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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피해 속출, 세입자 어쩌나..."악성 임대인 명단 정보시스템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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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보험·체납사실 미확인 등 제도적 허점
"등기부등본만 잘 살펴도 8~90% 사기예방"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최근 1000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과 유사한 제2, 제3의 빌라왕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체납사실 미확인, 임대인 변경 미고지 등 법의 허점을 노린 사기로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에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하고 있던 '빌라왕' 김모 씨의 피해자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614명으로 전체 임차인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 빌라·단독주택 주거지.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은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 HUG가 대위변제(보증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회수하는 것)를 해주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임차인이 먼저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해야 한다.

문제는 김씨가 사망해 상속인과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데 김씨의 부채 탓에 상속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며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62억원을 체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4촌 이내 친족이 모두 상속을 포기한다면 법원이 상속재산 관리인을 지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증금 반환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약속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제도적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미리 알지 못했던 것도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 중 하나이다. 현행법상 임차인이 '미납국세 열람제도'를 통해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임대인의 동의 없이는 열람이 불가능해 무용지물이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임대인이 세금을 미납하면 압류된 주택 등을 공매처분해 체납 세액을 회수한다.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세징수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임대차 계약을 한 임차인에 한해 열람이 가능한 것으로 계약 이전에 체납액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허점이 존재한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는 "계약을 체결한 이후 임대인의 체납액을 확인하고 계약을 파기하려는 경우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HUG 등에서 임대인의 다주택 소유 여부나 악성 임대인 명단(일명 블랙리스트)등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시스템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집주인이 갑자기 바뀌어도 임차인에게 변경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임상영 법무법인 테오 대표변호사는 "임대인이 바뀌더라도 임대차계약이 유지되긴 하지만 새로운 임대인이 세입자 승계 부분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으면 계약이 종료될 수도 있다"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임대인이 변경된 사실을 바로 알려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12.22 pangbin@newspim.com

전문가들은 이런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 계약 전부터 등기부등본을 꼼꼼하게 살피는 등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변호사는 "등기부등본만 잘 살펴도 사기를 8~90% 예방할 수 있다"며 "등기부등본의 소유자가 집주인과 동일 인물인지 확인하고 소유권 이외에 담보설증 등 권리사항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등기부등본에 신탁이 설정돼 있는 경우 해당 신탁회사가 대내외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유자 내역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나 부동산 등을 통해 매매·전세가 등 시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양 변호사는 "매매가랑 전세보증금이 별로 차이가 안나는 경우 또는 전세보증금이 더 비싼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초년생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기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조언이나 도움을 받아 거래하는 방식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이와 함께 공인중개사 등 전문가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jeongwon10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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