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제가 느꼈을 때 스스로가 한정된 이미지가 갇혀 있었다고 느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가 되는 바람이 있죠."
배우 김옥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연애대전'으로 첫 로맨틱코미디에 나섰다.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여자와, 여자를 병적으로 의심하는 남자가 전쟁 같은 사랑을 겪으며 치유 받는 내용에서 엔터 전문 로펌 '길무'의 신입 변호사 여미란 역을 맡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옥빈 [사진=넷플릭스] 2023.02.13 alice09@newspim.com |
"OTT 작품은 처음인데 반응을 모르겠더라고요(웃음). TV는 시청률이 나오는데 OTT는 그런 게 아니라서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아직은 얼떨떨한 기분이에요. 조금씩 친구들한테 작품 잘 봤다고 연락이 오고 있어서 나름 재미있게 봤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김옥빈이 맡은 여미란은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타입이다. 그에게 연애란 단순히 남자 유형에 관한 데이터 수집일 뿐이라고 여기며, 험난한 세상에서 여자 혼자 살아갈 방법은 '출세'라고 믿는 인물이다.
"미란이는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았어요. 일단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부분, 그리고 미란이가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 자라서 오빠에 비해 억눌린 느낌이 있었거든요. 저 역시 제가 자랐던 시대 상황이 그랬어요. 자라온 환경, 성격이나 살아온 방식 등에 대해 비슷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작가님한테 '저를 참고해서 만든 캐릭터인가요?'라고 묻기도 했고요. 하하."
작품 내에서는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혐과 남혐, 그리고 페미스트까지. 여미란은 남자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만큼, 상대배우인 남강호(유태오)와 초반 적대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옥빈 [사진=넷플릭스] 2023.02.13 alice09@newspim.com |
"대본을 처음 받고 읽어봤을 때 미란이가 거리낌 없이 직접적인 언사를 하잖아요. 그런데도 극의 전체적인 스탠스가 굉장히 경쾌했어요. 무겁게 이야기를 가져가는 게 아니라, 가볍게 가져가는 게 대단한 경지에 오른 대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표현함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죠. 그리고 남녀가 사랑에 빠질 때 서로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을 이해하면서 변해가기도 하잖아요. 그런 모습을 잘 그려낸 것 같았어요. 이런 내용을 담아냈을 때 우리도 한 번은 다시 생각해 볼 지점이 될 거라 느꼈고요. 갈등과 화합의 과정을 부드럽게 담아내서 너무 좋았죠."
여미란과 남강호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사랑이 싹 트면서 각자의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부분도 유쾌하게 풀어낸 것이 '연애대전'이 가진 강점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한 로코인 만큼, 강도조절은 김옥빈에게 꽤나 어려운 숙제로 다가왔다고.
"로코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어느 정도로 조절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감이 없었거든요. 극의 종류에 따라 감정을 더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덜어내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한테 조언을 많이 구했죠. 매 장면을 계속 체크해 가면서 촬영을 했어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옥빈 [사진=넷플릭스] 2023.02.13 alice09@newspim.com |
'연애대전'은 지난 10일 공개돼 이제 3일째가 됐다. 넷플릭스에서 공식으로 집계하는 성적은 아직 안 나왔지만, 작품을 본 시청자들의 호평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잘할 수 있을꺼 겁이 났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데뷔를 한지 꽤 됐는데, 이런 모습은 많이 보여드리지 않았어요. 20대에는 낯간지러운 걸 못하기도 하고, 나와는 안 어울리는 옷이라 생각하고 멀리 했어요. 그리고 30대를 맞이했는데 비슷한 장르를 계속 하다 보니 질리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걸 해보자 생각했죠. 한 가지 장르에 보정되면 안 되는데 편협하게 한 장르만 섭취했더라고요. 극중 미란이는 저와 비슷해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보시는 분들이 어색해 하실까 걱정도 됐고요. 많은 반응을 보진 못했지만, 주변에서는 괜찮다고 해서 조금의 만족은 하고 있어요(웃음)."
영화 '박쥐'와 '악녀'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후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와 '다크홀' 등을 통해 다소 무거운 장르의 작품을 주로 맡아왔다. '연애대전'은 로맨틱에 코믹이 섞인 만큼, 김옥빈에게는 이미지 변신을 하기에 최적의 작품이기도 했다.
"저한테도 이런 모습이 있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또 대중들이 '김옥빈이 이런 연기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이 변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컸고요. 제 스스로가 한정된 이미지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았거든요. '연애대전'을 통해 제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라죠. 그래서 많은 분들께 어떤 장르도 다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웃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