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우영우'는 제 연기 인생에 있어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포문을 열어준 작품이 돼준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고마운 작품이죠."
신생 채널 ENA에서 신드롬급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이야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에서 배우 강기영이 법무법인 한바다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을 연기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강기영 [사진=나무엑터스] 2022.08.18 alice09@newspim.com |
"종영을 하니까 시원섭섭함이 아니라 그냥 섭섭함이 크네요(웃음). 반응도 너무 좋았고, 정말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해주신 것 같아서 너무 뿌듯해요. 식당을 가도 많은 분들이 '우영우' 이야기를 해주시는 걸 들었어요. 흥행작이 처음은 아닌데, 기존에 느꼈던 체감과는 달라요. 정말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는 걸 체감했죠."
작품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이야기이다.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사회에 나가 맞서는 차별과 아픔, 그 속에서 피어나는 따스함과 웃음으로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저 역시도 코로나를 겪으면서 2년 정도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어요. 개봉을 앞둔 영화들도 개봉이 밀리면서 쉬게 됐거든요. 그러다 '우영우' 대본을 받았는데 너무 명량하고 밝고 재미있더라고요. 다른 드라마의 경우 하나의 이야기가 오래 흘러가는데, 이 작품은 에피소드 형식이잖아요. 길게 집중하지 않고 가볍게, 볼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대본을 보면서도 기분이 좋아서 출연하고 싶어졌죠."
강기영이 맡은 정명석은 극중 대형 법무법인 한바다의 시니어 변호사이자 우영우의 멘토이다. 정명석 역시 장애를 가진 우영우에 대한 편견을 갖지만 이를 금세 깨트리고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선보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강기영 [사진=나무엑터스] 2022.08.18 alice09@newspim.com |
"우영우 변호사에 대한 편견 자체가 금방 깨지는 게 너무 좋았어요. 어쨌든 로펌에서는 성과 자체가 중요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실력이 있는 우영우를 더 빨리 인정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정명석이 더 좋았고요.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 현실에는 정명석이 없는 캐릭터라고 하신 게 기억에 남아요. 저는 연기하면서 현실 어딘가에 명석이같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 희망으로 연기하기도 했어요."
한바다 로펌에서 우영우를 지지해주는 사람은 정명석과 그의 친구 최수연(허윤경)이다. 정명석이 우영우를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를 끌고, 끌어주는 관계로 분한다. 그러다보니 정명석은 우영우의 '서브 아빠'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서브 아빠'라는 단어 자체를 정말 처음 들어봤어요. 하하. 좋은 의미이고 따뜻한 의미라서 만족스러워요. 현장에서는 진짜 은빈 씨한테 많이 배웠어요. 태도가 훌륭한 배우거든요. 어린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친구더라고요. 저는 나무만 보는데요(웃음). 은빈 씨는 '서브 엄마' 같은 느낌이었죠. 하하."
숱한 작품을 해왔던 강기영이지만 변호사 역할은 처음이다. 초반에 법정 장면이 많았던 만큼 어려운 법률 용어를 계속해서 말해야 하는 연기는 베테랑 배우에게도 꽤나 어려움을 요했다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강기영 [사진=나무엑터스] 2022.08.18 alice09@newspim.com |
"제 연기는 볼 때마다 아쉬운 것 같아요. 초반에는 법정 장면을 찍을 때 제가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법률 용어도 처음 써봤고요. 틈만 나면 재촬영이 되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어요(웃음). 저도 집에서 방송을 봤는데 초반에 스스로 정명석에 녹아들지 못한 게 보이더라고요. 불편해보였고요. 나중에 갈수록 한바다 사람들과 케미가 맞아지고 익숙해지면서 편해졌죠."
'우영우'의 경우 장애를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다수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따스함을 주무기로 내세웠다. 그러다 후반에서 정명석이 위암에 걸린 에피소드가 나오면서 약간의 실망스러움을 더하기도 했다.
"명석이는 살아가는 원동력이 일이었던 것 같아요. 일만 추구하다보니 병을 얻은 거죠. 소중한 걸 놓치고 살았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그런 장치를 넣으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명석이가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커지기도 한 부분이었어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강기영 [사진=나무엑터스] 2022.08.18 alice09@newspim.com |
2009년 연극 '나쁜자석'으로 데뷔한 강기영은 그간 숱한 작품에 출연하며 주‧주연으로 열연을 펼쳤다. 주로 선보였던 연기들은 생활밀착형 연기로 극중에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유쾌함을 요하는 인물이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관심을 많이 받게 됐어요. 배우라는 업을 하는 입장에서 계속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죠.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중점이라고 생각해요. 다채로운 캐릭터를 보여드리는 게 배우 강기영의 목표고요. 처음에 연기를 했을 땐 단순히 유명해지고 싶었는데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걸 깨달았어요. 허황된 자신감이 저를 지금까지 오게 한 원동력인 것 같기도 해요. 깨져도 보고 실패하면서 지금의 강기영이 탄생한 거죠. 재미난 역할을 했을 땐 인물의 서사가 많이 드러나지 않고 재미있는 기능적인 역할을 해서 스스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우영우'를 통해 어느 정도 갈증이 해소되긴 했지만요. 앞으로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얼마나 잘 이끌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하하."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