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주택법' 개정안 이달중 발의 예정
10년 입주후 거래 가능..시세 차익 인정
주택법 개정 전 고덕강일 3단지 예약 진행 가능
토지임대료는 오를 듯…개인 재테크 지원 비판도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개인간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금은 토지임대부 주택 환매 대상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토지임대부주택은 사실상 수요가 없으며 공급을 가로막은 규제로 지적되고 있다. '반값 아파트'인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담긴 셈이다.
다만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해지더라도 임대료 부담 등은 넘어서야 할 또 다른 과제로 꼽힌다.
◆ 분양 10년 후 사인 간 거래 허용 합의…SH 고덕강일 3단지 흥행 '기대'
1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서울토지주택공사(SH) 등에 따르면 토지임대부 주택의 시세차익을 인정하고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에 대해 세 기관이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적정 시세차익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서울시, SH와 논의를 끝냈고 이달 중에 의원입법으로 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시와 SH가 요청한 사안을 국토부가 반영하는 것으로 협의가 끝나 조만간 법 개정이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H 관계자도 "지난 6월 국토부에 건의해 협의한 끝에 사인 간 거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세 기관 협의에 따르면 토지임대부 주택의 사인 간 거래는 전매제한이 풀리는 분양 10년 후부터 가능해진다. 분양 후 10년이 지나면 건물 소유주가 시장에 가격을 제시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지난 2020년 12월 문재인 정부 당시 개정된 주택법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되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매가격은 수분양자가 낸 입주금에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합산하도록 돼있다.
앞서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담은 10·26 대책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대신 거주의무가 해제되는 5년 이후부터 10년까지 공공에 환매시 시세차익 70%를 인정하는 방향이 반영된 바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분양 10년 이후부터 토지임대부 주택 거래를 시장에 맡겨 주택 소유자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다 확대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이처럼 개인 간 거래를 전면 허용하기로 한 것은 토지임대부 주택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토지임대부주택은 그 동안 LH에만 환매를 허용하고 환매금액도 분양대금에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율을 적용했다.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사실상 부정하는 제도여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토지임대부 주택의 환매 등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주택법 개정 후 토지임대부 주택은 한 건도 공급되지 않았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일정 기간 이후 토지임대부 주택이 자산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수요가 살아나 공급이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취임 전부터 토지임대부 주택 확산을 강조했던 김헌동 SH 사장은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헌동 사장은 지난 9일 취임 1년을 앞두고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용인, 파주, 왕십리에서 평당 1000만원 후반대 아파트를 분양하는데 공기업이 적정 이윤만 남겨 강남권에서 평당 900만원대 아파트를 공급하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며 "10년 전에도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은 전용면적 84㎡ 주택을 2억원 초반에 분양해 미분양이 많아진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SH는 첫 토지임대부 주택 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3단지를 전용면적 59㎡(25평) 기준 3억5000만원에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근처에 있는 강동리버스트 4단지 전용 59㎡의 매매 호가는 10억원, 전셋값은 4억∼5억원에 형성돼 있어 절반 이상 훨씬 저렴하게 공급된다. 주택법 개정 전이라도 예약금 없이 예약을 받은 뒤 90% 건설이 완료된 이후 공식 분양 절차인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시점에 주택법 적용을 받게 돼 사전예약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2022.04.04 pangbin@newspim.com |
◆ 김헌동 사장 "집값 잡는 수단으로 활용"…특정인에 특혜 우려도
토지임대부 주택은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급등한 서울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청년층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올랐다.
반값 아파트 20만가구를 공급하고 원가주택 30만가구를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는 윤석열 당시 후보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국토부는 8·16 주택공급대책에 토지임대부 주택에 수분양자 이익을 인정하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담았다. 이후 10·26 대책에서 제시된 구체안을 토대로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게 국토부 방침이다.
반면 토지임대부 주택의 거래를 전면 허용하면 특정 소수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 임대료를 별도 청구하지만 사실상 토지가 포함된 주택처럼 거래돼 일반 아파트와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돼 부작용이 상당했다는 취지다.
대지 지분을 정부가 갖고 건물을 입주자가 소유한 한남시범아파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입주자들은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토지를 정부로부터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제한하고자 했지만 결국 민간으로 토지가 넘어가는 수순으로 귀결되는 게 토지임대부 주택의 한계라는 의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공이 특혜를 줘서 건물만 싸게 사도록 해서 시세 차익을 허용하면 개인의 재테크를 지원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재건축 시기가 도래하면 건물 소유자들이 공공에 땅을 매각하라고 요청하며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데다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공적 역할과도 거리가 멀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성 확보를 위해서는 토지임대료도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예금 이자율을 적용 적용하는 현재 기준으로는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게 SH 설명이다. 최소한 조달비용에 해당하는 대출이자 수준을 적용해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취지다. 국토부도 토지임대료에 자율성을 부과하는 방침을 정한 만큼 앞서 2011년 판교 등에서 예금금리를 적용해 월 35만원의 토지임대료를 받은 데 비하면 최소 50만원 가량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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