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수요 창출하는 챗GPT.."반도체 침체 분위기 전환"
꾸준한 투자 강조했던 삼성, "설비·인프라 투자 가능성"
[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민 기자 =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빌린 것을 두고 삼성전자가 차입을 통해 투자에 고삐를 당기는 것이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경기 회복의 시그널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4조5154억원이다. 여기에 만기 1년 이하의 금융상품인 단기금융상품은 83조6468억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유보자금 대부분을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어 세금, 환율 등을 감안해 자회사를 통한 자금수혈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
경쟁사들이 감산, 투자 축소 등의 방식으로 반도체 업황 둔화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 삼성전자는 오히려 자회사를 통한 자금수혈 방식까지 동원해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파운드리 주문이 줄고, 메모리도 힘들 것이란 얘기만 있었는데, 최근 챗GPT가 터지며 AI반도체부터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챗GPT 관련 반도체 시장은 새로운 시장도 기술도 아니고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만, 반도체 시장의 침체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상황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 시점이 앞당겨 지지 않더라도, 반도체 시황 약세장에서도 꾸준히 투자를 이어나가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가 고수하고 있는 기본 입장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삼성의 투자 패턴은 호황기에 투자를 많이 하고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경기 사이클이 빨라지며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하면 호황기에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하며 꾸준한 투자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약세장이 펼쳐졌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에 사상 최대인 53조1000억원을 투자했고, 이 중 90%인 47조9000억원을 반도체에 쏟아 부었다. 올해 투자 규모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메모리의 경우 지난해와 유사한 규모로 투자가 예상된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는 건설 쪽이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미국의 테일러시와 팽택에서 공장을 짓는 게 많아서 반도체 캐파를 늘리기 보단 설비투자나 인프라 투자 쪽으로 투자가 진행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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