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이후 우울증 발병해 사망...보험금 지급 거부
1심 원고 승소 판결, 2심은 보험사 손 들어줘
"주치의도 합리적 의학적 견해 밝혀"...파기환송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우울증을 앓다가 숨진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B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4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A씨는 2016년 1월 B사와 피보험자를 모친 C씨로 하는 운전자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시 1억원의 교통상해사망 특약에도 가입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보험사는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로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2017년 9월 C씨는 강원도 원주시 소재 도로를 지나던 중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를 피하려다 중앙분리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뇌진탕과 경부척수의 손상, 경추 추간판탈출증 등의 상해를 입고 같은달 29일까지 병원 입원치료를 받았다.
C씨는 2018년 5월 교통사고로 입원한 남편을 간호하던 중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는 C씨가 교통사고로 신체 여러 부위에 상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발병된 우울증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B사는 교통사고와 C씨의 사망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민사 분쟁의 인과관계는 사회적·법적 인과관계며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C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유는 그 시점의 상태와 주위 상황, 동기,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C씨는 교통사고 이전에 정신과적 질환을 보이거나 치료받은 병력이 없고 사교적인 성향을 지녔던 점, 사고로 인한 외상은 위중하지 않았더라도 사고 당시 처했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가 병발했고 우울장애까지 이르게 됐다"며 "갑작스럽게 자신과 마찬가지로 교통사고를 당한 남편을 간호한 지 불과 이틀도 되지 않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점 등을 볼 때 원고의 보험금 청구는 이유가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B사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망인의 사망 원인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이며, 자유 의지에 의한 행동이지 이 사건 교통사고 상해인 우울증의 필연적 결과물이나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라며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우울증)의 직접적인 결과가 아니어서 이 사건 보험금 지급 사유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완치 상태가 아니었던 망인에게 남편의 교통사고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당시 비가 내린 날씨가 망인을 다시 자극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생긴 또는 연관된 정신병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망인의 주치의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주요우울장애의 정신병리에 따른 극단적인 선택의 가능성에 관해 합리적인 의학적 견해를 밝혔고, 원심이 이를 배척하면서 든 근거들은 의학적·전문적 자료에 기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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