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원자재 보유 국가, 국유화·수출 금지 조치 단행
판매 가격 올리고 자국으로 배터리 사업 유치 전략
LG엔솔·SK온 등 국내 배터리사 해외 자원 투자 ↑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희소 자원을 활용해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키우는 '자원의 무기화'와 자국우선주의에 따른 핵심 원자재 공급망 차질 우려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원자재를 보유한 국가들이 관련 자원을 국유화하거나 보유국과 연합체 구축에 나섰다. 이를 통해 판매가를 높이고, 광물 판매를 넘어 자국에 배터리 산업까지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 '리튬판 OPEC' 결성하는 자원 부국...리튬 가격 2년간 1100% 뛰어
리튬 광산 [사진=블룸버그] |
리튬은 전기차 1대당 약 40㎏이 필요한 핵심 재료다. 이차전지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 소재로, 리튬은 전기를 생성·충전하는 역할을 한다.
니켈 함량에 따라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좌우하는 배터리 용량이 커진다.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이 니켈 함량 91% 인 '젠6' 등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니켈 공급망이 불안해지고 있는 셈이다.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국제 리튬 가격은 지난 2년간 1100% 이상 치솟았다. 리튬 가격의 고공 행진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더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리튬 수요는 올해 52만9000t(톤)에서 2025년 104만3000t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짐바브웨 정부는 가공이 안 된 리튬 수출을 최근 금지했다. 리튬을 포함하고 있는 광석과 같이 가공이 안 된 모든 리튬에 대해 서면 허가 없는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런 현상은 단일 국가 한 곳의 조치가 아니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멕시코는 '리튬판 OPEC'을 결성하면서 리튬 국유화를 선언했다.
일본과 중국은 해외 광산 보유지를 늘리고 있으며, 니켈 생산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는 2020년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했다.
◆ "배터리 핵심 원자재에 대한 장기 투자 필요...정부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 작업자가 인도네시아 남부 술라웨시 주 소로와코의 니켈 처리 공장에서 다른 원소로부터 니켈 광석을 분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자원의 무기화'가 가속화되면서 배터리 기업들에는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가 니켈 수출을 금지하자 많은 국내 기업이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제련·정련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손잡고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공장을 지었다. SK온도 국내외 배터리 소재기업과 손잡고 인도네시아에 니켈 중간재 공장을 짓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 호주 시라와 천연 흑연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아발론·스노우레이크, 호주 라이온타운, 독일 벌칸에너지 등과도 원재료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외에도 지난 2020년 세계 2위 리튬 생산업체인 칠레의 SQM과 2029년까지 5만5000t 규모의 배터리용 리튬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호주의 광물제련업체인 QPM에 120억원을 투자해 지분 7.5%를 확보하고 장기 구매계약도 맺었다
SK온도 지난해 11월 칠레 리튬기업 SQM과 5년 장기구매계약을 체결했다. 호주 글로벌리튬, 레이크리소스 등과도 리튬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삼성SDI는 호주 QPM 등으로부터 니켈을 공급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원자재에 대한 기업의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당장의 실적이 중요하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자원개발 사업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기업뿐 아니라 한국광해공업공단 등 정부의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