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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창작산실 '미궁의 설계자',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인가

기사입력 : 2023년03월01일 08:20

최종수정 : 2023년03월02일 08:38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산실-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연극 '미궁의 설계자'가 남영동 대공분실의 설계자, 피해자, 해설자의 입장을 풀어내며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와 그 책임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연극 '미궁의 설계자'가 공연 중이다. 배우 전국향을 비롯해 손성호, 이종무, 이가을, 김시유, 송현섭, 전민재 등이 출연한 이 작품은 1970년대 설계된 남영동 대공분실을 두고 그 당시의 설계자와 1986년 대공분실에 끌려온 대학생, 현재의 사진가와 해설자를 등장시켜 세 가지 입장에서 그 장소를 조명한다. 사람에게 해가 될 것을 알면서도 미궁을 설계했다면, 그 잘못을 과연 건축가에게도 물을 수 있을까.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선정 연극 '미궁의 설계자'의 한 장면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경오] 2023.02.28 jyyang@newspim.com

◆ 세 갈래로 진행되는 이야기…독특한 연출로 구현한 리얼리즘

취재를 위해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은 사진가(이가을)는 해설자 윤미숙(전국향)을 만나 고문 피해자들이 잡혀왔던 순서대로 공간을 둘러본다. 70년대 대공분실을 설계했다는 김 선생의 조수 양실장(이종무)은 실질적인 설계 전반을 맡게 되면서 고심하지만 당시의 대통령 측근인 허부장(손성호)의 압박에 별 수 없이 내몰린다. 1986년, 명동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리던 경수(김시유)는 빨갱이로 몰려 대공분실로 끌려간다.

'미궁의 설계자'는 1970년대의 설계자, 1986년의 피해자, 현재의 해설자의 시각을 오가며 관객들에게 세 인물의 입장에서 정보를 전달한다. 동시에 그들의 감정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명동 거리에서 여자친구 윤정이를 기다리다 불시에 잡혀간 경수는 알지도 못하는 죄를 자백하라고 강요받고 고문당한다. 실제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을 카메라로 따라가며 스크린에 띄우는 독특한 연출 기법으로 더 끔찍한 현실감을 더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선정 연극 '미궁의 설계자'의 한 장면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경오] 2023.02.28 jyyang@newspim.com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사진가는 설계자로 알려진 '김'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미숙에게 "객관적인 판단을 해야한다"면서 그의 주관이 담긴 해설을 경계한다. 김 선생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는 양실장은 설계를 떠맡고 고민한다. 건축가로서 커리어를 갖추고 싶은 마음과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마음의 소리가 엇갈리며 갈등에 빠진다. 그가 번뇌할 때마다 허부장은 그의 숨을 죄어온다.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점점 늘어나고, 결국 양실장은 현실과 타협한다.

◆ 대공분실의 쓰임과 예측된 비극…'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인가

작품에서는 그리스 신화에서 미노스 왕의 지시로 미궁을 설계한 다이달로스를 언급하며 누군가의 강요로 고문시설을 지은 건축가의 처지를 빗댄다. 미숙은 "건축가의 설계에는 의도가 담겨있다"며 대공분실이 사람을 고문하기 위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설계됐음을 확신한다. 사진가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지만 결국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든,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든 부끄러운 선택을 한 건축가는 스스로 일명 '고문방'에 갇힌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선정 연극 '미궁의 설계자'의 한 장면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경오] 2023.02.28 jyyang@newspim.com

대공분실의 목적과 쓰임을 정확히 알고, 가장 효율적인 고문을 위한 설계를 했던 '김'을 보며 우리는 끔찍한 인권유린의 책임이 과연 누구에게까지 미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윤미숙이 토해내는 '부끄러움'은 엄혹한 시대를 살았던 모두가 비극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관객들은 아르코예술극장 지하에 있는 소극장에서 퇴장하면서 대공분실에 있었던 나선형 계단을 체험하며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모든 시도의 흔적이 어딘가엔 여전히 남아있음을 강조하는 특별한 장치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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