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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⑨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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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지도자 선출과정과 정치문화

사민당의 당대표 선출과정을 연구하며 후보자 추천위원장 두 명을 만났던 적이 있다. 한번은 2007년 모나 살린(Mona Sahlin)을 당대표로 추대할 때였고, 또 한 번은 1996년 예란 페손(Göra Persson)을 당대표를 선출할 때였다.

첫 번째 인터뷰는 레나 헬름 발렌(Lena Hjelm Wallen) 전직 부총리와 사민당 당사에서 이루어졌다. 부총리까지 오르기 전 외교부 장관, 교육부 장관, 국제원조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베테랑 정치인이었다. 당대표 후보 추대위원장은 당의 원로 중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비중 있는 정치인을 뽑는 것이 원칙이다. 스톡홀름 도심에 있는 스베아 거리 68번지 (Sveavägen 68)에 위치한 사민당 당사를 들어서니 TV에서 보던 전 부총리가 리셉션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뷰는 사민당의 차기 당대표 1순위에 올라 있었던 안나 린드(Anna Lind) 세미나실에서 진행되었다. 린드는 외교부 장관 재직 당시 시내 쇼핑몰에서 정신분열 증세를 보인 괴한에게 습격을 받고 유명을 달리 했던 분이다. 그의 흉상 아래 자리를 잡았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사민당의 당대표 선출과정을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왜 당내 경선을 하지 않고 추천을 통해 결정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당대표 경선을 위해 후보 간 경쟁을 하게 될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습니다. 쟁쟁한 후보들이 나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세력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과정에서 과열될 수가 있습니다.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승리자가 결정되어도 떨어진 사람과는 다시는 하나가 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경선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다음에 이기기 위해 자신의 계파를 만듭니다. 이긴 사람도 조직적으로 일하기 위해 도와 준 분들과 당권을 나눠 갖게 되어 있습니다. 계파 관리를 위해 돈이 많이 들 수 밖에 없지요. 이 같은 경쟁문화는 많은 문제점과 함께 스웨덴 문화와 동떨어져 있어 채택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스웨덴은 얀테의 법칙이라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규범이 작동되고 있습니다.(얀테의 법칙은 뒤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후보선정 과정을 상세히 소개해 주시지요"

"우선 26개의 전국 권역별로 전국 290개의 지방조직에서 추천을 받아 5명씩 중앙에 추천을 합니다. 지방별로 여성위원회, 청년위원회, 노동자위원회, 대학생위원회에 소속된 당원 혹은 일반당원들이 추천하면 권역별로 5명을 최종 선정하는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권역별로 5명씩을 추천하는 권역위원회가 따로 있어 민주적 투명성이 보장되지요. 이렇게 추려진 5명은 26개의 권역별로 중앙에 올라옵니다. 그럼 26개 권역에서 추천한 후보자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순서로 5명을 중앙추천위원회에서 선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해서 최종 5명을 후보자 명단에 올리는 절차가 완료되면 그 다음은 중앙 추대위원회가 5명을 한 명씩 인터뷰를 진행 합니다. 이 과정에서 5명 후보 중 언론에 자신이 후보에 올라 인터뷰를 받은 내용을 공개하면 바로 후보에서 탈락시키는 내부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론 플레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일환 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원이 아닌 국민여론의 압력이 선출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후보 인터뷰는 외부에 완전히 가려진 채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됩니다."

제1당 지위를 1918년부터 100년 이상 유지해 오면서도 공천과정에서 한 번도 불협화음이나 당내 싸움으로 이어진 적이 없었던 이유도 어쩌면 은밀하게 진행되는 공천 과정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은밀하게 후보를 뽑기 때문에 내부 영향력이 있는 실권자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또 이렇게 후보로 지명된 사람은 추천위원회의 의지이기 때문에 객관성까지 결여될 수 있지 않은지 질문해 보았다.

"후보 추천위는 5명의 후보를 인터뷰 하면서 중요시 하는 기준으로 당의 통합을 이끌 수 있고, 설득과 소통능력, 위기관리능력, 도덕성, 정책비전, 시대적 요구에 맞는 리더십, 경제운영 능력, 국제적 감각 등 다양한 능력을 비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의 동의와 자신의 희생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위원회의 심사 기간 중 당 원로, 당실세 등 그 누구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전국에서 올라온 자료와 의견만이 우리의 판단기준이 됩니다. 음해하는 내용이 있으면 배제하고 진행합니다. 이렇게 최종후보로 오른 사람은 바로 당대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전국 대의원들이 참가한 전국당총회(전당대회)에서 과반수를 얻은 사람이 최종 당대표로 선출됩니다. 이 때 누구나 후보로 출마해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와 최종 표경쟁을 할 수 있습니다.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1918년 1당 지위에 오른 이후 105년 동안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와 결선 투표를 벌인 예가 한 번도 없었다.

