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핵심 인물들 떠나며 '세대교체'
태국·UAE·멕시코 등 데이터센터 투자
스마트홈기기 커넥티드·헬스케어 박차
빅테크 기업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 국가들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데다 높은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경기 둔화로 매출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졌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성장했던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비용절감과 함께 전략 수정에 나섰다. 위기의 시대, 빅테크들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과 달라지고 있는 전략들을 짚어본다.
[실리콘밸리=뉴스핌] 김나래 특파원 = "지금 경제는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아마존을 일궈낸 제프 베이조스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경영에서 27년 만에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베이조스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엄청난 부를 쌓으면서 당시 억만장자 1위를 연속 달성하기도 했던 만큼 그의 경고를 업계에서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빅테크 위기돌파] 글싣는 순서
1. '돈잔치 끝났다'...짐싸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
2. 구글, 복지 줄이고 클라우드·구글글래스에 집중
3. 'AR 왕좌' 노리는 애플, 캐시카우 구축도 전념
4. 쪼그라든 메타, VR과 메타버스에 올인
5. '자율주행·로봇'에 진심 머스크, 투트랙 전략 올인
6. 새판짜는 아마존, 스마트홈·헬스케어 시장 잡는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인 엔디 재시도 비슷한 경고를 하고 나섰다. 제시 CEO는 최근 전 직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우리 앞에 힘든 경제 상황이 펼쳐질 징후가 있다"며 "내년에는 회사가 더 간소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회사가) 절약을 두 배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존도 경제 침체 우려 속에 감원을 하며 주력 사업들을 재정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로봇, 드론과 헬스케어 분야 기술 개발에는 여전히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전자상거래로 성장한 아마존이 스마트홈과 헬스케어시장에서도 진화된 '뉴 아마존'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맨해튼의 서점 창문에 비친 아마존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제시의 '뉴 아마존' 경영 시험대...주요 경영진 줄줄이 퇴사
아마존도 다른 빅테크 기업처럼 고민이 많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판매 둔화에 이르면서 수많은 도전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의 주요 핵심인물들이 떠나면서 내부 분위기는 '우려반, 기대반'이다. 아마존의 하드웨어를 감독하는 두 핵심 인물이 최근 회사를 떠났다. 아마존의 하드웨어 연구 개발 수장인 그레그 제어가 은퇴했는데 그는 '랩126'이라는 프로젝트인 가정용 로봇 '베스타'를 개발하고, 전자책 킨들의 '키맨'이었다.
또 아마존 알렉사의 톰 테일러 수석 부사장도 은퇴한다. 이 핵심 인사들은 모두 회사에서 10년 이상을 보냈다.
이외에도 아마존의 직장 보건 및 안전 책임자인 헤더 맥두걸은 지난 9월 회사를 떠났다. 제이 카니 공공정책국장도 지난 7월 에어비앤비에 합류하기 위해 떠났고, 23년의 아마존 베테랑 데이브 클락 역시 소매 부문 책임자 자리에서 사임했다. 이어 유명한 아마존의 흑인 임원인 데이브 보즈먼과 글로벌 고객 이행 담당 수석 부사장인 알리시아 볼러 데이비스도 6월 사임했다.
이에 대해 CNBC는 "재시 CEO가 회사 전체의 지출을 통제하면서 경영진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부 직원들의 분위기도 얼어 붙었다. 아마존은 연말까지 채용을 중단한며 이는 직원 대부분이 일하는 물류창고가 아닌 '월드와이드 아마존 스토어' 사업부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코로나19 시기에 온라인 매출이 급증하면서 창고 공간을 확대하고 많은 직원을 채용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꺾이면서 크게 늘린 인력과 공간의 감축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아마존은 지난 2분기 직원 9만9000명을 감원했다. 아마존 직원 수는 지난 6월 기준 비정규직을 포함해 150만 명이었다.
이에따라 아마존 직원들의 이직율도 높아지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 AWS 사업도 재정비 나서고 데이터센터 투자는 지속
클라우드 서비스 AWS(아마존웹서비스)는 아마존 캐시카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마존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AWS의 영업이익율은 아마존의 주력인 전자상거래 영업이익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 분야는 클라우드 시장의 세계 1위인데다 기업의 IT인프라 구축 및 운영 비용을 줄여주기 때문에 불황에도 빛나는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3분기 실적에서 AWS 부문 실적은 전문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아마존 내에서도 AWS의 비용절감을 이유로 고용도 동결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클라우드 수요 마저 위축될 정도로 우려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아마존은 AWS 사업을 재정비하고 조용히 광고 모델을 진화시키고 데이터센터에 투자해 외연확장에 나섰다.
