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소화제·탈모치료제·흉터치료제 가격 모두 인상
제약회사 "제조원가·유통 등 비용 지속 상승…부득이한 인상"
일반의약품 상승은 정부도 뾰족한 수 없어…소비자 부담↑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언제 아플지 모르니까 타이레놀은 늘 상비해두고 먹어요. 최근에 다발로 구매했는데 개당 가격이 500원씩이나 올라서 깜짝 놀랐어요. 정말 제 월급 빼고는 다 오르는 것 같아요"
16일 서울 을지로의 한 약국에서 김모(38) 씨는 타이레놀 5개를 다발로 구매하자 평소와 달리 훌쩍 오른 가격에 깜짝 놀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최근 극심한 일교차로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 약국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값마저 오른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약사에게 "약값이 언제부터 올랐느냐"고 취재진이 묻자 그는 "이달부터 올랐다. 있는 재고는 원래 가격에 털고 새로 들어온 재고는 오른 가격으로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개당 구매하는 손님들은 잘 모르지만 김씨처럼 다발로 상비해두는 손님들은 평소보다 확 뛰어버린 가격에 깜짝 놀란다"며 "다른 제품도 가격이 인상될 예정인지 묻고, 미리 쟁여두려고 여러 개를 구매하는 손님도 있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타이레놀 가격은 3600원으로 약국보다 100원 더 비쌌다. 가격이 인상된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가격표에는 여전히 '3000원'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막상 구입하려고 바코드를 찍으니 3600원이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16일 오전 을지로의 한 편의점. 가격이 인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채 바뀌지 않은 가격표가 붙어 있다. 2023.03.16 mkyo@newspim.com |
업계에 따르면 고환율에 따른 원재료 값 상승 영향으로 약국 및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들의 가격이 이달부터 줄줄이 인상됐다. 타이레놀 6종의 공급가격은 평균 10% 이상 인상됐고, 어린이 해열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삼일제약 '부루펜'과 대원제약의 감기약 '콜대원' 등도 모두 가격이 인상됐다.
감기약뿐 아니라 소화제, 탈모치료제, 흉터치료제 등 가정상비약도 줄줄이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제약회사들은 제조원가가 인상돼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타이레놀 제조사인 한국존슨앤드존슨 관계자는 "의약품 제조원가 및 유통 전반 비용이 지속해서 상승해 왔다"며 '부득이한 인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16일 오전 을지로의 한 편의점. 오른 가격표가 붙어 있다. 2023.03.16 mkyo@newspim.com |
그러나 최근 마스크가 해제되고,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면서 감기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약값이 오르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말 내 월급 빼고는 다 오르는 것 같다",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에 가격이 오른 일반의약품은 정부 통제를 받지 않아 이는 오롯이 소비자의 부담이 될 전망이다.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는 전문의약품은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고 있지만 일반의약품은 제약사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은 정부 통제와 규제를 받지만 제약사 상황에 따라 가격 조정이 가능한 만큼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격을 인상한다"며 "재료, 포장재, 물류비 모든 게 다 오르니 제약사로서는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을 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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