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뉴스핌] 홍재희 기자 = 전북 전주시는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천사도시 전주로 만든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고 27일 밝혔다.
전주는 해마다 이어진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과 그의 행적을 쫓아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천사시민들이 늘면서 '천사도시'로 불려왔다.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서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을 개봉하고 있다[사진=전주시] 2022.12.27 obliviate12@newspim.com |
이날 오전 11시 1분께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중년남성의 목소리로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였다. 이 남성은 "성산교회 오르막길에 노란색 다솔어린이집 유치원 차 뒷바퀴에 상자를 두었습니다.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중년 남자와 통화 내용을 따라 현장으로 나가 확인해보니 A4용지 박스가 놓여 있었고 상자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 1개가 들어 있었다. 금액은 모두 7600만5580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로 23년째 총 24차례에 걸쳐 몰래 보내 준 성금은 총 8억8473만3690원에 달한다.
또한 천사가 남긴 편지로 보이는 A4용지에는 "대학 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 하는 전주 학생들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힘내시고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의 뜻에 따라 이 성금은 사랑의 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 주민센터에 보낸 뒤 사라져 불리게 된 이름으로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남몰래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이어지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전국에 익명의 기부자들이 늘어나게 하는 '얼굴 없는 천사'들이 나타나게 했다.
이와 관련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이러한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연상케 하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주변 6개동이 함께 천사축제를 개최해 불우이웃을 돕는 등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0년 1월에는 얼굴 없는 천사의 숨은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노송동 주민센터 화단에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얼굴 없는 천사의 비'를 세우기도 했다.
지난 2015년 12월에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오갔을 주민센터 주변에 기부천사 쉼터를 조성했고 옆 대로는 '천사의 길', 인근 주변은 '천사마을'로 이름이 붙여졌다. 2017년에는 천사의 길을 따라 천사벽화를 그리고 2018년 동 주민센터 입구에 천사기념관을 조성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천사의 거리 '안내조형물'을 설치했다.
전주시는 그동안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6578세대에 현금과 연탄, 쌀 등을 전달해 왔으며, 지난 2017년부터는 노송동 저소득가정 초·중·고교 자녀 20명에게 해마다 천사장학금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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