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개발 빌미로 50억대 대여 사기…집사변호사 고용 혐의도
대법 "접견변호사 통한 지시, 교도관 직무집행 방해라 볼 수 없어"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김대중 정부 시절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최규선 게이트' 사건의 장본인인 최규선 전 유아이에너지 대표가 50억원대 유전 사기와 옥중 경영 혐의로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30일 오전 11시15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전 대표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파기·환송 판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은 최 전 대표의 위계공무집행방해죄 부분에 대해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이 교도관에게 변호인 접견을 신청하는 경우 미결수용자의 형사 사건에 관해 변호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변호 활동을 하는지, 실제 변호를 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 접견에서 미결수용자와 어떤 내용의 서류를 주고받는지는 교도관의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결수용자가 변호인과 접견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여부도 교도관의 감시, 감독의 대상이 아니다"며 "접견변호사들이 피고인의 개인적인 연락업무 등을 수행한 것이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직무집행이 방해됐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접견변호사들에게 지시한 접견이 변호활동이라는 외관만 갖출 뿐 실질적으로는 다른 주된 목적이나 의도를 위한 행위로서 접견교통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한 경우에 해당할 수는 있겠지만 그 행위가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교도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이 방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미결수용자가 이른바 '집사변호사'를 고용해 형사 변호 활동과 무관한 개인 업무 등을 처리하도록 한 행위가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다.
다만 대법은 최 전 대표의 주요 공소사실인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선 파기·환송 사유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최 전 대표가 파기환송심에서 크게 감형될 가능성은 높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 따르면 최 전 대표는 지난 2008년 일본 기업 A사에 100억원을 대여해주면 이라크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사업에 동참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여 같은 해부터 2012년 5월까지 미화 225만 달러와 엔화 3억5982만엔, 한화로 약 55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또 사채업자에게 보유 주식을 담보 제공하고 매도하는 등 주식 보유 변동사항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보고하지 않은 혐의와 도담시스템스, 썬코어 등 자신이 실질적인 대표자로 일했던 회사 근로자들에게 28억여원의 임금을 미지급한 혐의도 있다.
이밖에도 2016년 유아이에너지 430억원 횡령 사건과 관련해 구속됐을 당시 일반 접견에 따른 접견 횟수와 시간 등 제한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집사 변호사'를 6명 고용하기도 했다. 최 전 대표는 변호사 접견을 가장해 총 47회에 걸쳐 개인적인 업무와 심부름을 하게 하고 회사 업무보고를 하는 등 옥중 경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에서는 A사에 대한 사기 혐의와 나머지 혐의가 각각 나뉘어 심리됐다. 사기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해 징역 5년을,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사건이 병합 심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근로자들에게 임금·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최 전 대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보좌역 출신으로, 임기 말인 2002년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당시 최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업체 등으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기고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한 혐의로 2003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수백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재판 중에 추가로 사기 범행 및 도주를 한 혐의로 2019년 징역 9년이 확정됐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