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연임' 문제삼은 국민연금...경선 과정 추가 객관성↑
현대차+신한은행 지분, 국민연금 앞서...내년 주총 변수
[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민 기자 = 구현모 KT 대표가 이사회를 통해 차기 대표 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최근 KT의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오너없는 기업의 '셀프연임'을 재차 문제 삼은 만큼, 내년 3월 KT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지 주목된다.
28일 KT 측은 "KT 대표 경선을 통해 14명의 사외인사와 내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에서 검증된 13명의 사내 후보자에 대한 대표이사 적격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해 대표 심사 대상자를 선정했다"면서 "KT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가 총 7차례 심사 과정을 거쳐 구현모 대표를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차기 대표 심사에서 KT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당초 KT는 구현모 대표에 대한 연임 우선 심사를 진행했지만 국민연금이 제기한 소유분산기업, 즉 KT와 같은 오너없는 기업의 '셀프연임'을 문제삼아 최종 후보 선정을 복수 후보 심사 방식으로 전환했다.
지난 8일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현실에서 보면 소유분산기업에서 회장 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고착화하고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는다거나, 대표나 회장 선임 및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다"면서 "이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날 서원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역시 "KT나 포스코 그리고 금융지주 등 소유 분산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의 절차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소위 불공정 경쟁 그리고 셀프 연임 같은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주주 가치 극대화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말하며 국민연금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KT 입장에선 심사 과정에서 경선 과정을 추가해 객관적인 경쟁 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판단할 진 국민연금의 몫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결정에 있어 국민연금이 어떤 판단을 할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구 대표를 바꾸라는 의미로 외부 인사와의 경선을 요구한 건지, 아니면 황제경영 때문에 공정한 프로세스로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다는 측면에서 경선을 요구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대표 연임에 반대하는 표심을 행사하더라도 변수는 있다.
현재 KT 지분은 국민연금이 10.35%, 현대차그룹 7.79%, 신한은행 5.58%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 지분을 합치면 총 13.37%로 국민연금 지분을 넘어선다. 하지만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이 구현모 대표 연임에 손을 들어줄 진 미지수다.
KT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신한금융지주 대표들이 대거 바뀌면서 신한은행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보안 계열사인 KT텔레캅에 대해 일감몰아주기로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점 역시 정부가 구 대표 에게 보내는 일종의 시그널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