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지난해 이어 '차례상 간소화' 남녀 구분 없이 차례상 표준안 환영..."가족 간 간소화 기준 달라" 우려도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설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 간소화 바람이 불고 있다. 시민들은 편의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이나 '가족 간 간소화 기준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표하고 있다. 대대로 전해지는 집안 전통을 쉽게 바뀌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 성균관, 지난해 이어 '차례상 간소화' 강조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최근 '올바른 차례상 차리는 법'을 발표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성균관 측은 떡국·나물·구이·김치·술(잔)·과일 4종 등 차례상 음식은 총 9가지로 줄이고, 전이나 튀김류의 음식도 생략 가능하다고 권고했다. 과일 역시 4~6가지로 간단히 올릴 것을 제안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두 번째 차례상 간소화 발표다. 송편 대신 떡국을 올리는 것 외에는 동일한 내용이다.
박광춘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총무국장은 "옛 문헌에도 차례는 간소하게 지내라고 나와있다"며 "제례처럼 제사상 차리듯 풍성하게 차리지 않아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이와 더불어 국민들의 경제적·심적 부담도 덜어드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간소화 방안을) 거듭 발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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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설 연휴를 사흘 앞두고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3.01.18 allpass@newspim.com |
◆ 차례상 표준안 환영..."가족 간 간소화 기준 달라" 우려도
시민들은 대체로 간소화 방안에 환영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만난 주부 남추자(80) 씨는 "날짜만 기억하면 되지 바쁜 세상에 구색 갖추려 애쓸 필요 없다"며 표준안에 찬성했다.
이어 "우리는 명절 때 여러 가지 안 차리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몇 가지 차린지 2~3년 됐다"며 "가족 수도 많지 않고 직장인 자녀, 며느리들이 힘든 것도 싫다"고 말했다.
30년간 제사상을 차려왔다는 이건희(63·남성) 씨도 "예전엔 떡국부터 생선, 과일, 갈비 등 13가지 정도를 차리고 전도 직접 부쳤는데 요즘 간소화하자고 다들 얘기 중"이라며 "힘들기도 하고 음식량도 너무 많아서 버리게 되니 아깝더라"라고 했다.
다만 거듭된 간소화 발표에도 당장 바뀌긴 힘들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수용품 가게에서 만난 주부 김수연(32) 씨는 "매년 15가지 정도 음식을 올리는데 전도 직접 부치느라 너무 힘들다"며 "간소화 방안을 접한 지인들은 다 동의하는데 어머니는 어떠신지 모르겠다. 당분간 계속 이대로 (제사) 지낼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날 과일과 야채 등을 양손에 잔뜩 든 전지윤(40) 씨는 '간소화 기준이 식구마다 다르다'고 토로했다. 전 씨는 "저와 남편은 간소화 표준안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머니는 더 줄일 수 없다고 하더라"라며 "좀 더 가족끼리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는 화목한 명절 문화를 보내기 위해 간소화된 차례상 문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상을 잘 모시는 건 좋은 풍습이지만 무리하게 돈과 노력을 들여서 차례상을 차릴 필요는 없다"며 "아예 차례를 생략하는 집도 늘어나는 만큼 이번 명절은 조상들을 기억하면서도 가족들끼리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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