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조선 초기 산수화 면모를 보여주는 '독서당계회도'가 일본을 거쳐 미국 경매를 통해 490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2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독서당계회도' 언론공개회에서 "국외로 반출된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환수하고 있다. '독서당계회도'는 풍경과 함께 실경산수로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이다. 앞으로 우리 문화재가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된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 그림 상단에는 서울 성동구 응봉 일대 한강(동호)에서 선비들이 뱃놀이를 즐기는 풍경이 묘사돼있고, 하단에는 참석자 12인의 호와 이름, 본관, 생년, 과거 급제 연도 등이 기록됐다. 2022.06.22 kimkim@newspim.com

지난 3월 미국 경매를 통해 매입한 '독서당계회도'는 중종(재위 1506-1544) 연간에 사가독서한 관료들의 모임을 기념해 제작한 그림이다. 이는 현전하는 16세기 독서당회계도 3점 중 하나이자, 실경산수로 그려진 계회도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이다.

◆ 490년 만에 귀환…"역사적 자료로 가치 높아"

이날 강혜승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부장은 '독서당계회도' 매입 과정에 대해 "국내 학계에서 작품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그 행방을 정확히 몰랐는데, 뉴욕 경매에 나온다는 사실을 재단에서 파악한 후 경매에 입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부장은 "이번 작품은 일본 개인이 소장하고 있었으며 경매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매입에 성공함으로써 우리 문화재가 돌아올 수 있어서 기쁘다"라며 "'독서당계회도'는 3월 22일 낙찰에 성공, 지난달 3일 국내로 반입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실제 참석자들의 이름과 계회 당시 관직명 등을 통해 제작연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조선 초기 산수화의 면모를 보여주는 수작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그림 상단에는 '독서당계회도'라는 제목이 전서체로 쓰여 있고 중단의 화면에는 가운데 우뚝 솟은 응봉(매봉산)을 중심으로 한강변의 두모포(지금의 성수동 옥수동) 일대가 묘사돼 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 언론 공개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독서당계회도'는 약 500년 전 서울 성동구 응봉 일대 한강(동호)에서 선비들이 뱃놀이를 즐기는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내달 7일부터 9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2022.06.22 kimkim@newspim.com

강변에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안개에 가려 지붕만 보이는 독서당을 확인할 수 있고, 계회는 독서당이 바라보이는 한강에서 관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흥겨운 뱃놀이를 하는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박은순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독서당'은 중종 시기 한강 연안 두모포에 신축돼 사가독서에 사용된 장소"라며 "지금껏 '독서당'의 위치에 대한 많은 설이 있었던 가운데, 이 작품을 통해 그 공간과 주변 환경을 확인할 수 있어 회화적으로나 기록물로나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술적으로도 작품 수준이 상당히 높다. 봉우리를 보면 청색 안료가 칠해져 있는데 이는 굉장히 드문 경우로, 표현력과 특징성 모두 높게 평가 받고 있어 여러 가지 면에서 독서당계회도의 기준이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림 하단에는 참석자 12인의 호와 이름, 본관, 생년, 사가독서한 시기, 과거 급제 연도, 계회 당시의 품계와 관직 등이 기재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참석자들은 1516년부터 1530년 사이에 사가독서한 20~30대의 젊은 관료들이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독서당계회도'는 약 500년 전 서울 성동구 응봉 일대 한강(동호)에서 선비들이 뱃놀이를 즐기는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내달 7일부터 9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2022.06.22 kimkim@newspim.com

이에 박 교수는 "실제 계회 장면은 다양한 장면으로 묘사되고 있다. 화가는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관료들이 공부를 하는 시간에 계회를 하고 있다는 것은 공적인 연회라는 뜻이다. 추정컨대 화원이 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화원이 파견돼 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독서당계회도 3점 모두 국내로…"국가 보물 지정은 섣불러"

이번에 돌아온 독서당계획도는 이미 국내 학계에서 알려져 있던 유물로 국외 반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초 소장자이자 교토 국립박물관 간다 기이치 관장의 사망 이후 유족으로부터 입수한 다른 소장자가 가지고 있다 경매에 나오게 됐다.

이와 관련해 박은순 교수는 "이 작품도 일본 개인 소장자가 오래 소장하고 있다가 환수하게 됐는데, 일본에 조선 작품이 많이 소장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일본으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계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선과 일본의 교류가 활발했을 때 건너갈 수도 있다. 특정 작품의 이동 경로를 단언하기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된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 '독서당계회도'는 약 500년 전 서울 성동구 응봉 일대 한강(동호)에서 선비들이 뱃놀이를 즐기는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내달 7일부터 9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2022.06.22 kimkim@newspim.com

현재까지 독서당계회도는 총 3점이다. 1점은 국립광주박물관에, 나머지 1점은 서울대학교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박 교수는 "현전하는 자료는 현재까지 세 점이며, 이 모두 국내에서 소장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소장 중인 계회도 중 국보 지정 사례는 없으며, 보물로 12건 19점이 지정돼 있다. 그 중 서울대학교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이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돼 있다.

박은순 교수는 환수된 독서당계회도의 보물 지정 부분에 대해 "아직 말씀 드리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국가 보물로 지정하기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작품의 내용이 무엇인지, 복합적인 요건을 가지고 결정을 하게 된다. 여러 전문가들이 토론한 후 검토하는 걸로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490년 만에 환수된 '독서당계회도'는 내달 7일부터 9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도 공개한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