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략자산 핵항모 레이건함 23일 입항
5년만에 한반도 전개…이달말 동해 연합훈련
북한 7차 핵실험‧핵무기 선제공격 '무력 압박'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자산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함(CVN-76‧10만t급)을 기함으로 한 5항모전단이 23일 오전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7차 핵실험 준비와 핵무기 선제공격까지 선포한 북한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그동안 핵항모의 한반도 전개를 극렬하게 반발해왔던 북한이 어떤 입장과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외교‧국방 고위급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가 지난 9월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이후 첫 미 전략자산 전개다. 미국이 동맹국에 전개하는 3대 핵우산 전력은 핵항모와 핵잠수함, 핵탑재 전략폭격기가 대표적이다.
[부산=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9월 23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에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입항한 가운데 갑판에 전투기가 탑재되어 있다. 2022.09.23 photo@newspim.com |
◆북한, 핵항모 전개 극렬 반대…향후 대응 주목
핵항모를 기함으로 한 항모강습단은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비수'를 탑재한 공격 핵잠이 수중 탐지와 호위를 한다. 핵항모와 핵잠, 여기에 전술핵을 장착할 수 있는 F-35C 스텔스 함재기까지 사실상 미 전략자산이 총출동한다.
미 5항모전단 기함 레이건함은 타이콘데로가급 유도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스빌함(CG-62)과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배리함(DDG-52)을 이끌고 이날 오전 9시 부산작전기지에 들어왔다. 항모강습단 소속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DDG-65)은 진해 해군기지로 입항했다. 로스앤젤레스급 핵잠 아니폴리스(SSN-760·6000t급)도 합류한다.
통상적으로 공격 핵잠 2척이 함께 다니지만 맨 전방 물속에 있기 때문에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 미 해군은 2년 전부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에 핵탄두를 경량화한 신형 전술핵무기를 핵잠에 탑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군 당국은 한미 해군이 이달 말 동해상 한국작전구역(KTO)에서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해 강력한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미 동맹의 굳건한 의지를 보여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미 해군은 지난 4월 우리 공해상에 4년 5개월 만에 진입한 핵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함(CVN-72‧10만t급)에 한국군 합참의장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연합사 부사령관 등 한미군 수뇌부가 함께 올라 전술토의를 하면서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보냈다.
[부산=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23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에 '미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입항한 가운데 갑판에 승조원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2022.09.23 photo@newspim.com |
◆한미, 레이건함과 동해상 작전구역 연합훈련
미 핵항모를 앞세운 항모강습단의 부산작전기지 입항은 2017년 10월 레이건함이 온 후 5년 만이다. 군 당국은 "이번 한반도 전개는 지난 5월 '미국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한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 간 합의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또 군 당국은 "지난 7월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지역 전개를 포함한 동맹의 억제태세를 강화한다'는 한미 국방부 간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핵항모가 한반도에 전개되는 것만으로도 북한에게는 엄청난 압박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지난 4월 핵항모 링컨함의 공해상 진입과 한미군 수뇌부의 동승에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향후 북한의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5월 링컨함의 동해상 진입과 관련해 "진정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면 우리 국가의 합법적이며 정상적인 자위권 행사를 걸고들 것이 아니라 조선반도(한반도)와 그 주변 수역에 전략자산들을 끌어들여 침략적인 전쟁 연습을 벌려놓고 있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을 문제시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었다.
북한은 지난 6월 현충일 전날 한미가 4년 7개월 만에 핵항모 레이건함을 동원한 연합 해상훈련을 한 것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 북한 전역 4곳에서 동시다발로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등 8발을 섞어쏘면서 무력시위를 했었다.
레이건함은 니미츠급으로 원자로 2기를 갖고 있어 한 번 연료를 채우면 20년 동안 재공급 받지 않고 운항할 수 있다. 길이 332m, 높이 62m, 폭 76m이며, 비행 갑판의 면적은 축구장 3배 크기인 1만8210㎡다.
2003년 7월 취역했다.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최신예 F-35C 스텔스기를 비롯해 F/A-18 슈퍼호넷 전투기,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등 90대 함재기를 싣고 다닌다. 최대 속력 30노트(56km)이며 6000명 승무원이 타고 있다.
이날 입항 환영행사에는 김경철(준장) 해군작전사령부 해양작전본부장, 마이클 도널리(준장) 5항모강습단장, 마크 셰이퍼(준장) 주한 미 해군사령관, 프레드 골드해머(대령) 레이건함장 등 한미 해군 지휘관이 함께 했다.
[부산=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주한 미 해군사령관 마크 셰이퍼 준장(왼쪽 부터), 로널드 레이건 함장 골드해머 대령, 5항모강습단장 마이클 도넬리 준장, 해군작전사 해양작전본부장 김경철 준장 등이 23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열린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 입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9.23 photo@newspim.com |
◆미 핵잠 3~5척 한반도 주변서 현행 작전
미 항모강습단은 이번 방한과 연합훈련이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정이라고 밝혔다. 도널리 강습단장은 "이번 방한은 오래전에 이미 예정된 일정"이라면서 "한미 해군 사이 지속해서 진행한 여러 연합 연습과 작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핵 위협이 급증한 안보 상황에서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를 묻자 도널리 단장은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외교관에게 맡기자"면서도 "전술·작전을 훈련하는 기회이며 동맹의 단결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핵항모 레이건함은 3~5척의 핵잠과 함께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상시적인 현행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소리 없이 강한 은밀성을 지닌 미 핵잠들은 어디로 침투할지 모르는 북한 잠수함들을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있다.
북한의 디젤 잠수함들은 소음과 속력에서 핵잠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북한 잠수함들이 함부로 휘젓고 다니지 못하도록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다.
주한 미 해군사령부도 북한이 2016년 8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도발을 감행하자 한미 연합 작전과 정보 공유 강화 차원에서 한국군 해작사 지하 벙커로 옮겨 한미군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미 핵잠의 규모와 능력은 엄청나다. 핵무기를 탑재한 14척의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은 SLBM 트라이던트 II 24발과 수 십 개의 핵탄두를 탑재하고 있다.
핵무장한 전략 핵잠은 은밀하게 독자적인 수중작전을 하고 있어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어디 있는지도 파악이 안 된다. 막강한 항공력을 보유한 핵항모 자체도 위협적이지만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이야말로 엄청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도 핵항모와 함께 출격하는 항공력과 핵잠의 위력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 해군이 공격 핵잠에도 전술핵을 소형화해 탑재해 나가고 있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