레나 헬름 발렌 전 스웨덴 부총리 [사진=유튜브 International IDEA 캡쳐]

스벤 훌테르스트렘(Sven Hulterström) 후보추천위원장과의 인터뷰도 스웨덴 정치를 이해하는데 큰 가르침을 주었다. 훌테르스트렘 위원장은 교통부 장관과 사회부 장관을 역임한 당 원로로 1995년 잉바르 칼손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한 후 젊은 세대에게 당권과 총리직을 넘겨주면서 생긴 공석을 채우기 위한 역할을 맡았다. 처음 인터뷰 때 만난 헬름 발렌 위원장은 사민당이 야당 이었을 당시 후보자를 추천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국내 및 해외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 경우는 후보가 바로 선출되자마자 전당 대회를 거쳐 당대표이자 총리직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세간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나중에 총리로 인선된 예란 페손이 언론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당대표직을 수락하실 겁니까"라는 질문에 "Nej (No)"를 세 번이나 외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절차와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언론에서 예상한 5명의 강력한 후보 중 4명이 스스로 후보지명을 포기한다는 선언이 이어져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잉엘라 탈렌(Ingela Thalén) 사회부 장관, 마가레타 빈베리(Margaretha Winberg) 농림부 장관, 얀 뉘그렌(Jan Nygren) 정무장관, 마르곳 발스트렘(Margot Wallström) 문화부 장관 등 대중적 인기를 누리면서 능력을 높게 평가 받고 있었던 후보들이 자녀의 교육, 자신의 능력 부족, 후배들을 위한 양보 등의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해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 중에서 빈베리의 인터뷰는 여전히 이웃들과 이야기 할 때 화젯거리로 등장하곤 한다. "나의 그릇은 장관까지 입니다. 국가를 이끄는 능력까지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최고 권력의 근처에 있었고, 어쩌면 총리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능력을 갖췄음에도 겸손과 내려놓을 줄 아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탈렌도 예외가 아니다. 노동부 장관, 사회부 장관, 평등부 장관을 거치면서 시원스러운 입담과 항상 웃음을 머금으면서도 논리적 토론과 차분한 연설은 그가 총리의 직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많은 국민과 당원들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 뛰어난 후배를 위해 양보할 생각입니다" 얀 뉘그렌의 이유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이 시간을 놓치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옆에 있어 주는 것만큼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총리후보에서 배제해 달라며 언론에 남긴 그의 인터뷰는 가족의 희생 없이 국가를 경영할 수 없다는 스웨덴 정치인들의 인식을 잘 보여 주고 있는 일화다.

훌테르스트렘 위원장의 인터뷰에서 남긴 그의 말은 스웨덴에서 어떤 지도자를 중요시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도자는 자신의 희생을 넘어 가족의 희생을 요구합니다.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오로지 국가의 충복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권력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가족의 이해와 동의 없이는 수행할 수 없는 자리가 총리직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의 상생을 위한 노력, 정치인의 희생, 깨어 있는 시민이 스웨덴 모델의 핵심이라고 했던 잉바르 칼손 전 총리의 인터뷰가 오버랩 된다.

얀테의 법칙 (Jantelagen)과 라곰(Lagom) 문화가 자리 잡은 정치

1963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까지 오른 악셀 산데모세(Aksel Sandemose)의 작품 '피난민의 길 (1933)'에서 나온 표현이다. 덴마크 아버지와 노르웨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덴마크의 작은 섬마을에서 자랐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고향으로 돌아와 이 작품을 집필했다. 덴마크에서 출생해 살았지만 노르웨이에서 온 피난민처럼 살았던 도시가 얀테(Jante)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 작은 도시에서 적용되는 사회의 규범을 얀테의 법칙으로 적고 있다. 본래10개의 규칙이 책에 언급되었지만 책의 일부가 담고 있는 내용으로 마지막 11번째의 규칙이 추가되어 소개되고 있다. 2차 대전 기간 동안 나치를 피해 스웨덴에서 피난생활을 보낸 작가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을 모두 경험했다. 이 책이 북유럽에 소개된 이후 2차 대전을 거치며 얀테의 법칙이 회자되기 시작했고, 특히 스웨덴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문화적 특징을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곤 한다. 얀테의 법칙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1. 네가 엄청나게 뛰어난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라
2. 네가 우리만큼 선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3. 네가 우리만큼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4. 네가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5. 네가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
6. 네가 우리보다 더 귀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7. 네가 쓸모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8. 우리를 비웃지 말라
9. 너를 위해 누군가가 보살펴 준다고 생각하지 말라
10. 네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11. 우리가 너에 대해 모를지 아느냐?

