로는 부족하고 최소 사흘은 할애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서울 뉴스핌] 이영란 기자=타우스 마카체바 '독수리 평원'. 2023(영상스틸). 단채널 영상,컬러, 사운드. 58분39초. 샤르자예술재단 제작 후원. 러시아에 합병된 다게스탄의 평원 이름을 딴 작업으로, 작고한 할아버지이자 옛 소련의 유명 시인이었던 라술 감자토브에 대한 작가의 기억과 대중들의 추모를 연결시켰다. 아이러니와 풍자가 이어지는 영상 작품이다. 2023.04.08 art29@newspim.com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4개의 소주제별로 전시 공간이 구획됐다. '은은한 광륜(Luminous Halo)'은 광주의 정신을 영감의 원천이자 저항과 연대의 모델로 삼는다. 광주비엔날레만이 촛점을 맞출 수 있는 소주제다. '조상의 목소리(Ancestral Voices)'는 전통을 재해석해 근대성에 도전하는 예술적 실천을 탈국가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세번째 소주제인 '일시적 주권(Transient Sovereignty)'은 후기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 미술 사상이 이주, 디아스포라 같은 테마와 관련해 전개된 방식에 주목한다. 마지막 소주제인 '행성의 시간들(Planetary Times)'은 생태와 환경 정의에 대한 '행성적 비전'의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본, 지극히 시의성있는 테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1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유지원의 '한시적 운명'. 가파르고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환경파괴 이슈를 천착한 설치작업이다. [사진=광주비엔날레] 2023.04.07 art29@newspim.com

이들 주제에 맞춰 세계 각지에서 79명의 참여작가가 40여 점의 신규 커미션과 신작 등을 전시실에 펼쳐놓았다. 한국에서는 작고작가인 오윤의 칼칼한 목판화 대표작들이 나왔고, 강연균 김구림 김기라 김민정 김순기 김영재 구철우 엄정순 오석근 유지원 이건용 이승택 장지아 정재철 홍이현숙 등이 이름을 올렸다. 영국 테이트모던의 수석 큐레이터인 이숙경 예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는 전통, 환경, 이주, 회복 등 동시대 여러 이슈들과 부드럽게 스며드는 물처럼 공명하면서, 다양하고도 참신한 예술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세계 각국에서 서로 다른 세대와 문화적 배경, 지역을 바탕으로 동시대 예술을 추구한 작가들의 과감하고 흥미로운 작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로및 신진, 여성, 원주민 출신 등 다종다양한 스펙트럼의 작가들이 다층적이면서 평등한 시선을 발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2023광주비엔날레에서 놓쳐선 안될 작품 10).

▶1.영적 치유자 B.시와니의 드라마틱한 작업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나 암스테르담과 케이프타운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블레베즈웨 시와니(Buhlebezwe Siwani)는 죽은 자의 세계와 산 자의 세계 사이에서 존재하는 영적 치유자 '상고마' 전수자다. 이 특이한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아프리카인들의 전통 의례, 기독교와 아프리카 정신성의 관계를 천착한다. 광주비엔날레에는 '영혼강림'(2022)이라는 영상과 함께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어두운 전시장에 커다란 수조를 만들고 역동적인 영상이 물에 투영되도록 했다. 인간의 몸과 정신이 어떻게 땅과 물에 결부돼 있는지, 이로부터 우리가 어떻게 태어나고 길러지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작업이다.

▶2. 드로잉, 벽화, 영상 결합한 이승애의 초현실적 작품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이승애는 대규모 애니메이션과 벽화 작업을 내놓았다. 예술적 영감이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내부를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하고자 고안된 신규 커미션 중 하나인 그의 작업은 전라남도 진도 지역에서 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의례로 전해 내려오는 '씻김굿'을 모티브로 한 벽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됐다. '서있는 사람'(2023)이란 단채널 영상작품은 타악기 소리와 바람소리를 배경으로 일상의 사물을 꿈에서 나올 법한 상상의 존재로 변형시켜 미지의 감각을 강조하고 있다. 벽화는 씻김굿 장면을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나무나 돌, 흙을 종이에 문질러 추상적 조각을 만든 후 이를 오려내 벽면 드로잉과 연결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드러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장지아 '아름다운 도구들3', 12개의 콜라주. 2023. [사진= SBS문화재단, 광주비엔날레 제공] 2023.04.04 art29@newspim.com

▶3. 옛 마차, 전차 바퀴로 구성한 장지아의 브레이킹 힐 

여성 신체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금지된 관습과 암묵적으로 수용돼온 관습체계를 비판적 시선으로 탐구해온 장지아는 이번 비엔날레에 '아름다운 도구들3(브레이킹 휠)'(2014/23)을 선보인다. 동명의 기존 작업을 출발점으로 삼아 이를 새로운 단계로 진전시켰다. 전시장 중앙에 거대한 원을 그리며 자리잡은 12점의 조형물은 1950년대에 사용되었던 옛 운송기구들의 바퀴에 새의 깃털과 꽃을 꽂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다. 설치작업 속에 숨겨진 12개의 도발적이고 낯선 키워드를 빛을 이용해 종이 위에 형상을 전사한 '청사진 작업'도 함께 출품했다.

