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일본 보고서 게재
세계유산위 '유감' 표명에도 억지 주장 반복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에서 조선인과 일본인의 노동 조건이 같았다는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유산위원회는 13일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유네스코 사무국에 제출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보존현황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군함도 강제징용 노동자의 사진으로 알려진 사진들. 오른쪽 사진이 사이토 고이치씨가 자신이 찍은 것이라고 밝힌 사진이다. 왼쪽 사진은 지난 2017년 지쿠호 탄광의 일본인 광부 사진으로 밝혀졌다. [사진=EBS역사채널e] 2021.01.29 89hklee@newspim.com |
이번 보고서 제출은 세계유산위원회가 지난해 7월 조선인 강제 징용자에 대한 설명 부족 등을 지적하면서 일본의 세계유산 관리 방식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올해 12월 1일까지 보존현황보고서를 내도록 결정문을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번 보고서에서도 당시 현장에서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체계적인 차별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정부는 보고서에서 "당시 세계의 탄광 대부분에서 그러했듯이 하시마, 즉 군함도 탄광에서의 노동도 모든 광부들에게 가혹했다"며 "그러한 조건이 한반도 출신에게 더욱 가혹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는 지금까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가총동원법에 따른 국민 징용령은 당시 모든 일본 국민들에게 적용됐다며 '희생자들'은 출신지와 관계없으며, 근대산업시설에서 노동하다 사고나 재난으로 고통받거나 숨진 이들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지난해 6월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이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IHIC)를 시찰하기 전 '부정확한 정보'를 받아, 2차 세계대전 당시 징용 정책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를 갖게 됐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아울러 지난 2015년 이들 시설을 세계 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들이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노역을 당했다"며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도 거듭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관계 오류와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역사적 조사에 근거해 IHIC 전시의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유네스코와 ICOMOS 공동조사단은 일본이 2020년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실사한 결과 1910년 이후 '전체 역사'(full history)에 대한 일본의 해석이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냈다. '전체 역사'는 군함도 등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일본의 관점뿐 아니라 한국인 강제 징용자 등 피해자의 시각까지 균형 있게 다루라는 취지다.
지난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례적으로 '강력한 유감'이 명시된 결정문까지 받아들고도 일본이 조선인 차별이 없었다는 주장을 반복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우려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보고서에 대해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12월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된 일본 근대산업시설 등재 후속조치 이행경과보고서와 관련, 세계유산위원회의 거듭된 결정과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들이 충실히 이행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일본이 작년 7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유네스코-국제기념물유적 협의회 공동조사단 보고서의 결론을 충분히 참고하여 일 측이 약속한 후속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지난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날 공개된 일본 정부 보고서와 관련해 "우리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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