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특파원칼럼] 주중 대사관 외교행낭이 밀수 보따리인가

기사입력 : 2022년12월16일 18:00

최종수정 : 2022년12월16일 23:52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 교민 단체는 며칠째 자가 진단키트와 감기약을 무료 배포하고 나섰다. 한 업소는 진단 키트를 구해 고객 사은 행사 선물로 나눠줬다. 거래처는 협력사에게 선물로 '코로나 특효약' 롄화칭원을 선물했다. 일반 교민들끼리도 힘을 합쳐 약품 등 코로나 방역 물품 지원 자선운동을 펴고 있다.'

위드코로나에 따른 맹렬한 코로나 확산세로 약 1만 8000명에 달하는 베이징 교민사회도 큰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둘 가운데 한명 꼴로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안팎의 따뜻한 온정이 얼어붙은 교민사회 분위기와 영하 10도의 강추위를 훈훈하게 녹이고 있다. 비슷한 미담은 광저우와 상하이 한인사회에도 전해진다.

12월 15일 중국 국가외교부도 주중 외국매체 기자들에게 N95 마스크 3개와 진단키트 2개씩 배포했다. 이날 오후 외교부 직원은 많이 못드려 죄송하다고 말한 뒤 건강을 잘 지키라는 덕담과 함께 작은 봉투를 건넸다. 6일째 감기를 앓아온 기자에겐 설중송탄(雪中送炭, 때맞춰 필요한 도움을 줌)이었고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기자는 중국 당국이 10조항 방역 개선 '위드코로나' 조치를 발표한 12월 7일 이후 거의 매일이다 시피 차오양구 일대 약국을 돌아 다녔으나 자가 진단 키트를 파는 곳은 단 한 곳도 발견하지 못했다. 중국인도 어려운데 외국인이 구하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유명 감기약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치료에 효험이 있다는 롄화칭원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자 약국들은 아예 '롄화칭원 매진'이라고 써붙여 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실제 어떤 곳은 약품 진열대가 텅텅 비었고, N95마스크 파동이 터질지 모른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베이징 등 중국 대도시 코로나19 확산세는 쉽게 진정될 기미가 안보이고 의료 물품 사재기 진통 등의 혼란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감기약과 자가 진단 키트 같은 개인 방호 의약 물품을 언제 부터 제대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

이픈데 자유롭게 약을 구할 수 없는 상황. 올봄 상하이 도시 봉쇄 당시 식료품 배달이 끊겼을 때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12월 7일  '위드코로나' 진입 이후 일주일 넘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자녀를 둔 중국내 한국 교민 가정과 건강 취약층 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16일 아침 기자는 대한민국 주중 대사관 관계자로 부터 '보도자제 요청' 이란 제목의 위챗 알림 문자를 접수하고 착찹한 심정과 함께 심한 불쾌감을 느껴야했다. '보도자제 요청'이란 말 자체도 달갑지 않은데다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우리 교민 단체들을 도와 외교행낭으로 의약품을 들여왔다. 보도가 되면 이번 건을 포함해 추후 있을 수 있는 통관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로인해(보도로 인해) 재외국민 보호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보도자제를 요청한다.'

'차후 운송건...' 운운하는 걸로 봐서 우리 언론이 보도만 자제하면 앞으로도 외교행낭을 통한 약품 운송이 계속 이뤄질 수 있다는 뉘앙스가 행간에서 읽혀진다. 기자에게 이 보도 자제 요청문은 떳떳치 못한 일에 대한 함구 요청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 주중 대사관의 외교행낭에는 마땅히 담을 만한 물건이 담겼다. 국민 건강이라는 명분도 충분히 갖췄다. 그걸 주관한 우리 한인 단체도 매우 장한 일을 했다. '보도자제 요청'까지 내가며 감추고 쉬쉬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미담으로 선양해야할 일이다.

외교행낭이 무슨 밀수 보따리도 아니고 국민 건강에 필요한 약품을 들여오는 일에 대사관이 지나치게 중국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유쾌하지 못하다. 보도자제 요청의 목적이 국익(국민보호)을 위한다고 하는데 실은 국격을 깎아먹는 게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저자세 외교의 또다른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16일 주중 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비엔나 협약에는 외교행낭에 약품같은 물품을 담을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더욱이 코로나라는 비상시기에 국민건강이 위협에 처한 상황에서 감기 약과 진단키트를 외교행낭에 좀 담아왔다고 대체 누가 문제를 삼겠는가.

대사관 관계자는 독일의 백신 요청을 중국이 거부한 사례를 거론하는데 그 역시 비유가 옹색하고 적절치 않다. 독일의 백신 요구 처럼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교민들 대다수는 지금 엄동설한의 베이징서 고열을 않고 있는 가운데 주요 감기약과 진단키트 등 필수 약품 자체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디.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