▶4. 창의적 악기들과 함께 하는 타렉 아투이의 엘레멘탈 세트

세계적인 사운드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는 타렉 아투이(Tarek Atoui)는 이번 비엔날레에 보다 진일보한 '엘레멘탈 세트'(2019~23)를 선보인다. 2019년 광주를 방문한 뒤 작가는 한국의 전통악기장, 예술가, 공예가들에게 한국의 타악기와 옹기, 청자, 한지 제작을 재해석하는 개념적 작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곤 지난 4년의 협업과 연구를 토대로 이번 신작을 완성했다. 물과 불, 흙에 의존하는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과 악기를 구성하는 물성의 순환, 변화를 탐구한 작업은 이색적이면서 인상적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의 구성원리를 관객과 공유하는 '소리와 진동 워크숍'도 진행(제3전시실에서 매주 토요일 11시)한다. 전통악기장 서인석과의 오랜 소통과 협업의 결과인 작업을 어린이와 청소년 관객들과 함께 실험해보는 자리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남아공에서 활동 중인 작가 막가보 헬렌 세비디 '인생은 어렵다', 1993. 종이에 파스텔. 75x56cm, [사진=작가 제공] 2023.04.04 art29@newspim.com

▶5. 뒤늦게 화업에 입문한 막가보 헬렌 세비디의 원초적 에너지

남아공의 원로 작가인  막가보 헬렌 세비디(Mmakgabo Helen Sebidi)는 청년기 많은 시간을 요하네스버그에서 가정부로 일하며 살았다. 고용주가 그림을 그리자 회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아트센터에서 수학했다. 흑인여성으로는 최초로 스탠다드은행 청년작가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오른 작가는 짧은 필법으로 추상화된 인간과 동물 형상을 뒤섞는다. '인생은 어렵다' 등 강렬한 색채의 회화를 출품했다. 아프리카 신화와 전통적 가치체계에 뿌리를 두면서,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하에서 겪었던 고단한 삶이 진득하게 투영돼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고이즈미 메이로 '삶의 극장' 2023. 5채널 영상설치. 가변크기. 작가및 무진로갤러리 제공.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한네프켄 재단 공동커미션 [사진=이영란 기자] 2023.04.07 art29@newspim.com

▶6. 고려인 공동체 주목한 고이즈미 메이로의 삶의 극장

요코하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고이즈미 메이로(Meiro Koizumi)의 5채널 영상 신작 '삶의 극장'(2023)은 가슴 뭉클한 작업이다. 일본 예술가가 광주 내 소외된 고려인 공동체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1930년대 스탈린에 의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조선족을 지칭한 '고려인'의 디아스포라 역사를 추적해왔다. 1932년 설립된 고려극장의 기록물을 프로젝트 출발점으로 삼아, 광주의 고려인 청소년들과 함께 한 역할극 워크숍을 통해 한 개인이 본인의 환경과 정체성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연극적 충동'을 작업에 녹여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아서 자파, 'LOML', 2022. 싱글채널 비디오. 11분32초. [사진= 작가및 글래드스톤 갤러리 제공]. 자파와 가장 가까웠던 공동작업자이자 음악가인 그레그 테이트(1957~2021)에게 바치는 오마주적 영상작업이다.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포착하는 추상적인 이미지가 두개의 서로 다른 음향과 엇갈리면서 묘한 감각과 함께 애도와 비탄을 강하게 불러 일으킨다. 자파는 2019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미국의 작가다. 2023.04.08 art29@newspim.com

