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제한되지만…개인 카페 플라스틱 빨대 사용
"컴플레인·비용 문제로 부담돼"
정부는 다회용 컵만 지원…빨대는 나 몰라라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명동의 한 개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권모(24) 씨는 여름 내내 일에 시달렸다. 영어로 더듬더듬 외국인 손님을 받고 있으면 위층에서 커피를 마시던 손님들이 내려와 잔을 바꿔달라고 했다. 종이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컴플레인에 시달리던 카페는 지난 9월 발주를 마지막으로 친환경 재활용성 방수 종이컵을 치웠다.
일회용품 사용 제한 품목이 늘었지만 권 씨가 일하는 매장은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한다. 권 씨는 지난 여름을 회고하면서 종이 빨대를 도입하게 되면 비슷한 컴플레인이 계속 들어오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는 "매장 내에서 머그컵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정도만 하고 있다"고 했다.
24일을 기점으로 카페 안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개인 카페를 중심으로 친환경 빨대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다르게 개인 카페는 컴플레인 부담을 온전히 떠안는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24일부터는 일회용품 규제 대상이 확대돼 식당 등에서도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사용 등이 금지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카페 모습. 2022.01.06 kimkim@newspim.com |
중구의 개인 카페들은 대부분 플라스틱 빨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계산대 가까이에 있어 근무자가 집어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더러 손님이 마음대로 뽑아 쓸 수 있도록 빨대를 뭉텅이로 내놓기도 했다.
북창동에 위치한 한 개인카페는 일찍이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빼는 등 준비를 전부 마쳤다. 음료를 한번 저어서 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고민도 있다. 카페에서 근무하는 임모(29) 씨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일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임 씨는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은 빨리 받아가야 해서 마음이 급하다"며 "정부에서 내려온 방침이라고 해도 빨대를 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침전물이 생기는 음료를 파는 카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생과일 주스를 판매하는 한 사장님은 "빨대를 빼니 단골들이 스무디는 숟가락으로 떠 먹으라는 거냐고 말하기도 했다"며 "계도기간이다 보니 빨대를 달라고 하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토로했다.
이 와중 정부에서도 종이 빨대에 대해서는 특별히 지원을 해주지 않아 비용 문제까지 더해진다.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서울시 다회용컵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회용컵 사용량이 많은 거점지역에 있는 카페를 골라 다회용컵을 수거할 수 있는 무인회수기 설치를 지원한다.
그러나 일회용 빨대 지원은 따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카페 사장님은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와 가격이 네 배까지 차이 나기도 한다"면서 "정부에서 비용을 대주지도 않는데 프랜차이즈에 먼저 정착된 후에 개인 카페를 규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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