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SID, 론스타 요구 6조원 중 2925억 배상 판결
"론스타=산업자본 아니다"…김석동·추경호·김주현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 과정서 한덕수 총리도 도마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6조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한국 정부가 일부 패소했다. 이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등의 과정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인사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31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가 우리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인 2억1650만달러(약 2900억원, 1달러당 135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론스타가 지난 2012년 11월 소송을 제기한 지 10년 만이다.
이번 결과를 놓고 우리 정부가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결국 30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국민세금을 들여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 정부가 ISD에서 패해 수천억원대 배상금을 지급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 2012년 "론스타=산업자본 아니다" 결론 내린 현 경제팀
우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면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다"라고 최종 결론을 내린 당시 금융위원회 고위직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면 애초 2003년 외환은행 인수부터 원천무효이고 국제분쟁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법은 비금융 부문의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인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주식을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처음부터 적절했는지 등을 지적하면서 론스타의 산업자본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론스타의 외환은행에 대한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진행했다. 2012년 1월 금융위는 정례회의에 론스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여부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승인 안건을 동시 상정하고 "론스타가 2010년 말 기준으로는 산업자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현시점에서는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볼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론스타가 일본 내 골프장 운영회사(PGM) 등 비금융계열회사 자산 합계가 2조원을 넘는 산업자본이었지만, 2011년 말 골프장을 매각해 산업자본 문제를 해소했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하면서 여러 펀드 중 외환은행과 관련이 있는 '론스타펀드IV'로 심사 범위를 좁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금융당국이 론스타가 산업자본인 것을 묵인하고 사실상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당시 금융위원장은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부위원장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무처장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은 권혁세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맡고 있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의혹이 나온 2008년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았었다.
이와 관련 금융위 측은 "소송 쟁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지연에 관한 것이지, 산업자본 여부는 쟁점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2022.08.02 leehs@newspim.com |
◆ 한덕수 총리·추경호 부총리도 책임론 재차 휩싸일 듯
애초 한국 정부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도록 승인한 과정을 놓고도 책임론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부는 2003년 외환은행의 부실이 예상되자,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로 인정해 론스타의 인수를 승인했다. 2003년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관여한 인사들은 론스타 외에는 외환은행 부실을 해소할 대안이 마땅치 않았다고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론스타와 관련한 책임론이 집중적으로 거론된 바 있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한 국무총리는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의 고문이었고, 추 부총리는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이었다.
한 총리는 2006년 노무현 정부 경제부총리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론스타의 투자가 없었다면 외환은행은 파산상태로 갔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한 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론스타 문제에 대해 "국가 정부의 정책 집행자로서 관여한 적이 있지만 제 사적인 직장에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 김앤장이 론스타 법률대리를 하는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추 부총리도 인사청문회에서 "그동안 여러 절차가 진행됐고 대법원에서까지 문제가 다 정리된 부분"이라면서 "당시로 돌아가도 그 시장 상황에 있었으면 저는 아마 그렇게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해 손실을 끼친 혐의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기소됐지만 2010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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