얀테의 법칙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스웨덴 정치인들의 겸양과 소박함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총리직도 포기하면서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 "자신의 능력은 장관까지"라고 서슴없이 이야기 하는 빈베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후배들을 위해 양보한다는 선배정치인의 마음은 자신의 겸양이라기보다 나보다 후배들이 더 잘할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배어 있다. 얀테의 문화 속에서는 당대표가 되기 위해 나를 찍어 달라고 호소하는 것 자체가 좀 어색하고 튀는 행동처럼 보이게 된다. 이런 후보일수록 더 배제하고 기회를 주지 않는 문화가 몸에 배어 있다. 당내에서 계파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양보하고, 똑똑하거나 안다고 내세우거나 튀려고 하지 않는다.
얀테의 법칙과 더불어 스웨덴 사회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라곰(lagom) 문화도 정치인의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라곰은 '너무 지나치지 않게', '알맞게', '과하지 않은' 정도로 이해되는 단어지만 "너무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도 뒤쳐지지 않게 최선을 다하라"는 뜻도 담고 있어 절제, 배려와 협동, 헌신의 정신을 함께 내포하고 있는 사회심리적 정신이다. 이 라곰의 어원은 '법(lag)에 관한(om)', '법에 따라' 라고 스웨덴 한림원 사전에 나와 있듯 사회의 규범에 맞게 행동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라곰과 얀테의 법칙은 스웨덴 정치인의 정신세계, 정당 내에서 동료들과의 관계, 정당 간의 정책토론, 일반 사회생활까지 폭넓게 투영되어 독특한 정치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피파 노리스(Pippa Norris)와 조니 로벤더스키(Jini Lovenduski)의 공동연구 '정치충원 (1994)' 그리고 노리스의 단독연구 '권력으로의 길(1997)'에서 제시한 정치충원의 수요와 공급의 이론은 한 나라의 정치충원과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잘 보여준다. 뽑는 사람(demand)의 요구기준과 뽑히는 사람(supply)의 공급능력은 문화와 법규,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는 그 들의 이론은 스웨덴의 지도자 충원과정을 잘 설명해 주고 있는 도구다.

[사진=게티이미지]

지도자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 받는 것

백야가 있어 여전히 밝은 여름 밤, 10시가 되면 망치 소리, 잔디를 깎는 기계음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안 것은 조금 지나서 친해진 이웃과 교류를 통해서였다. 10시 이후에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10시만 넘으면 시내를 나가도 거의 유령도시처럼 인적이 드문 경우가 많다. 시골이나 작은 도시일수록 이 현상은 눈에 띌 정도로 확연하다.

스웨덴에서 정치토론은 레토릭 사용과 토론기술 수준이 높고 상대방을 공격하기보다 자신의 논리를 강화해 설득하려는 자세가 단연 돋보인다. 수많은 제2인자들이 눈에 띄어도 누구 하나 자신이 당대표가 되겠다고 튀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은연 중 그런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인기가 없다. 너무 튀는 사람들은 배척하는 문화 때문이다. 열심히 하면서 정당의 가치에 따라 토론도 능수능란하고 소통을 잘하는 정치인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매년 여름마다 고틀란드 섬에서 개최되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 있는 노상 카페나 식당에 가 보면 인기 있는 정치인들이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좋은 토론 경쟁은 위트와 해학, 논쟁의 긴장이 공존 한다.

