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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으라고? 아직 불안한데"…마스크 해제 첫날 시민들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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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내 약국' 등 일각선 혼선도…"안내 난감"
전문가들 "겨울철 당분간 마스크 쓰도록 권고"

[서울=뉴스핌] 조재완 신정인 조민교 기자 = "마스크를 벗고 싶긴 한데 눈치 보여요. 마스크 해제를 의무화한다면 모를까. 마스크 해제를 '권고'하는 단계에서 선뜻 벗게 되진 않네요." (이준용·36·직장인)

"미감염자인 저희 부부 입장에선 조금 억울하네요. 9개월 된 아이도 걱정되고요. 아기 있는 집이라 극도로 조심해온 덕에 저희 부부는 한 번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고 지금까지 버텼어요. 코로나 재유행세가 아직까지 꺾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마스크 착용 의무를 풀어버리는 건 시기상조예요." (고성원·32·주부)

"간혹 마스크를 안 쓰고 들어오는 손님이 한두 명 있긴 한데, 그마저도 마스크를 사러 온 사람들이었어요. 대체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옵니다."(문준규·53·약사)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날인 30일 시민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정차한 유치원 통원 버스. 2023.01.30 mkyo@newspim.com

◆ 마스크 착용 수칙 완화됐지만…"덜컥 벗기엔 눈치보여" "당분간 쓰겠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0일 자정을 기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한 지 2년 3개월여 만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출근길에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마스크 착용 수칙이 하향 조정됐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염창구 강서구 염창e편한세상 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김모 씨는 마스크를 쓴 채 아이의 유치원 통원버스를 기다렸다. 아이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김씨는 "특히 아이들은 감염에 취약하니까 마스크를 계속 쓰게 하려 한다"며 "아이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 많이 아팠던 경험이 있기도 하고, 이젠 마스크 착용이 너무 익숙해져서 벗는 게 어색하다"고 했다.

유치원도 마스크를 벗는 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김씨는 "유치원에선 실내 마스크 착용 여부를 놓고 각 반별 사전 찬반투표를 했다"며 "실내선 마스크를 벗기로 결론이 나긴 했지만, 일단 마스크를 씌워 등원시키는 부모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치원·어린이집을 비롯한 교육·보육시설 실내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지만, 통학·통원버스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이들 버스는 대중교통수단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날 아이들을 통원차량에 태우기 전 마스크 착용 여부를 꼼꼼히 살피는 유치원 교사 모습도 눈에 띄었다.

비슷한 시각 실내 사무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소재 대기업 S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 씨(37)는 마스크를 벗고 출근했지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동료 직원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한 층의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은 대략 900명. 김씨는 "10명 중 9명 꼴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 거의 모든 여성들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마스크를 벗은 이는 대부분 남성 직원들"이라고 했다.

이 회사가 자체적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이 회사는 회의실과 임원실, 상담실, 휴게실 엘리베이터 내부 등에선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30분 간격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안내방송도 내보낸다. 김씨는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가 해제됐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서울 용산역 이마트 내 위치한 종로프라자약국. 마트 계산대에서 5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별도 출입문 없이 약국이 위치해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적용·해제하는 공간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은 탓아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2023.01.30 allpass@newspim.com

◆ "여기서부턴 마스크 쓰세요"…'마트 내 약국' 등 일각선 혼선도

일각에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모든 실내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것은 아닌 탓이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영화관, 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에선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만, 병원, 약국, 요양기관 등 의료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그대로 적용된다. 대형마트에 입점한 약국을 이용할 경우, 마트 내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약국을 이용할 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날 오전 10시10분경 서울 용산역 이마트 내 위치한 종로프라자약국도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적용하는 공간이 별도 분리되지 않은 사례였다. 마트 계산대에서 5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약국엔 별도 출입문이 없었다. 약국 계산대 앞에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요청하는 작은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있었다.

약사 이모씨는 "중대본 지침이 애매모호해서 손님들에게 설명하기 난감하다"며 "저기(마트)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데 여기는 안 된다고 설명하면, 손님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걱정했다. 그는 "마스크를 안 쓴 채 약을 사러왔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생길까봐 걱정된다"며 "그냥 약사들만 마스크를 쓰면 되는데 왜 손님들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마스크를 쓴 채 약국에 들어선 김시영 씨(81)도 "마스크 의무 착용 여부를 따지는 것이 번거로워 당분간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고 말했다.

해당 약국이 위치한 이마트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마트 내 약국 등에 대한 별도 안내 지침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세계 관계자는 "약국이나 병원 입구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 안내 고지문을 게시하며, 안내방송도 내보내고 있다"고 했다. 

마스크 착용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실내체육시설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헬스장을 운영 중인 박기령 씨(41)는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도록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헬스장 회원들에겐 마스크를 쓰도록 강요하지 못하지만, 안전을 위해 트레이너들에겐 착용하도록 할 생각"이라며 "마스크를 덜컥 벗었다가 만에 하나 직원들이 코로나에 걸려서 출근을 못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그만큼 영업장이 고스란히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헬스장을 이용하는 주부 이모 씨(56)도 마스크를 쓴 채 입장했다. 이씨에게 '마스크를 왜 쓰고 왔냐'고 묻자 그는 "헬스장에서도 마스크를 벗어도 되냐"고 반문했다. 그는 "왠지 헬스장에선 마스크를 써야할 것 같아 쓰고 왔다"며 "직원들이나 다른 회원들도 대체로 쓰고 있는 것 같은데 분위기를 봐가면서 적당한 시점에 벗겠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오전 시내버스를 탑승하는 시민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2023.01.30 mkyo@newspim.com

◆ 전문가, '일상 속 방역' 강화 당부…"겨울철엔 가능한 마스크 써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됨에 따라 '일상생활 속 방역'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홍렬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직 코로나 환자 수가 많기 때문에 당장 실내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기엔 다소 이르다. 한두 달 더 연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겨울철엔 당분간 개별적으로 마스크를 쓰길 권한다"고 당부했다.

방대본도 실내 마스크 착용 '권고'는 유지되는 만큼 가능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당부했다. 특히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거나 의심증상이 있는 사람과 접촉하는 경우, 환기가 어려운 밀폐된 실내 환경에 있는 경우, 다수가 밀집한 상황에 놓인 경우 등엔 마스크 착용을 '강력 권고' 했다. 

호흡기가 약하거나 독감 감염을 우려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개인 방역을 신경쓰되, 마스크 자율 착용 문화를 빠르게 정착시키자는 의견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 효과가 굉장히 미미하다고 보기 때문에 (의무 해제 시점이) 시기적으로 절대 빠르지 않다고 본다"며 "국민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착용여부를 결정)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choj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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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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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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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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