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참사 공방 재점화
이임재 "서울청에 기동대 두 차례 요청, 거절"
서울청장 "집회로 배치 못한 것 아냐" 반박
'핼러윈 보고서 폐기 지시' 서울청 개입 관건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이태원 참사를 두고 사건 당일 현장을 지휘한 용산경찰서와 서울경찰청 간의 공방이 재점화 되고 있다. 핼러윈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 삭제와 더불어 기동대 지원 요청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다. 경찰 조직이 '각자도생'을 위해 분열하면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 전 용산서장 "참사 전에 기동대 두차례 요청…서울청 거부"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현장 총괄책임자인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16 pangbin@newspim.com |
용산서는 참사 당일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서울청에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지만 서울청이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청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이 전 서장은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 질서 유지를 위해 서울청에 기동대를 배치해야 한다는 요청을 했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두차례 요청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요청했냐는 질의에 대해선 "제가 주무부처에 핼러윈 축제 관련해서 가장 효율적인 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했고, 해당 직원이 서울청 주무부처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하지만 서울청이 당일 집회·시위가 많아서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왔었다"며 "서울청에서 기동대 지원에 대해 재차 검토했지만 집회·시위 때문에 지원이 힘들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광호 서울청장 등 지휘부에 직접 기동대 배치를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당시 김 청장이 재차 검토했지만 집회·시위 대비 병력이 부족해 안 된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번의 검토 결과 기동대 배치가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제가 다시 직접 요청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청 입장은 다르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지난 7일 서면 기자간담회를 통해 "집회 대비 때문에 경력이 부족해 배치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며 "112신고 접수 이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 용산서 '핼러윈 보고서' 삭제…서울청 개입했나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8차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07 pangbin@newspim.com |
서울청과 용산서의 책임 공방은 '핼러윈 보고서 폐기 지시'를 두고서도 이어졌다. 앞서 용산서 정보과 직원이 핼러윈 인파 위험을 경고한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참사 뒤 사무실 PC에서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성민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31개 경찰서 정보과장 단체 대화방에서 폐기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용산서 정보과장은 직권남용과 증거인멸,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으며,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박성민 부장도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박 부장이 단체 대화방에서 '감찰·압수수색을 대비해' 폐기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있어 향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특수본은 보고서 삭제 과정을 두고 작성한 정보관과 김 경정 등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용산서 정보과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경위를 파악 중이다.
김 청장은 용산서가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수반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해당 보고서는 보행자 도로난입, 교통 불편, 마약·성범죄 우려 등 내용으로 작성돼 있었다"며 "용산서 정보과는 자체 종합 치안대책에 동일한 내용이 반영돼 있다고 생각해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료를 열람한 서울청 담당자도 보고서 내용이 일반적인 예상 수준이라 판단해 별다른 추가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 과정에서 책임 공방이 거세지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참사가 어디서부터 잘못 되서 발생한 건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책임 회피나 꼬리 자르기 식의 수사 과정은 보여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경찰 관련 피의자들을 모두 빠른 시일 내 소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