▶7. 섬뜩하면서 압도적인 아서 자파(Arthur Jafa)의 추상적 영상

비엔날레에는 자고로 검은 휘장 속에서 끈기있게 음미해야 하는 영상작업이 많이 출품된다. 자칫하면 놓치게 되는데 아서 자파의 작품도 제 3전시실 끄트머리에 있어 건너뛰기 십상이다. 그러나 2019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가임을 안다면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아서 자파가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한 'LOML'(2022)이란 타이틀의 11분 32초짜리 싱글채널 영상은 작가의 초기 작업과는 궤를 달리 한다. 즉 폭력이나 환희같은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는 흑인 신체의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기존 작업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매우 추상적이다. 작가로서 함께 호흡했던 공동작업자였던 뮤지션 그레그 테이트(1957~2021)에게 바치는 오마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재생되는 두개의 서로 다른 음향이 엇갈리는 가운데 빛과 그림자를 포착한 명상적 이미지가 교차하며 애도와 비탄을 깊이있게 전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캔디스 린, '리튬 공장의 섹스 악마들'. 2023. 상세 이미지, 옹기 조각 및 혼합 매체 설치, [사진= 작가및 로스앤젤레스 프랑수와 게발리 갤러리 제공] 2023.04.04 art29@newspim.com

▶8. 광주박물관 소장품과 조응하는 캔디스 린의 설치작품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캔디스 린(Candice Lin)은 광주비엔날레와 뉴욕의 카날프로젝트의 공동 커미션을 통해 새 버전의 설치작업을 구현했다. '라튬 공장의 섹스 악마들'이란 알쏭달쏭한 타이틀의 이 신작은 글로벌 리튬 배터리 생산에 관한 작가의 끈질긴 연구에서 비롯됐다. 캘리포니아의 솔턴호 지역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리튬이 추출되고 있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리튬 배터리 생산기업이 위치한 곳이라는 점에 착안해 작가는 이번 작업을 시도하게 됐다. 린의 작품은 조선 시대 분청사기 기법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 만든 항아리형 도자조각과 감시플랫폼, 공장작업대, 애니메이션 영상 등으로 구성됐다. 국립광주박물관의 도자 소장품과 함께, 리튬전지 생산과정에 담긴 세계화 과정과 발효와 교역을 담는 용기였던 도자항아리의 역사를 조망한 작업은 높은 전망대에서 내려보도록 디자인됐다.

▶9. 한국화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민정의 고요한 회화

광주에서 나고 자란 뒤 미국 뉴욕과 프랑스 생폴드방스를 오가며 활동 중인 김민정은 전통 한국화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가다. 김민정은 먹물의 농담을 그윽하게 조절해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추상적 형상과 패턴을 만든다. 또는 한지를 태워 작은 조각으로 만든 후 큰 종이판에 부착하며 3차원적 콜라주 페인팅을 선보이기도 한다. 광주비엔날레에는 '타임리스', '페이징', '마운틴', '히스토리' 등 넉점의 신작을 내놓았다. 태운 한지로 만들어진 선, 곡선, 원 등의 추상적 형태가 겹겹이 포개지며 여러 층위의 시간성이 하나의 화면 안에 오롯이 담겨진다. 전시실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차분히 음미해볼 만한 명상적 작업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뉴욕과 생폴드방스를 오가며 활동 중인 김민정의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먹물이나 태운 한지로 만들어진 선, 곡선, 원 등의 추상적 형태들이 겹쳐지며 여러 층위의 시간성을 하나의 화면 안에 오롯이 품고 있는 작품이다. 전시실에서 마음을 가다듭고, 차분히 음미해볼 만한 명상적 작업이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3.04.07 art29@newspim.com

▶10. 무각사의 고요함과 조응하는 흐엉 도딘의 명상 회화

무각사에서는 다야니타 싱(Dayanita Singh), 류젠화(Liu Jianhua), 흐엉 도딘(Huong Dodinh) 등의 작가들이 '삶의 순환'을 고찰한 작업들이 출품됐다. 그중에서도 흐엉 도딘의 페인팅은 무각사 사찰과 절묘하게 조응한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에 이민해 정착한 흐엉 도딘의 추상 회화는 붓의 작은 움직임, 미묘한 색채의 변화 등 포착하기 어려울만큼 섬세하다. 모든 표현을 걷어내고 오로지 수직선, 수평선, 곡선을 이용해 빛을 전달하고 명상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나의 선들은 목적이나 출발점, 도착점을 알려주지 않는다. 삶은 연속체이기 때문이다. 삶이 있고, 죽음이 있고, 또 삶과 죽음이 이어진다. 모든 것이 거기 있고, 만물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추상화는 가장 적은 표현으로 많은 걸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아마존지역 풍경에 대한 회화적 해석을 담아온 비비안 수터(Vivian Suter)의 연작과 도쿄에서 활동하는 모리 유코(Yuko Mohri)가 소설가 한강의 작품 '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사운드 설치를 감상할 수 있다. 예술공간 집에서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사랑과 상실에 대해 반추하는 모습을 그리는 나임 모하이멘(Naeem Mohaiemen)의 64분 길이의 영상작업 '익사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영되고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나임 모하이멘, '졸 도베 나(익사하지 않는 사람들)'. 2020.(영상스틸). 비디오. 64분. [사진=작가 제공, 일본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및 스웨덴 우메오 빌드무셋 커미션]2023.04.04 art29@newspim.com

