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의견듣고, 저예산 작품에도 정부 관심 갖길"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기간 대학로의 한 공연장을 찾으며 연극 '2호선 세입자'가 화제를 모았다. 문화 융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던 故 김대중 대통령 이후 문재인,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들이 사랑했던 콘텐츠에도 관심이 쏠린다.
◆ '칸 영예' 영화인들 만난데 이어 대학로 탐방…尹 행보 의미는?
윤 대통령은 여름 휴가 기간이었던 지난 3일 대학로를 찾아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바탕골소극장에서 지난 1월 14일부터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작품으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지하철 2호선과 2호선에 사는 가상의 노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각 역에 대응되는 역할의 인물들이 나온다. 성내, 홍대, 역삼, 구의, 방배, 신림 등 주요 역과 대응되는 인물들의 사연을 펼쳐낸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갖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2.07.22 photo@newspim.com |
윤 대통령이 휴가 기간 동안 서울에 머물기로 결정하고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배경에도 많은 궁금증이 쏠렸다. 작품이 공연되는 바탕골소극장은 대학로가 위치한 혜화역의 바로 근처에 있는 곳인데다 오픈런 공연으로 누구나 찾아 관람할 수 있는 접근성이 좋은 작품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큼 쉽고 대중적인 이야기를 담았으나 극중 역할들에 대한 감성팔이가 심하다는 평도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김건희 여사와 '2호선 세입자' 관람 후 인근 식당에서 배우들과 식사를 하면서 요즘 연극계의 어려운 사정에 대해 듣고 배우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시도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직접 들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다만 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연극협회가 추진 중인 서계동 국립극장 부지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 계획에 반대하는 연극인들이 연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규탄 성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연극계에선 다양한 현업 종사자들의 의견과 고충이 수렴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했다. [사진=대통령실] 2022.08.03 dedanhi@newspim.com |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감독상 수상기념 영화 관계자 초청 리셉션 및 만찬에서 배우 송강호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2.06.13 photo@newspim.com |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칸 영화제 수상자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열고 우리 문화예술계의 발전과 성과를 격려하기도 했다. 당시 '기생충'과 '브로커'의 주역인 배우 송강호,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박해일, 헌트'의 정우성 등이 참석했다.
만찬에 앞서 그는 김건희 여사와 함께 시내 한 영화관을 찾아 '브로커'를 관람한 바도 있다. 특히 만찬에 초대받은 칸 진출작 연출 및 출연 관련자들은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예술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의 기조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라며 "지원도 실제 어떤 것이 필요한지 현장에서 뛰시는 분들의 말씀을 잘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 박 전 대통령이 사랑한 '빌리 엘리어트'…'1987' 응원갔던 文
임기 말 블랙리스트 사태로 얼룩졌지만 현재 사면돼 자유인 신분인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재임 시절 문화융성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이전, 2012년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 'SBS시사토론'에 출연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꼽은 바 있다. 이 영화는 2008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로도 제작돼 전 세계적인 히트작이자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2022.05.10 photo@newspim.com |
'빌리 엘리어트'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작품으로 지난 2001년 2월 첫 개봉했으며 출연 배우 제이미 벨이 우리에겐 친숙한 얼굴이다. 영국 북부 탄광촌에 사는 11살 소년 빌리의 발레를 향한 꿈과 그 여정을 그렸다. 복싱을 배우러 온 복지센터에서 발레 수업 장면을 본 그는 뒤에서 동작을 따라하고 그의 재능을 발견한 발레 선생님 윌킨슨 부인은 로얄발레학교의 오디션을 권유한다. 마가렛 대처 수상의 탄광 국유화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파업 광부들의 틈바구니 속 꿈을 키워나가는 광부의 아들, 빌리의 이야기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2013년에도 런던 현지에서 열린 한국영화제 시사회에 참석해 '빌리 엘리어트'를 언급한 바 있다. 이밖에 K팝에도 관심이 많아 샤이니 등 K팝 뮤지션들의 공연장을 다수 방문한 일화들도 여럿 알려져있다.
[양산=뉴스핌] 황준선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경상남도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 인근 마을회관에 도착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2.05.10 hwang@newspim.com |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다양한 국내외 문화행사에서 K팝 아티스트들은 물론 예술 종사자들과 함께한 이력이 화려하다. 특히 대통령 임기 초인 2018년 1월 영화 '1987'을 관람한 일화가 자주 회자된다. 당시 개봉 2주 만에 상영 후 무대인사에 처음 오른 배우 강동원이 문 전 대통령 옆에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화제가 됐다. 이밖에도 그는 1967년 개봉한 '월하의 공동묘지'와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등을 좋아하는 영화 작품으로 꼽은 바 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들의 관심사가 국정 기조에 반영되는 만큼, 문화예술계에선 이같은 '문화융성' 행보를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나 최근 전 세계적인 K-컬처에 관심이 쏠리는 시기, 코로나로 침체됐던 대중문화 업계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빈틈없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한 곳으로 쏠리기보다 다양한 문화예술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저예산 공연, 영화나 작품에도 정부의 관심이 닿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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