먼저 회사는 AWS를 활용해 광고 수익 증대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AMS(Amazon Marketing Stream) 베타 버전이 출시됐는데 궁극적으로 판매자의 전환율과 광고 비용 대비 수익률(RoAS)를 개선할 수 있어 주목된다. 이는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광고 솔루션으로 판매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성공을 거두면서 아마존은 궁극적으로 광고주가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AWS 솔루션으로 상향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마존의 온라인 광고는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아마존 시장 점유율은 3위(14.6%)를 기록했는데 구글이 26.4%, 메타가 24.1%로 업계 1, 2위를 달렸다. 광고 시장이 침체기라고 하지만 아마존에게는 기회라는 분석이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수천 만명인데다 축적된 데이터를 감안하면 승산이 있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데이터 센터 투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AWS를 통해 태국에 향후 15년간 5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AWS는 태국 수도 방콕에 고객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허브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WS는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에 데이터 센터를 열었으며, 멕시코에도 투자를 발표하는 등 세계 주요 도시에 로컬 허브(거점)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이 최근 내놓은 스마트홈 제품의 모습 [사진=아마존] 2022.10.28 ticktock0326@newspim.com |
◆ 스마트홈 기기 연결·헬스케어 신사업 집중
아마존은 회사를 키워왔던 온라인 쇼핑 보다는 새로운 사업 확장에 승부를 걸고 있다. 재시 CEO가 취임 이후 미국 내 거의 모든 콜센터를 폐쇄하고, 물류창고 건설 계획을 연기한 것도 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회사는 기존 스마트홈 기기와 헬스케어 사업을 재정비하면서 새로운 기술 개발에 막대한 현금을 쏟고 있다. 아마존이 자체 제작한 IT 기기 매출은 핵심 사업인 온라인 상거래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일부는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예컨대 아마존은 최근 아동용 영상통화 기기 '아마존 글로' 판매를 종료했으며 가정 배달용 로봇 '스카우트' 사업도 접었다. 아마존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실험적인 프로젝트는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아마존은 최근 수많은 스마트 홈 기기를 내놓으며 '스마트홈 기기의 커넥트(연결)'의 밑그림을 그렸다. 아마존이 내놓은 제품 가운데 수면 패턴을 자동으로 파악해주는 탁상시계 헤일로 라이즈가 있다. 이 기기는 사용자가 잠을 자는 동안 실내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고 수면의 질을 분석한다.
여기에 5세대 스마트스피커인 에코닷 시리즈도 기존 제품보다 음질과 온도 센서를 강화했으며 작년 출시한 가정용 로봇인 아스트로는 반려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짧은 영상을 찍어 사용자에게 보내줄 수 있는 모니터링 기능을 추가했다.
아마존은 그동안 음성인식 비서인 알렉사를 기반으로 집안의 필수품들을 장악해왔다. 최근에는 로봇청소기 업체 아이로봇과 벨기에 창고 로봇 기업인 클루스터먼스 인수에도 나섰다.
아마존의 대형 인수를 통한 헬스케어 사업 확장도 눈여겨 봐야 한다. 아마존은 원격진료 서비스 '아마존 케어'는 중단했지만 막대한 자금으로 헬스케어 시장을 조용히 장악하고 있다.
아마존은 긴축 경영에도 불구하고 올해 7월 미국의 의료업체 원메디컬을 39억달러에 사들였다. 아마존이 원메디컬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미국 내 25개 지역에 188개 1차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 서비스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멤버십 기반이며 회원 수는 76만 명이다.
아마존은 기존에 인수한 회사와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18년 약국 서비스 업체 필팩, 2019년 원격진료 기업 헬스 네비게이터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헬스케어 사업 확대에 나섰다.
향후 아마존은 이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모바일 앱으로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원격진료나 의사 방문진료 등을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거대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헬스케어 산업 시장 규모는 미국 시장만 4조달러에 달한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약 8000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아마존이 포기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전자상거래를 장악한 것처럼, 스마트 홈시장과 헬스케어 시장도 장악하는 제 2의 아마존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