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플랫폼은 시스템 불안정으로 강의 자주 중단"
"소규모 그룹 수업 진행하기에 적합한 앱 활용한 것"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학교에서 활용하는 온라인 수업 플랫폼 대신 외부 어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수업하다 해임된 교수에 대해 법원이 '부당 징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지난 2010년 한양대학교 조교수로 신규 임용된 A씨는 2016년 9월 부교수로 승진했다. A씨는 영어 과목을 담당하는 전담교원으로 2년마다 근로계약 연장했는데 2020년 9월 재임용 결정에 따라 2022년 8월 31일까지 근로계약을 연장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활용하게된 교내 온라인 수업 플랫폼 블랙보드에서 A씨의 수업일수 및 수업시간이 기준 미달인 것으로 드러나자 한양대학교는 'A씨가 학사관리를 불성실하게 하고 직무상의무를 태만히 하였다'는 이유로 2021년 1월 A씨를 해임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급격하고 전면적으로 실시됐는데 블랙보드는 수시로 강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 시스템이 불안정했고, 영어 과목 특성상 학생들과 쌍방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에 블랙보드 외에 줌(Zoom), 카카오톡 등을 강의의 보조도구로 활용했던 것"이라며 "해당 플랫폼상 기록만을 근거로 강의시간 및 수업일수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블랙보드를 활용하여 한 수업일수와 수업시간이 학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했다는 점은 확인된다"면서도 "다른 플랫폼을 통해 수업한 시간까지 포함할 경우 학칙에서 정한 수업일수 및 수업시간 기준을 충족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20학년도 1학기에는 블랙보드 시스템이 불안정하여 강의가 중단되는 현상이 실제로 자주 발생됐고 이는 원고가 블랙보드 외의 다른 플랫폼을 사용한 동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는 소규모 단위의 그룹별로 나눠 수업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이러한 방식의 수업에 블랙보드 시스템보다 다른 플랫폼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한 "원고의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이 제출한 진술서에 의하면 학생들은 원고의 수업 방식과 내용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원고가 온라인 수업을 실시함에 있어 학생들의 학습권 자체를 침해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교원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직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교원에 대한 해임은 교육자로서의 지위를 박탈하는 결과가 되는 점에서 징계대상자의 비위가 그에 상응할 정도로 중한 것이어야만 한다"며 "이 사건 해임으로 입는 원고의 불이익은 매우 중대하고, 학교가 해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그보다 가벼운 징계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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