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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밀녹음 전성시대', 처벌만이 능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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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 화우 변호사

그야말로 비밀녹음 전성시대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탐사보도,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취재와 제보, 1인 미디어, 개인 간 분쟁에도 비밀녹음은 필수처럼 자리잡은 지 오래다. 폭언, 갑질, 성범죄, 무고, 아동학대, 사기 등 형사범죄뿐만 아니라 구두계약내용이나 계약서 해석 관련 민사분쟁에서도 비밀녹음은 진실을 알리는 해결사처럼 등장한다.

재판은 과거에 존재하던 범죄나 분쟁을 현재 시점에서 증거를 통해 입증하는 과정이기에 어찌 보면 이런 현상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비밀녹음은 법상 허용되는 것일까.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있다. 제3자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경우 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녹음자가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인 경우에는 상대방 동의가 없더라도 허용된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이준형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2022.10.21 peoplekim@newspim.com

그런데 얼마 전 국회에서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주된 요지는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라 하더라도 그 전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면 안 된다는 것으로 대화자 사이라도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못한 비밀녹음은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개인의 기본권과 공익을 충실히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화자 간의 비밀녹음이 형사책임까지 져야할 정도의 범죄행위인지는 의문이다. 얼굴이나 신체촬영조차 성범죄, 명예훼손 등의 문제가 없다면 대부분 민사책임의 영역이다. 그간의 만연한 관행과 인식을 바꾸려면 이를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가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국가형벌권 행사는 국가가 행사하는 권력 중 가장 강력한 힘이고 대상자에게는 가혹한 강제력이기에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의 수단으로 필요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과연 이 방법만이 효과적인 것인지 깊이, 그리고 신중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소송에서 녹음이 진실발견과 분쟁예방 및 권리구제에 기여하는 부분 역시 큰 지장과 왜곡이 초래될 수 있다. 대화자의 경우 대부분 분쟁의 대립당사자로 발전하여 재판 과정에서 진술이 왜곡되거나 과장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람의 기억은 불완전하고 때로는 왜곡되며 표현과정에서도 오류가능성이 높다. 반면 녹음은 기계적 왜곡이 없는 이상 그 당시의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재현하여 분쟁을 예방, 해결하고 조기에 종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화자 간의 녹음조차 형사처벌 대상으로 봉쇄한다면 기억과 진술의 오류 및 당사자의 첨예한 대립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염려된다.

아울러 영미의 증거개시절차와 같은 제도가 없는 우리 법제하에서 국가기관과 같은 강제력이 없는 개인은 녹음이나 촬영 외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녹음은 주로 지위상 열세인 쪽에서 만일을 대비해 이루어지는데 문서보다는 구두에 의한 의사소통과 약속이 빈번한 우리의 현실에서 개정안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서류작성을 요구할 수 있는 우월한 지위의 당사자일 가능성이 높다.

녹음자에게 형사고소를 암시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이 드러나지 못하도록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면 녹음자는 만일에 대비한 녹음 단계부터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실제로 필요한 상황에서도 형사고소의 부담으로 사용을 포기하여 결국 권리구제에 지장이 초래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개정안은 일률적인 비밀녹음행위 처벌에 대한 대책으로 녹음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추가하였다. 사회적 약자의 자기방어와 진실발견 및 공익제보 등의 기능을 허용하려는 취지로 이해되나 이 부분 역시 충분하고 적절한지 의문이다.

먼저 비밀녹음행위가 기본적으로 불법이 되어 피녹음자가 고소를 하는 경우 형사피의자가 되는 것은 불가피하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받기 전까지 면책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일 수 밖에 없다. 피해자가 오히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또한 비밀녹음이 주로 문제되는 사례는 사기, 강요, 성범죄, 폭언 등 개인적 법익과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공공의 이익에 포섭될 수 있는지도 문언상 명확하지 않다.

특히 수정안과 유사한 규정형식을 가진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조각사유인 형법 제310조와 관련한 대법원의 거증책임 전환의 법리에 따르면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녹음자가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합리를 해소하고자 추가된 예외조항이 오히려 부담을 지우는 역설적인 상황도 우려된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그리고 통신의 비밀과 음성권은 보호받아야 할 권리임에는 의문이 없다. 그동안 우리사회에 비밀녹음과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만연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개정안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개정안과 같은 형태로 국가 차원의 형사처벌이 관철되어야 하는 것인지, 현재의 규정으로 부작용 없이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헌법상 기본권이라 하여 이를 침해하는 행위를 반드시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확실한 증거를 가지지 않으면 자신을 방어하기조차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각자 도생의 현실 속에서 개인이 나름의 방법으로 타인의 정보를 취득하려는 움직임을 마냥 탓할 수 있을까. 첨단 기기가 날로 발전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비밀녹음을 형사처벌한다고 기본권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사실을 기록하고 증명하기 위한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오히려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형사처벌이 필요한 문제의 본질이 녹음행위인지 아니면 이를 악용하는 경우인지도 세심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밀녹음 자체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차분히 되짚어 보아야 한다. 최근 발의된 수정안의 배경이 된 공청회와 같이 보다 활발한 사회적 논의와 의견수렴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근접한 묘안이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준형 법무법인(유) 화우 변호사

2003년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2007년 사법연수원 제36기 수료

2015년~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2016년~현재 서울지방변호사회 자치법규평가TF 위원

2018년~현재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 회원

2019년~현재 대한변협 법제위원회 및 법령심의 특별위원회 위원

2010년~현재 법무법인(유) 화우 변호사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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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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