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속 투자는 기업 총수 결단이 중요
여론은 이재용 등 글로벌 총수 사면복권 '찬성'
경제 회복·부산엑스포 유치 위한 민간외교 복원 시급
[서울= 뉴스핌] 이강혁 산업부장·부국장 = "경쟁사 동향도 그렇고, 지금은 포트폴리오를 손보면서 조금씩 줄이는게 좋겠습니다. 추세를 살피는 것이 중요한데 현금 보유를 좀 더 늘려…"
"글쎄요. 5년 후에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살지 생각한다면 더 많이 해야지요. 지금 축소, 긴축 이런 이야기는 맞지 않겠네요."
이달 초 모 그룹사의 사장단 회의에서 A 총수와 계열사의 B CEO가 주고 받은 발언 중 일부라고 한다.
A 총수는 계열사 사장의 업무보고 중 급하게 보고를 멈추게 하고는 5년, 10년 뒤 결실을 맺으려면 지금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단다.
회의에 배석했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총수는 국내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축소를 이야기하면 5년 뒤에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강혁 부국장. |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여기에 공급망 불안과 수요 부진 등 한국 경제의 경기침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반이 저성장 리스크에 빠지며 빅테크 기업조차도 긴축, 축소를 외치고 사업과 인력의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선 상황이다.
대화 속 기업 총수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당장 위기의 파고를 넘는 것이 시급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5년 뒤 미래 먹을거리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위기 속 기회 찾기다.
투자라는 카테고리만 놓고 봤을 때라고 하지만 경쟁사가 속속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투자 축소, 비용 축소를 만지작 거리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총수와 CEO의 입장 차에도 눈길이 간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CEO, 자신의 임기 내 성과를 신경써야 하는 CEO의 고민은 명확해 보인다. 또 그룹의 영속성 측면에서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총수의 강조점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5년 뒤 기업의 경영환경이 좋을지 나쁠지 가름하는 밑거름은 바로 오늘의 투자에 달렸다. 결단은 역시 총수가 아니면 쉽지 않다.
경영 불확실성 앞에서 돈을 풀지말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CEO의 말에 당장의 위기 파고를 넘는 전략 선회보다는 투자를 외치는 총수의 결단이 결국 위기 극복과 선순환 구조의 연결이다. 침체 위기의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 이런 상충되는 과제를 풀어가는 것은 총수나 CEO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시기다.
최근 한 상가(喪家)에서 만난 재계 원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란 갑작스러운 질문에 차분히 말했다. '총수의 결단과 성장 동력 확보'. 그의 대답은 위기의 돌파구는 성장을 위한 동력을 찾는 것이고, 그러려면 선제적인 투자를 망설여서는 안되며 총수의 결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윤석열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기업들이 반도체에 340조원을 투자하도록 기술·개발(R&D) 및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경기 평택과 용인 반도체단지의 인프라 구축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고 산업단지 조성 인허가도 신속히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10년간 반도체 인력을 15만명 이상 양성하기로 했다.
반도체 초강국 달성이 곧 위기의 한국 경제를 벗어날 묘책이고 새로운 기회를 맞을 청사진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만 이런 정부의 계획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기업의 적극적인 움직임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복권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재용 부회장 복권에 여론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맥락이 같다.
최근 수차례 진행된 각 미디어의 여론조사에서 국민들 대다수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복권을 찬성했다. 미디어마다 차이는 있으나 많게는 국민 10명 중 8명, 적게는 국민 10명 중 7명 수준이 찬성에 표를 던졌다.
가장 최근만 하더라도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한(7월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5명을 대상) 이재용 부회장 사면 찬반 여부 조사 결과에서 국민 10명 중 7명 정도(찬성의견 68%)는 그의 사면 복권을 원했다. 반대의견은 28.4%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의 경기 부양,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에 대한 지원 의지는 크다. 경제 주체인 기업의 경영 환경을 좋게 만들어야 경제의 선순환 구조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강력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역할은 필요하다.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의 사면 복권은 경제 활력 제고와 민간 외교 활성화를 통한 부산엑스포 유치전의 시작이다.
죄 값을 다 받았다고 판단한다면 총수의 사면 복권에서 나아가 그들이 투자 시계를 활발히 돌릴 수 있도록 과감하게 규제의 문턱을 낮추고 위기 속에서도 기업들이 돈을 풀고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밀어주자. 투자의 결실은 3년 뒤, 5년 뒤, 10년 뒤 우리에게 달콤하게 다가올 것이다.
ikh665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