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핌] 홍재경 기자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사는 김모(48)씨는 요즘 틈이 날때마다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 소식을 살펴보는 것이 버릇처럼 됐다.
영화 마니아인 김씨가 청라영상문화단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인천시 서구 청라동 1의 820 일원에 축구장 27개 크기 18만8000여㎡ 부지에 영상제작 및 문화·관광, 업무시설 등을 갖춘 영상문화단지가 조성된다는 뉴스를 듣고 부터이다.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는 전체 부지 70%에 실내·외 스튜디오 및 미디어센터 등 영상제작시설과 체험 등 문화 관광시설을 조성하고 나머지 30%에 운영에 필요한 오피스텔 등 업무 및 근린생활시설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영상 업계 관계자는 20일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는 수도권 서해안의 최대 영상 및 문화·관광 단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비를 선투자한 후 장기간 운영을 하면서 회수해야 하는 특수한 수익구조로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려면 투자 여력이 있고 실질적으로 영상제작 시설 등을 필요로 하는 관련 기업이 끌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 위치 [위치도=인천경제자유구역청] |
인천을 비롯, 김포· 일산 등 주변 지역 주민들과 관련업계는 지난해 7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 사업자 공모에 나서자 큰 관심을 보였다.
청라국제도시에 사는 박모(52)씨는 "요즘 주거환경을 평가하는 요소에는 안정화 된 도심 기반시설과 교통, 교육, 의료시설외에 문화와 관광 여건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면에서 봤을때) 청라영상문화단지는 청라와 인천의 주거가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인천경제청의 사업자 공모에는 KT 컨소시엄과 The E&M(더이앤엠)컨소시엄, A컨소시엄 등 3곳이 신청했다. 하지만 A컨소시엄이 1차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2곳으로 압축됐다.
KT 컨소시엄은 KT를 대표사로 해서 외국투자가 브라이트럭디벨롭먼트, 핵심사업자인 CJ ENM과 KT 스카이라이프 외에 IBK투자증권, 롯데건설 등이 참여했다.
The E&M 컨소시엄은 대표사이자 핵심사업자로 참여한 The E&M과 외국인투자가 ETS 외에 ㈜에이스팩토리, (주)IHQ 등이 참여 의향을 밝혔다.
인천과 주변지역 주민들은 국내외 대기업을 포함해 많은 관련 기업들이 응모해 경쟁을 하기를 기대했지만 업계의 예상대로 기업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청라 커뮤니티 관계자는 "주민들은 대기업들의 청라영상문화단지 불참에 실망하면서도 유력 관련 업체들이 참여한 KT컨소시엄에 관심을 갖고 기대를 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인천경제청은 청라영상문화단지 공모 절차를 시작한지 4개월여만인 12월 13일 우선협상대상자로 The E&M 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관련업계와 주민들은 대학생과 초등학생 간 싸움이나 마찬가지라던 두 컨소시엄 간 경쟁에서 The E&M이 앞섰다는 결과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경제청과 청라지역 커뮤니티의 게시판은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며 부실심사 의혹 등을 제기하는 글로 도배됐다.
청라의 한 커뮤니티 회원은 "결과 발표 후 게시판에는 청라영상문화단지 부실심사 및 인천경제청과 사업자 간 유착 의혹과 관련 내용을 제보하는 글로 뒤덮였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청사 [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청] |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청라주민들은 인천경제청이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자 대상자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평가에 문제가 있다며 인천시와 인천시의회에 각각 감사와 조사를 요구했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청라영상문화단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The E&M 컨소시엄이 외자유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인천경제청의 심사위원 선정부터 평가까지 전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청라 커뮤니티 한 곳에는 The E&M 컨소시엄의 외국투자가인 ETS의 지분 일부가 내국인 소유로 외국인투자요건을 맞추지 못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ETS 전체 주주 3명 가운데 1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 1명이 내국인 신분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 상 외국투자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거로 ETS가 주소를 두고 있는 싱가포르 정부에 등록된 외국법인의 주주 및 임원 현황을 제시했다.
인천경제청이 컨소시엄 외국투자법인에 대한 심의를 허술하게 하면서 이 같은 문제를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서류 심사 과정에서 The E&M 컨소시엄의 ETS가 외국법인인 것은 확인했지만 주주들에 대한 국적 및 외국투자가로서 적법한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인천경제청은 청라영상문화단지를 공모하면서 사업자는 전체 사업비(1조5000억원)의 5%(750억원)이상 자본금 규모를 갖추고 이 가운데 30% 이상은 외국인직접투자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KT컨소시엄의 법률대리 측은 "외국법인이라도 내국인 주주가 외투법 시행령에서 정한 영주권자 등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그 지분은 외투지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The E&M 컨소시엄은 인천경제청이 요구하는 전체 자본금 가운데외국투자지분 30%를 충족하지 못해 사업신청자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제청의 불투명한 심사위원 선정과 이들의 불공정한 평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이번 공모의 심사위원 풀(Pool)을 구체적인 기준이나 공식 절차 없이 청 내외 인사들의 추천 형식을 빌어 급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청라영상문화단지 심사위원 풀 구성과 관련해 "대학 또는 관련 단체 등을 대상으로 심사위원 공모 등의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해 심사위원 풀을 구성했으며 기준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 산하기관의 관계자는 "요즘은 아무리 작은 공모사업이라도 심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개적으로 심사위원 풀 모집 절차를 진행하고 평가 현장까지도 공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경제청의 공모 및 평가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이번 평가에서 심사위원 전원이 The E&M 컨소시엄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지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청라영상문화단지 우선협상대상자 부실 심사 의혹 등과 관련,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 전반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인천시의회 관계자는 "인천경제청이 기업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시의회 소위원회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hjk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