▶공공프로그램 다채…작가와 관객 연결

광주시 전역에서 펼쳐지는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선정된 장소들의 독특한 건축, 역사, 문화적 맥락에 조응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비엔날레의 '회전축' 역할을 담당하며 무료로 개방되는 이 외부 전시공간들은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전체 주제에 대한 창조적인 실험과 에너지가 교차하는 합류점을 제공 중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 시민 등 다양한 세대의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관객참여프로그램', '대화와 강연', '배움과 체험' 등으로 구성돼 직접 만져보고, 제작해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체험해보도록 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제14회 광주비엔날레를 진두지휘한 이숙경 예술감독. 영국 테이트모던 수석큐레이터로 '현대 테이트 리서치센터:트랜스내셔널'의 수장을 맡으면서 굵직한 전시기획및 연구를 통해 국제미술계를 누비고 있는 큐레이터다.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 학사와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1993~1998)를 거쳐 영국 런던시티대학교에서 예술비평 석사, 에식스대학교에서 미술사&이론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3.04.07 art29@newspim.com

특히 한국의 1세대 실험예술작가인 김구림, 이건용, 이승택 작가의 관객참여프로그램이 시도돼 눈길을 끈다. 제3전시실에서 상시 운영되는데 관객들은 신체를 캔버스로 활용한 김구림의 '바디페인팅', 신체가 움직인 흔적을 선으로 표현한 이건용의 '바디스케이프', 작품을 구성하는 각목과 로프 등의 구성요소를 관객이 만지고 움직여볼 수 있는 이승택의 '무제(이 물건으로 무엇이든 만들어도 좋습니다)'에 참여해 저마다의 경험과 기억을 간직할 수 있다.

학제를 초월한 대화와 열린 소통을 지향하는 '대화와 강연'은 아티스트 토크와 주제 확장 토크로 구성되어 매월 거시기홀에서 마련된다. 아티스트 토크는 본전시 참여작가인 김순기(4월 12일 오후 2시), 이끼바위쿠르르(IkkibawiKrrr)(5월 13일 오후 4시), 마윤키키(Mayunkiki)(6월 17일 오후 4시)가 함께 한다.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취중진담' 전람회 출신 서동욱 사망…향년 50세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1990년대 인기 듀오 '전람회' 출신인 서동욱 모건스탠리 프라이빗 에쿼티 부대표가 18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0세. 서동욱은 휘문고와 연세대 동창인 싱어송라이터 김동률과 전람회를 결성해 1993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꿈속에서'로 대상을 받으며 등장했다. 서동욱 모건스탠리 프라이빗 에쿼티 부대표 [사진=모건스탠리 홈페이지] 전람회는 1994년 1집으로 정식 데뷔한 이후 1997년 해체할 때까지 세 장의 앨범을 냈다. 서동욱은 김동률과 전람회로 기억의 습작, 취중진담, 졸업 등의 히트곡을 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 1호에 마련됐고, 발인은 20일 오전 11시 40분,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y2kid@newspim.com 2024-12-18 21:50
사진
달러/원 환율 1,450원 돌파...15년래 최고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19일 달러/원 환율이 1450원도 돌파하며 15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으나 내년 기준 금리 인하 속도를 줄일 가능성을 시사한 여파다. 연준은 18일(현지 시각)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마치고 기준 금리를 4.25~4.50%로 0.25%포인트(%p)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연준은 9월과 11월에 이어 이달까지 세 번의 회의에서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내렸다. 연준은 별도로 공개한 경제 전망 요약(SEP)에서 내년 말까지 금리 인하 폭을 0.50%p로 제시했다. 이는 9월 1.00%p를 기대한 것에서 크게 축소된 수치다. 이 같은 예상대로면 연준은 내년 0.25%p씩 총 두 차례 금리를 낮추게 된다. 매파적인 연준의 내년 금리 전망에 이날 미 달러화는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달러/원 환율은 한국 시간 19일 오전 6시 50분 기준 1453원으로 1450원도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이후 약 15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제롬 파월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차기 의장으로 지명했다. [사진=블룸버그] koinwon@newspim.com 2024-12-19 06:5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