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 지난 5월 말 기준 운용수익률 -4.73%
국내외 증시 변동성 확대·인플레이션 영향 등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까지 누적 손실 금액은 총 44조 3000억원으로 2013년 이후 대규모 손실금액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P) 인상) 결정하면서 2020년 2월 이후 2년 5개월만에 한·미 기준금리 역전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하면서 수익률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8.03 ymh7536@newspim.com |
◆ 글로벌 시황 악화로 마이너스 수익률 기록
3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 기준 누적 투자 수익률은 -4.73%다. 한 달 전보다 0.94%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2020년 3월 누적 수익률인 -6.08% 이후 가장 저조하다. 5월까지 손실 규모는 44조원이 넘어 지난해 지급한 연금 급여 총액(29조1000억원)을 벌써 넘어섰다.
5월 말 기준 국민연금 전체 평가액은 912조 3550억원이다. 자산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해외주식이 -8.61% 수익률을 기록했고 국내주식(-7.68%), 국내채권(-4.19%), 해외채권(-2.50%) 등이 모두 저조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다만 대체투자와 단기자금 운용 수익률은 각각 4.44%‧0.94%의 수익을 거뒀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긴축 가속화 우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지정학적 이슈로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확대돼 수익률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증시 악화로 인해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해외 주식 투자 수익률은 무려 29.5%에 달했다.
하지만 올 들어 급격한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등 유동성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이어나가자 국내외 증시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 대형종목 두 자릿수 하락세…"하반기 시장 분위기 반전 어려워"
실제 최근 코스피 지수는 연초대비 9.8%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 벤치마크인 MSCI 세계지수(ACWI)도 12.1% 떨어졌다. 주가 하락 시 안전판 역할을 하던 채권도 올해는 주식 못지않게 부진하다. 전방위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22.9bp, 국고채 10년물은 107.6bp 상승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역시 133.4bp 올랐다. 대체투자만 유일하게 수익을 내며 전체 수익률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대체투자 수익은 대부분 이자·배당 수익과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 환산 이익이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도 S&P500지수가 19.9% 하락했다.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대형 우량주들의 주가도 대부분 하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각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 들어 25.8% 하락했다. 보유금액 2위와 3위인 SK하이닉스(-28.8%), 네이버(-38.3%)는 삼성전자보다 주가 하락폭이 더 컸다.
국민연금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대형 기술주도 글로벌 증시 약세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우선 미국 주식 중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애플 주가가 17.6% 떨어졌다. 그다음으로 많이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24.2%), 아마존(-34.5%), 구글(알파벳·-21.3%), 메타(페이스북·-51.5%) 등의 주가도 모두 20% 이상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수익률 악화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 관계자는 "연중에는 대부분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하반기 시장 분위기가 반전하지 않는다면 모두 올해 부진한 수익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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