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사건 후 배제…사퇴 이유 안되지만 신뢰 잃어"
"주무장관, 기관장 사퇴 요구할 수 있어야…개정 필요"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최근 국토교통부에 사의를 표명한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여객기 내 실탄 발견 사건 후 보고에서 배제됐다며 "인사권자의 뜻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고 총선에 출마했던 야당 측 인사로 꼽히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으로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를 놓고 전망이 엇갈렸지만 결국 중도 하차하게 됐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mironj19@newspim.com |
김경욱 사장은 28일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퇴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이 있지는 않았지만 최근 발생한 여러 정황으로 미뤄 인사권자의 신뢰를 잃은 것이 확인됐다"며 사퇴 배경을 밝혔다.
앞서 김 사장은 지난 23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개별 면담을 갖고 내달 28일부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김 사장은 2021년 2월 취임해 임기를 10개월 가량 남겨두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여객기 내 실탄이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실탄 발견 이후 사장은 나오지 말라고 요청받아 장관 보고나 의전에서 배제당했다"며 "신뢰를 잃은 것이 확인된 이상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29일 개항 기념일과 공기업 경영평가가 마무리되면 이른 시일 내 업무를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탄 발견의 보안 미비는 사과할 일이지만 사퇴의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공기관장으로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가 없다"고 덧붙였다. 사임 이후 정계 진출에 대해서는 "아직 정치에 대해 생각이 없다"며 "한 달 후 사장직을 내려놓은 뒤 쉴 생각"이라고 김 사장은 언급했다.
김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2월 임명돼 정권 교체 후 야당 인사로 꼽혀왔다. 국토부 철도국장, 교통물류실장,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차관까지 지낸 관료 출신이지만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충북 충주시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비록 낙선했지만 정치인이기도 한 셈이다. 이런 이력 때문에 김 사장은 민주당 측 인사로 분류돼왔다.
반면 윤 대통령 당선 후 충암고 동문으로 알려지면서 거취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기도 했다. 특히 김 사장은 민주당 충주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인천공항 사장에 선임됐고 이후에도 한동안 주말마다 충주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 초 민주당 충주지역 당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의 길을 접기로 했다"며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관료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해 김 사장이 임기를 채울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실탄 사건으로 인천공항 보안 문제가 도마에 오른 뒤 결국 사퇴 수순을 밟으면서 정부로부터 직간접적인 사퇴 압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주무장관은 공공기관 장의 사퇴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법상 그렇게 하면 형사 문제가 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고 언제든지 요구가 있었으면 물러났을 것"이라며 "현실을 도외시한 법체계로 인해 임기 관련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령이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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