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상탐색 및 구조법' 전문 단독 입수
"조난자 발견 즉시 구조, 의료 제공해야"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자체 법률로 북측 수역에서 조난당한 사람에 대한 구조 의무를 규정해 놓고도 정작 우리나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사건에서는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뉴스핌이 단독 입수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상 탐색 및 구조법'은 제 47조에서 "항해 중 조난된 사람이나 배를 발견한 선장은 즉시 구조대책을 취하고 가능한 수단을 통하여 해상탐색 구조기관에 신속히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뉴스핌이 단독 입수한 북한의 '해상탐색 및 구조법' . 제47조는 조난된 사람이나 선박을 즉각 구조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2022.07.07 yjlee@newspim.com |
이 법률은 또 51조에서 "구조된 배,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안전항해 감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면서 "구조한 사람에게는 의료기관의 현장 또는 먼 거리(원격) 의료봉사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법률 11조는 북한 주민이나 선박뿐 아니라 "다른 나라 배와 외국인에게 적용한다"고 밝혀 북한 수역에 표류해 구조가 절실했던 상황인 이대준 씨의 경우도 '해상구조'의 대상이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의 '해상탐색 구조법'은 5장 59조에 걸쳐 해상탐색과 구조와 관련한 세부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제58조에서는 해상탐색 구조를 무책임하게 하였을 경우 해당 기관의 간부나 개별 공민에게 행정 처벌을 준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적 책임도 지우게 돼 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해양경찰이 "월북 근거가 없다"고 발표한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06.17 kimkim@newspim.com |
이 법이 "해상 탐색·구조 조종기관은 실시간적으로 기록된 배 보고자료와 음성통신 자료를 정해진 시간까지 보관하여야하며 그 자료를 삭제 또는 변경, 보여주거나 넘겨주지 말아야 한다"(제29조)고 밝히고 있는 대목은 주목된다.
북측 수역에서 표류하던 이씨를 처음 발견한 북한 수산사업소 소속 선박은 물론 이씨를 피격 사망토록 만든 북한군 경비정이 보고한 자료는 물론 음성통신 기록이 남아있을 것이란 점에서다. 북한은 해상 탐색·구조를 담당한 기관이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이 법을 2019년 11월 2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159호로 채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람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데 이바지 하겠다"(제1조)며 법을 제정해 놓고도 불과 10개월 뒤 이 씨를 해상에 장시간 방치하다 총격을 가해 살해하는 충격적인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안병민 북한경제포럼 회장은 "북한도 선박 노후화로 인한 잦은 침몰·좌초와 표류 등으로 해상 탐색과 구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다만 법 제정과 이를 실제 적용하는 현실은 상당한 괴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하태경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 및 위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나와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2.06.28 yooksa@newspim.com |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인 이 씨는 2020년 9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타고 있다 실종됐고,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북측 수역에 들어가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정황이 우리 정보 당국의 감청에 의해 파악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월북'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조사를 진행해 발표했으나, 유족측이 크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해경이 '월북으로 단정한 건 잘못'이라며 사과하는 등 상황 변화로 인해 재조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6일에는 국가정보원이 박지원 전 원장을 직권남용 등 국정원법 위반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피살 사건 당시 첩보보고서를 무단 삭제토록 지시하는 등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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