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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 생활, 산티아고 순례길 그리고 시작한 그림... 이이수 '편집없는 대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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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까지 갤러리 마리
우리의 뒷모습을 바라봐 줄 수 있는 '진정한 너'의 존재가 있는가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이이수 작가의 '편집없는 대화'展이 8월9일부터 9월30일까지 갤러리 마리에서 열린다.

이이수 작가는 19살에 수도원에 입회한 뒤 6년간 수녀 생활을 했으나 깨달음의 한계에 부딪혔다. 수도원을 나와 닥치는 대로 생활전선에서 일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쪽방촌 봉사까지 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봤지만 채워지지 않는 공허를 극복할 수 없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1000km를 침묵 속에 온전히 걷고 나서야 깨달음의 실마리를 얻어, 가방 하나 들고 이탈리아로 향했다. 이후 로마 국립 미술원에서 회화공부를 마치고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아니, 새로운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이수는 이번 '편집없는 대화'展에서 인간의 만남과 관계의 의미를 탐구한다. 작가는 인간의 만남과 관계 속에서 우리에게 '편집없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을 묻고 있다. 우리의 뒷모습을 바라봐 줄 수 있는 '진정한 너'의 존재가 있는지, 그 기억을 떠 올려보라고 얘기한다. 그림 속에서 각자가 간직한 뒷모습의 이야기를 경험하고 찾기를 바라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웅기는 이이수의 그림에 대해 다음처럼 말한다.

"이이수는 물질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게 얇게 칠한 바탕 위에 단순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뒷모습을 그려놓고, 그려진 인물들의 관계를 내용이나 분위기를 암시하는 반려견을 관계의 상징적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2021년 전시, <개, 댕댕이, 그리다>에서 그린 다양한 개의 초상에서 드러난 따뜻함이나 애틋함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 그린 사람들의 뒷모습은 더 없이 외롭고 고독하다. 

따로 떼어놓고 한 사람만의 뒷모습도 외롭게 보이지만, 두 사람의 뒷모습은 더더욱 외롭고 쓸쓸하게 보인다. 어깨나 허리에 두른 손조차 오히려 형식적으로 보일 정도다. 함께 있어서 더 외로워지는 관계의 쓸쓸함과 냉냉함이 그림에 스며있다. 애완견과 사람들의 뒷모습에 대한 분위기나 느낌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아티스트의 대상에 대한 태도와 접근 방식의 차이에서 때문이다."

<이이수 작가노트>

5년간 이어왔던 색 추상 작업을 멈추고 한국에 돌아와 처음 시작한 작업이 '강아지'였다. '강아지'는 나에게 특별한 존재다. 가장 힘들었을 때 만난 인연,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만난 세 마리의 강아지들. 그 모습이 고맙고 반가워 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 1월 가장 약하고 애틋했던 '또복'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시작했던 작업. '또복이' 작업은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또복이 G, 145.5*112.1, Acrylic on canvas(2022) 2022.08.05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그해 여름 철봉이네, Acrylic on canvas, x45.5cm(2022) 2022.08.05 digibobos@newspim.com

그 상실을 그림으로 풀어내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만남들이 있었다. 만남은 기적이다. 나의 공로나 업적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철저하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이제 나는 사람을 그리고 만남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작업에 '강아지'가 여전히 함께 한다. 작업 안에 등장하는 '강아지'는 때론 작가 자신을 투영시키는 존재로서 나타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도란도란, 145.5*112.1, Acrylic on canvas(2022) 2022.08.05 digibobos@newspim.com

이번 전시는 인물과 관계성에 대한 표현을 대중에게 정식으로 선 보이는 자리이다. 나의 작업은 상상이나 다른 이의 경험이 아닌 작가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한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경험과 시간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색과 구성을 통해 완성된 그림은 보는 이에게 각자의 경험과 기억, 거기서 비롯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의미가 있다. 이렇게 그림이 새로운 생명력과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 내 작업의 이유가 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우리들의 대화, 162.2*112.1, Acrylic on canvas(2022) 2022.08.05 digibobos@newspim.com

'뒷모습'은 인간이 스스로 볼 수 없는 유일한 모습이다. 편집할 수 없는 진솔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속해 있었던 상황, 관계 그리고 내가 경험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느꼈던 감정을 간직하고 고스란히 느끼면서 작업에 임했다. 

편집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만남. 그것은 가장 본질적이면서 또한 가장 인간적인 행위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머물러도 괜찮은 만남은 인간에게 깊은 안정감과 위로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만남에는 뒷모습이 존재한다. 꾸미거나 감출 수 없는 뒷모습이다.

편집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기억, 있는 그대로 존재해도 괜찮은 관계들. 그 시간 속의 감정과 기억을 갖고 작업을 이어갈 때 보는 이들에게 그림에 더 깊게 다가 설 수 있음을 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질 뒷모습은 보는 이들의 경험으로 다시 느끼면서 더 많은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고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림을 보는 이들이 각자가 간직한 뒷모습의 이야기를 경험하고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편집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각자의 '너'를 떠올리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편집없는 대화, Mixed media on canvas, 33.4x24.2cm(2022) 2022.08.05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기억속의 풍경, Mixed media on canvas, 53x45.5cm(2022) 2022.08.05 digibobos@newspim.com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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