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리미트'에서 문정희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잔혹하면서도 지능적인 빌런으로 거듭났다.
문정희는 2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리미트' 개봉을 앞두고 이정현, 진서연과 작품을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그간 스릴러 장르를 몇 차례 거쳐왔지만 이번 영화처럼 소름끼치게 느껴지는 악역은 처음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리미트'에 출연한 배우 문정희 [사진=(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2022.08.23 jyyang@newspim.com |
"'리미트' 원작이 제가 예전에 했던 '연애시대'를 쓰신 노자와 히사시라는 일본 소설가가 쓰신 작품이에요. 저와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우연히 같은 작가의 정 반대 장르의 작품, 전혀 다른 캐릭터를 해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었죠. 처음엔 책을 주시고 읽어보라고만 하셨는데 혜진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책 자체는 엄청 빠르고 시간이 쑥 갈 정도로 스피드한 전개가 느껴져서 이걸 영화로 나온다고 하면 굉장히 다른 작품이 되겠다 싶었죠."
문정희가 연기한 혜진은 보건교사라는 지위를 악용해 아이들의 실종을 꾸미고 장기밀매에 가담하는 인물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고,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거부감이 느껴지지만 그에게도 나름대로의 명분은 있다. 문정희는 캐릭터의 전사를 위해 얼굴을 일그러뜨려 짓는 표정연기까지 감수했다.
"혜진이란 역할이 끌렸던 이유는 명분이 있는 악당 같은 느낌이어서였어요. 남동생에 대한 애착이 있고, 대사 몇줄로만 처리돼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폭력에 시달렸던, 가출을 통해서 그걸 벗어났죠. 누나로서 엄마로서 아빠로서 역할이 얘를 어떻게든 책임져야 하는 처절함이 있었을 거예요. 어린 아이로서 보호받지 못한 둘이 세상으로부터 서로를 지켜야 한다는 왜곡된 가족애가 혜진의 겉모습을 만든 게 아닐까 했죠. 돈을 벌어도 제대로 쓰질 못해요. 장기밀매를 통해서 겉치레를 하지만 거친 머릿결에 마치 일그러진 표정이 관상이 돼버린듯한 느낌이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리미트'에 출연한 배우 문정희 [사진=(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2022.08.23 jyyang@newspim.com |
문정희는 일부러 표정 연기로 찌그러진 인상을 만들면서 "경련이 났었다"고 회상하며 웃었다. 그는 혜진 역으로 함께 악역으로 호흡한 박경혜, 박명훈을 통솔하고 셋의 콤비네이션을 고려할 때 냉철하고 브레인같은 우두머리의 역할을 해야 했다. 말하자면 둘을 보호하면서 책임도 지는 그런 사회적인 포지션에 있는 인물이다.
"액션이든, 악역이든 사실 이런 역이 온 게 정말 반가웠고 찍을 땐 재밌게 촬영했어요. 어떻게 보면 혜진은 30분 이후에나 등장하는데 목소리로는 가장 먼저 나오거든요. 나름대로 열과 성의를 담아서, 영혼을 담아 연기를 해보려고 신경썼죠. 변조를 했어도 돌려보면 그래도 여자같더라고요. 사용하는 어미와 말투에서 여자같은 느낌을 빼고 변조된 목소리를 혜진과 이질감 없도록 하는 과정을 거쳤죠. 영화에 반전이 있다보니 처음에는 힘이 좋고 브레인인 젊은 남자가 아닐까. 기대감을 주는 목소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문정희에 따르면 극중 이정현이 형사, 엄마로서 악착같이 집요하게 추격하고 지킨다면 혜진은 동생을 끝까지 지켜나야 한다는 명분이 있다. 그럼에도 혀를 내두르는 극악무도함이 매 순간 보여야했다. 둘이 뒤엉켜 몸싸움을 하는 장면은 현실적이면서도 꽤나 쉽지 않은 신처럼 보인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리미트'에 출연한 배우 문정희 [사진=(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2022.08.23 jyyang@newspim.com |
"이정현씨가 정말 에너지가 대단한 배우예요. 저도 체력적으로 딸리는 편은 아니고요. 운동도 좋아하고 몸을 부딪히니까 오히려 쾌감이 있었어요. 어쩌면 연애시대의 그게 가짜예요.(웃음) 운동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액션에 거부감은 없었어요. 정현씨도 깡다구니가 대단해서 엄마들의 막싸움 같은 느낌이었죠. 머리채를 막 잡고 냅다 붙어서요. 그래도 총 맞는 신에선 화약 터지는 것 때문에 다친 적도 있었어요. 가슴이 다 멍이들어 새카매졌었죠."
'리미트'의 감독은 실종아동캠페인 등을 포함해 영화 전반에 사회적인 문제의식도 함께 녹여넣었다. 문정희는 "너무 그렇게 가면 가슴이 아프니 영화는 영화로만 봐주시면 좋겠다"면서도 영화의 사회적 메시지에 대해선 열린 시각을 유지했다.
"실종아동에 대한 메시지를 감독님은 넣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현실로 오면 너무 무섭고 끔찍해서요. 제도적으로 나서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해요. 사실 '카트'도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작품이라 굉장히 귀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사회문제란 건 결국 저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어쨌든 책이 재밌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 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면 뭐든 좋아요. 멜로도 하고 싶고, 스릴러도 함께 있으면 더 좋겠죠. 우리 영화 진서연씨가 '한국판 엄마의 테이큰'이라고, 짧지만 액션이 시원하게 표현해주셨어요. 저한테도 이런 장르물은 도전이기도 하고 용기를 내야 하는 선택이었으니, 연기를 잘 봐주시고 좋은 도전으로 남는다면 참 좋겠죠."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