토론과 연설을 잘하는 사람들 중 겸손과 도덕성을 겸비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국회 본회의장, 상임위, 지역구에서 보여주는 토론과 연설능력을 인정받으면, 상임위원장이나 장관 인선 때 많은 사람이 추천해 발탁되고, 이런 지도자들이 당대표를 인선하는 과정에서 당원들에게 추천을 받아 5인의 명단에도 들게 된다. 스웨덴에서는 지도자는 서로 경쟁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성장해 가면서 선택 받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정치에서는 계파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결국 계파나 팬덤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지나친 경쟁을 경계하는 문화도 있지만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잘 실천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계파와 극력지지층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민, 전국 당원과의 교감과 소통을 통한 정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는 경제와 문화수준이 정치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다른 영역을 선도하는 사회가 된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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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항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스타트업 입사 4년 차인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에 아껴둔 휴가를 소진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로 쓰지 못한 연차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연차 소진 권고가 내려지면서 징검다리 연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3일, 24일과 26일 연차를 내고 22일 저녁 일본에 도착해 여정을 시작하는 6박 7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이들로 설렘이 가득차 있던 김포공항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 화요일인 26일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낸 이들과,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 등이 공항에 자리했다. 2025.12.24 aaa22@newspim.com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김포공항은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금요일 하루를 연차로 내면 최소 3박 4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어서다. 내년 1월 1일 신정까지 연차를 내면 최장 11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커다란 캐리어를 양손에 쥐고 있는 하루토(가명·23) 씨는 이날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한국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국인 일본에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국장에는 외국인들이 화장품 등 다양한 선물을 가득 담은 박스와 커다란 캐리어를 밀며 분주히 오갔다. 출국장에 위치한 체크인 줄에는 커다란 기내용 캐리어를 쥔 사람들로 줄들이 가로세로 빽빽히 차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에 출발하느라 챙기지 못한 끼니를 벤치에 앉아 간단히 빵과 커피로 때우는 이들도 간간히 보였다. 안양에서 왔다는 30대 커플은 "4박 5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갈 예정"이라며 "직장인이라 업무 때문에 더 휴가를 내지 못해 아쉽다. 뒤에 휴가를 더 붙였다면 유럽에 가고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업무가 쌓여있어도 연차를 아예 날릴 수는 없고 (회사에서도) 소진하라는 분위기여서 다행이었다"라며 "대만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김포공항 출국장 한 켠에 쌓여 있는 캐리어와 수화물들. 2025.12.24 aaa22@newspim.com 이날 공항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서울 서초구 양재에서 공항으로 왔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며 "중국에서 2주 정도 같이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보내는 장기 휴가가 가능한 이유는 크리스마스인 25일, 내년 신정인 1월 1일이 각각 목요일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인 26일(금요일), 29일부터 31일까지, 내년 1월 2일(금요일) 등 총 5일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장 11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족끼리 휴가일을 맞춰 같이 해외 휴가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장승훈(28·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씨는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 관련 프로그램에 양해를 구하고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중국 상하이로 어머니 생일과 가족 기념일을 겸해 가족 여행을 간다"며 "아버지나 삼촌 등 다른 분들도 휴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중국을 가본 적이 없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고환율과 엔저의 영향으로 여행 경비 부담이 비교적 덜한 일본이나 중국이 인기 관광지로 꼽혔다. 여행 전문 기업 노랑풍선에 따르면 올해 12월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노랑풍선을 통해 해외 패키지여행을 예약한 고객 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일본이 30%로 가장 높았고, 중국(20%)이 그 뒤를 이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각각 16%, 7%를 차지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와 단체 비자 발급 확대, 주요 노선의 항공편 증편 등 여행 여건이 개선되면서 중국 여행객이 늘었다"며 "긴 연휴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이들이 생기며 유럽은 8% 수준을 늘었다"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 2025-12-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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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판 다이소, '와우샵' 초저가 승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마트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WOW SHOP)'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초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실상 다이소가 독점해온 시장을 정조준한 행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 형태의 '와우샵'을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 왕십리점에 약 20평 규모로 도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은평점(19일), 자양점(24일), 수성점(31일) 등 총 4개 점포로 확대한다. 와우샵 은평점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와우샵은 전 상품을 1000원·2000원·3000원·4000원·500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저가 생활용품 1340여 개 중 64%를 2000원 이하, 86%를 3000원 이하로 구성해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는 앞서 2018년 '삐에로쇼핑'을 통해 유사한 초저가 실험에 나섰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삐에로쇼핑은 '오프프라이스+초저가'를 콘셉트로 1000원대 상품부터 브랜드 이월 상품까지 혼합 진열하고 미로형 동선과 자극적인 매장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상시 저가 매장인지 할인 전문점인지 소비자 인식이 흐릿했고 대형마트와 분리된 독립 매장 구조로 집객과 회전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와우샵이 삐에로쇼핑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우샵은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으로 운영돼 기존 고객 트래픽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고 전 상품을 1000원~5000원 균일가로 단순화해 가격 메시지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이마트 해외 직소싱과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싼 가격이지만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다이소 김포 장기점 매장 전경. [사진=다이소]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초저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필수품 중심, 언제 방문해도 저렴한 가격이라는 단순한 포지션을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유지해왔다. 복잡한 기획이나 과도한 연출 대신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품목을 정확히 충족시켰고 전국 단위 점포망을 통해 일상 동선 속 구매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와우샵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결국 '지속성'이다.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상시 초저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대형마트라는 기존 경쟁력 위에 초저가 포맷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과거 삐에로쇼핑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와우샵이 단기 실험을 넘어 이마트 매장의 고정 코너로 안착할 경우 초저가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마트는 올해 들어 와우샵 외에도 4950원 화장품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880원부터 4980원까지 가격을 고정한 '5K프라이스', 노브랜드 확대 등 초저가 실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10원, 100원 차이는 의미가 없으며, 상식 이하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가격 철학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간 가격대는 사라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만 살아남는다'는 그의 판단이 최근 이마트의 전방위 초저가 전략으로 다시 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mkyo@newspim.com 2025-12-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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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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