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Q 영업손실 1조7012억원...2012년 이후 처음
"올해 투자 작년 19조원 대비 50% 이상 축소"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메모리 반도체의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며 재고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올해 수요 회복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거시 경제 환경이 되겠지만, 가격탄력성에 따른 메모리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올해 수요 성장세는 전년 대비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재무담당 부사장(CFO)는 1일 진행한 SK하이닉스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서 이같이 말하며 지난해 실적이 하락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동시에 올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전했다.
◆2012년 이후 첫 분기 기준 적자...증권가 전망치도 하회
이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어든 메모리 수요와 제품가격 하락 영향 등으로 인해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6986억원, 영업손실 1조7012억원(영업손실률 22%), 순손실 3조 5235억원(순손실률 46%)을 기록했다. 분기 단위 영업적자가 나온 건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44조6481억원, 영업이익 7조66억원(영업이익률 16%), 순이익 2조4389억원(순이익률 5%)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적자는 메모리 불황 등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다만 SK하이닉스 4분기 실적은 기존 증권가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
◆투자 축소·감산 기조는 유지...기술력 자신감 드러내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상황에 맞춰 지난 3분기 실적발표서 발표한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당시 컨퍼런스콜서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내년엔 올해 연말까지 투자할 투자액 대비 50% 이상 시설투자(캐펙스) 감소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영역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 감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우현 부사장은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고 수익성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수급 균형을 이루기 위한 공급업체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당사 역시, 이러한 시장환경에 맞춰 올해 연결 기준 투자를 작년의 19조원 대비 50% 이상 축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적인 투자 감축 의사에 대한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김 부사장은 "이 규모(19억원의 50%)는 당사의 팹 규모, 필수적인 인프라 투자 등을 고려한다면 이미 적정 수준이라고 판단한다"며 "따라서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투자 감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투자 축소를 단행하며 회사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질문에 김우현 부사장은 "이미 1a나노 D램과 176단 기반의 주력 제품이 성숙 수율에 도달했고, 신제품도 수율 안정화를 달성했다"며 "1b나노 D램과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과 초기 양산에 필요한 투자를 차질 없이 집행해 내년 시장에 대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부사장은 "업계의 감산 영향이 1분기부터 가시화되고, 투자 축소로 향후 공급 여력 또한 줄어들게 되면, 올해 중에 재고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내년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상승국면(업턴)도 기대된다"며 "따라서, 당사는 현재의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의 근간이 될 기술과 제품 개발에 집중하여 메모리 선두 업체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은 올해 1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2분기부터 진행된 고객사의 공격적 재고 조정으로 재고 수준은 올해 1분기 정점을 찍고 2분기부터 재고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실적 반등은 올해 3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catch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