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21일 기자 간담회 통해 강조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산업계 일각에서 P2E(Play to Earn)를 정부가 규제하고 있다고 하는데 잘못된 프레임이다. P2E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을 팔기 위한 고리가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의 운영주체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이 의문시되는 부분에 대해 분명히 짚어줄 필요가 있다."
"중국 판호 문제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 뿐만이 아니라 외교관광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결할 수 있다. 산업계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생각해야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이 21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게임 업계를 상대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21일 열린 한국게임학회 온라인 기자 간담회 현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블록체인 P2E 게임은 사행성 문제가 큰 만큼 정부가 지속적으로 규제해야하고, 국내 게임 업계를 고사시킬 수 있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은 보류해야한다는 게 위정현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주로 산업계에서 P2E 게임이 산업의 미래라고 자주 이야기하지만, 최근 코인 시장이 폭락하면서 P2E 게임 버블이 꺼지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P2E 게임이 각광을 받고 있다거나 게임 시장의 미래는 P2E라는 것은 모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또 "산업계 일각에서 P2E를 정부가 규제하고 있다고 하는데 잘못된 프레임이다. 베트남 정부도 사행성이 높은 소셜 카지노 문제로 인해 P2E 게임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며 "최근의 P2E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을 팔기 위한 고리가 되고 있다. P2E 게임의 본질은 확률형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루나·테라 폭락사태로 인해 암호화폐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문체부 장관은 운영주체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시되는 문제들을 분명히 짚었어야 됐다"며 "유저들을 착취하는 확률형 아이템을 팔아먹는 도구로서의 P2E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 아이템의 일종으로, 게임 회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게임 이용자가 투입한 가치보다 더 높거나 낮은 가치의 게임 아이템이 나올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원하는 게임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구매하기 쉽고,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해서는 "게임이용 장애 실태조사 기획 또는 진단군 현황과 특성 등의 실태조사 연구가 있는데 상당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며 "비교적 공정한 시각을 갖고 있는 연구논문(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임상의학 코호트 연구)을 보면 게임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향후 국내 게임 산업이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합리적으로 (정부가) 판단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일부 의사들이 2025년 게임 질병코드를 도입하기 위해 밀어붙이고 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내세워야한다"며 "과거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상관없이 우리 만의 판단 기준으로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결정해야한다고 반대 의사를 내비쳤던 것처럼 현 문화체육관광부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요청할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위 교수는 정부가 예산을 낭비하는 메타버스 육성 정책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에 돌입하고, 중국 판호(게임허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무역기구 제소에 나서는 등 게임 산업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열린 게입 업계와의 간담회 현장. |
그는 "정부가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 있지만, 상용화도 되지 않는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버리는 게 사업의 실상"이라며 "특히 지자체 중에는 메타버스를 이용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곳이 많은데 (관련 사업이) 메타버스 붐이 꺼지면 함께 소멸할 수밖에 없어 정부가 시급하게 메타버스 산업 정책을 전환시켜야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정부가 가상현실·증강현실 관련 사업처럼 메타버스 사업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실생활에 필요한 메타버스를 만들어야한다"며 "예를 들어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교육과정에서 메타버스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판호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 문재인 정부 후반기가 중국 판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었지만, 서머너즈 워가 출시된 이후 정부와 업계가 손을 놓으면서 가장 중요한 타이밍을 놓쳐버렸다"며 "문제는 우리가 지난 6년 간 (중국 게임 시장에 진출하지 못해) 중국 게임 시장의 변화를 모르게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중국의 리니지라 불리는 미르의전설 IP를 활용하는 건 이제 한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판호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 뿐만이 아니라 외교관광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결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이 적고 게임 관련 전문가들이 중요한 위치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며 "산업계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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