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1월 수입차 등록 대수 '역대 최다'
BMW·벤츠 '투톱' 강화…나머지는 전년比 감소
"자산시장 버블 꺼졌지만 씀씀이 여전해"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시대'에도 수입차 인기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수입승용차 등록 대수는 2만8222대로 2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월 3만419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지 1년 11개월 만이다. 올해 우리나라 수입차 등록 대수도 300만대를 돌파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각축전을 벌이며 시장 점유율 굳히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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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수입 승용차 월별 등록 추이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제공] |
27일 한국수입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한 해 수입차 등록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1~11월 등록된 수입차는 총 25만3795대로 역대(동기 대비)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지난 11월 한 달간 등록된 수입차만 2만8222대로, 월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최근 약 2년 내 가장 많은 수입차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시장은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등록 대수 200만대를 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다 올해 300만대를 넘어서는 신기록을 냈다. 같은 달 기준 국내 등록된 자동차 2546만1361대 중 316만6772대(12.4%)가 수입차다(국토교통부 등록 통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9대 중 1대는 수입차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수입차 호황기가 이어지는 배경으로 '소득 양극화 심화'와 '불황형 소비' 트렌드를 꼽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겉으로 보기엔 모두가 살기 어려워진 것 같지 다른 한켠에선 여유가 생긴 이들도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비대면 시대서 자산시장 규모는 더욱 커졌다.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등을 중심으로 많은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었고 사람들의 씀씀이도 커졌다"며 "최근 자산시장의 버블은 꺼져가고 있지만 사람들의 씀씀이는 줄어들지 않고 이어진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불황형 소비' 트렌드와 맞물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 불황 속 명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소비 트렌드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교수도 "우울한 시대엔 자동차 등으로 사치소유욕을 채움으로써 지금 당장의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선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로 양분되는 '투톱' 체제가 굳어졌다. BMW는 지난해 대비 시장 점유율을 가장 크게 늘렸다. 지난해 2위였던 BMW는 올해 메르세데스 벤츠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BMW의 올해 11월 누적 점유율은 28.26%로 지난해보다 4.10%p 늘었다. 올해 BMW 등록 대수는 7만1713대로, 지난해보다 16.7% 증가했다. 1위 자리를 내어준 메르세데스-벤츠도 시장 점유율은 28.18%(0.67%p↑)로 전년비 늘었다.
이외 대부분의 브랜드 실적은 역주행했다. 볼보와 폭스바겐, 아우디, 미니, 토요타, 렉서스, 지프, 포드, 랜드로버, 링컨, 혼다, 푸조, 마세라티, 재규어, 시트로엥 등 각 브랜드 1~11월 누적 등록대수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다만 수입차 가운데서도 최고가 브랜드로 꼽히는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는 선전했다. 벤틀리와 람보르기니 등록 대수는 각각 54.1%, 10.2% 증가했다. 한국수입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올 한 해 수입차 등록 대수가 증가한 것은 일부 자동차 브랜드 물량이 늘어난 탓"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현지화 전략도 통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입차 업계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자체 순정 내비게이션 대신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내비게이션을 탑재하는 등 차량 편의사양이 강화됐고, 서비스·수리 센터 등 인프라도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