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낙찰률 7개월 만에 40%대 회복
감정가액 60~70%선 매물에 수요층 늘어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에 경매 참가자 확대 전망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시장에 선행지표로 불리는 경매시장에서 급매물이 소진되며 낙찰률이 2개월 연속 반등했다.
주택경기 침체로 경매시장에서 2~3차례 유찰이 일반화하면서 감정가액 대비 30~40% 낮아진 매물이 큰 폭으로 늘었다.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이 늘자 투자수요를 중심으로 이른바 '줍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경매시장의 낙찰률이 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아파트 낙찰률 2개월 연속 상승...7개월 만에 40%대 회복
2일 부동산업계 및 대한민국법원경매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의 경매 낙찰률은 43.5%를 기록해 전달(38.1) 대비 5.4%P(포인트) 상승했다.
경매 물권으로 나온 40건 중 17건이 손바뀜했다. 이달 경매 낙찰률은 전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작년 11월 기록한 10%대와 비교하면 30%P 넘게 치솟은 수치다. 감정가액 대비 낙찰금액 비율을 말하는 낙찰가율도 작년 11월 83.1%에서 12월 100.4%, 지난달에는 102.4%로 상승했다.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낙찰자가 최저 입찰가보다 높은 금액에 입찰했다는 뜻이다.
아파트뿐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작년 12월 상가 경매 25건 중 낙찰건수는 한 건(4.0%)에 불과했다. 전달에는 33건 중 6건(18.2%)이 손바뀜했다. 오피스텔은 낙찰률이 17.8%에서 27.8%로 뛰었다.
두 차례 유찰된 이후 세 번째 경매에서 낙찰되는 사례가 많다. 경매 최저매각가격은 1회 유찰할 때마다 20~30% 낮아진다. 서울은 20%다. 10억원짜리 매물이 1회 유찰되면 8억1000만원, 2회 유찰되면 6억4000만원, 3회에는 5억1000만원이 된다. 최초 감정가액 대비 60~70% 수준에서 낙찰 받을 수 있게 되자 수요가 늘어난 셈이다. 주택경기 급랭으로 아파트 시세가 최고가 대비 20~30% 하락한 것을 감안한 투자로 평가된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현대3차(전용 85.0㎡, 10층)은 지난해 11월 최저매각가격 28억1000만원에 첫 경매됐으나 유찰했다. 22억4800만원에 낮춰 진행된 두 번째 경매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세 번째 경매에 최저매각가격 17억9800만원보다 11% 높은 20억1만원에 낙찰됐다. 처음으로 진행된 최저매각가격대비 71% 수준이다.
영등포구 문래동 동원데자뷰(전용 84.9㎡, 1층)도 세 차례 도전 끝에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최저매각가격 10억700만원에 나온 첫 경매에 유찰됐고 이후 8억5600만원으로 낮아진 금액에도 외면받았다. 지난달 31일 3차 경매에서 최저매각가격 6억8480만원보다 약 3% 높은 7억650만5700원에 낙찰됐다.
◆ 주택담보대출 등 규제완화에 경매시장 활기 기대
부동산 경매시장에 대한 수요층의 관심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8%대에 육박하는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금리 부담에 경매시장에 내몰리는 매물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 감정평가를 받고 매물로 나오기까지 6개월 정도의 시차가 존재해 기간이 갈수록 우량 매물이 경매시장으로 흘러들 공산이 크다. 주택경기 침체가 7년 정도 지속하면서 경매시장에서도 2~3차례 유찰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최근에도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경매물권이 쌓이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움직임도 긍정적이다. 일반 주택시장과 마찬가지로 경매시장에서도 레버리지를 활용해 낙찰 받을 수 있는 여건이 개선된다. 작년 12월부터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됐다. 지난달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50%에서 70%로 완화됐다. 보금자리론에 일반형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을 통합한 4%대 고정금리 모기지론인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중저가 매물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인 차주가 소득제한 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작년 12월 전국 아파트 낙찰률이 역대 세 번째로 낮을 정도로 악화했으나 이달 들어 2~3회 유찰된 물건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며 "규제지역 해제,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등으로 대출 여력이 높아진 만큼 경매 참여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