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사재기 현상 과열…제약사들, "실체 없다"
주가 변동 등 사소한 사건에도 이목 쏠리는 상황 지적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최근 감기약 사재기 이슈 등 일시적으로 제약업계에 관심이 모였으나 제약사들은 이러한 현상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제약업계에서 주가 변동성이 심해지면 향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감기약 사재기 현상은 일선에서 지적하는 것보다 심각성이 낮다. 때문에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감기약 판매 제한 조치를 내리지 않고 유통현황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감기약 사재기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약국에서 일정 수량 이상의 감기약을 사갈 수 없도록 강제한다고 예고했으나, 이를 철회한 것이다. 현재 감기약은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생산되고 있다.
일반감기약을 만드는 제약사들도 상황이 과열됐다고 입을 모은다. 종합감기약을 생산하는 A제약사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오미크론 우세화 시기 때는 공장을 풀가동해야 했으나,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의 모습. 2022.04.06 hwang@newspim.com |
하지만 지난주까지 감기약과 관련된 제약사 주가는 큰 등락폭을 보였다. 중국 보따리상들이 국내에서 감기약 사재기를 할 거라는 불안감에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 것이다.
코로나19 신종 변이가 복통과 설사를 유발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지사제를 만드는 제약사들도 주가가 일시적으로 등락했다. 동성제약은 지난 3일 주가가 22.99%까지 급등하기도 했고 신일제약도 같은날 장중 16.18%까지 올랐다.
주가가 정상화된 후에도 업계에서는 부정확한 정보로 주가가 올라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B제약사 관계자는 "주가는 오르내리는데 실체가 별로 없다. 제약바이오주가 과도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감기약 매출이 크지 않거나 감기약을 만들지 않는 회사들도 주가 영향을 받았다. 경남제약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주가가 46.5% 폭등했지만 감기약과 큰 관련이 없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레모나가 의약품 판매 매출의 33.7%를 차지한다.
감기약 테마주로 분류된 화일약품은 지난해 9월 원료의약품공장 화재가 발생해 감기약 원료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화일약품 관계자는 향후 계획에 대해 "올해 안에 공장을 지을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약국에 붙은 자가검사키트 입고 안내문. 2022.02.06 kimkim@newspim.com |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가 미래 먹거리라며 이목이 쏠리지만, 업계에서는 조그만 사건에도 시장이 반응하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 사태처럼 불확실한 정보가 퍼질 경우 신뢰도가 중요한 제약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은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필요가 없다"며 "R&D 결과로 차근차근 주가가 올라야지 대외적인 환경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건 반기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기업이 감기약 테마에 엮여서 관심도가 오를 경우, 타 제품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해당 기업 전반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추후 감기약을 생산하지 않을 경우 제약사들의 이미지가 망가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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