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방 위험 크나 물가상승세 억제할 때"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빅스텝 결정"
"연말 기준금리 2.75~3.00% 전망은 합리적"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파이터로 나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겠다고 나섰다. 경기 하방 위험이 있지만 지금은 물가를 먼저 잡아야 할 때라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것이다. 이 총재는 물가 흐름이 예상과 부합하면 향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창용 총재는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며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하방위험이 큰 게 사실이나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지금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도록 50bp(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를 기록하며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향후 1년 후 소비자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4%에 육박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2022.07.13 ace@newspim.com |
이에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0%p 올렸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빅스텝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 대출금리는 연 0.25%로 유지키로 했다.
이 총재는 당분간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 물가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인 4.5%를 웃돌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유가 등 공급 측 변수를 뺀 수요를 반영한 근원인플레이션 또한 4% 이상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향후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전망에서 벗어나지 않을 경우 빅스텝보다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고 봤다. 고(高)물가 상황이 이어져도 예측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기준금리는 통상적인 수준인 0.25%포인트씩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성장과 물가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0.5%포인트 올린 만큼 향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2.75%~3%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 "물가 상승세가 높아서 지금 기대로는 합리적"이라면서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2.75% 아래가 될지, 3%가 될지는 주요 선진국 금리와 유가, 경기 등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결정 주요 변수 중 하나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국제경제 상황과 함께 코로나19 재확산을 꼽았다. 현재 국내경제는 수출 둔화에도 민간소비가 떠받치는 흐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거리두기 강화, 소비 위축 등의 경우 국내 경기는 둔화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앞으로 방역정책에 따라 소비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소비 경로는 코로나19가 번지지 않아 거리두기가 강화되지 않음을 전제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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