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조용준의 시시콜콜] 부르주아의 '거미'는 왜 알을 품고 있나

기사입력 : 2022년06월16일 12:15

최종수정 : 2022년06월17일 10:21

1982년 71세가 되어서야 국제적 명성 획득
'마망' 1947년 첫 드로잉 후 설치작품되기까지 50년 걸려
뱃속의 대리석 알 26개는 모성애 상징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프랑스 출신의 미국 미술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대표작 '거미' 조각의 1996년 버전이 스위스 아트바젤 VIP 개막일인 13일(현지시각)에 4000만달러(약 517억원)에 팔려 화제다. 개인 컬렉터가 내놓은 것을 역시 또 다른 컬렉터가 사들였다고 한다.

이 작품의 높이는 3.35m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3.35m 크기 '거미'의 경매 기록은 지난 1997년에 주조된 청동 버전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3200만달러에 판매된 것이 기존의 최고가였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도발이다. 도발이 없으면 지루하다. 그렇지만 도발은 저열과 천박의 영역에 속할 때가 많다. 그래서 도발은 늘 실패와 성공의 경계에 놓여 있다. 도발은 아주 낯설지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시선을 추적해야 한다.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는 예술적 도발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도발은 나이 일흔 살이 넘어서야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는 10대에 에콜 드 루브르(École du Louvre)에 입학하여 미술공부를 시작했고,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s)에서 그림을 배웠으며, 레제(Fernand Léger)의 문하생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렇게 일찍 미술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오랜 무명의 세월이 있었다. 1982년 일흔한 살의 나이가 되어서야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었고, 1993년 여든이 넘은 나이에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미국 대표작가로 참여했다.

기존 작은 거미와 달리 8개의 다리를 가진 높이 30피트(9.1m)의 거대한 강철 거미인 '마망(Maman·엄마)'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튜빈 홀(Turbine hall)이었다. 그해 테이트 모던의 전시작이었던 'The Unilever Series'의 하나로 1999년에 제작한 것이었다. 야외 템스 강변으로 옮겨져 있는 이 작품은 해외 전시를 위해 자주 자리를 비운다.

'마망'이 루이즈의 드로잉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47년이었다. 그러니 잉크 드로잉으로 그려진 그녀의 구상이 설치미술의 입체로 실현되기까지는 무려 50여년이 걸린 것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런던 세인트 폴(Saint Paul) 대성당이 보이는 템스 강변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미술관 앞의 마망 [조용준 사진] 2022.06.16 digibobos@newspim.com

마망을 영구 전시하는 곳은 전 세계에 6군데 밖에 없다. 테이트 모던에 이어 가장 먼저 마망을 구입한 곳은 스페인 북부, 프랑스에 가까운 한적한 도시 빌바오(Bilbao)의 구겐하임(Guggenheim) 미술관이었다. 빌바오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쇠락한 탄광도시였다가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으로 인해 기적처럼 부활한, 예술 마케팅의 가장 상징적인 도시다. 그러니 미술관 건립과 함께 마망 구입에도 '배팅과 같은' 과감한 투자를 했으리라 보인다.

빌바오의 구겐하임은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 1929-)의 작품인 티타늄 외벽 '메탈 플라워(metal flower)' 그 자체로도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했는데, 건물 바깥에 너무나도 유명한 대형 설치미술 작품을 3개나 전시하고 있다. 마망은 미술관 뒷편 강가에 놓여 있고, 앞의 입구에는 앤디 워홀 이후 가장 각광받는 팝 아티스트인 제프 쿤스(Jeff Koons, 1955-)의 작품 대형 꽃 강아지(Puppy)가 설치돼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마망. 알 주머니에는 26개이 대리석 알이 들어 있다. [조용준 사진] .2022.06.16 digibobos@newspim.com

나머지 4개 중 2개는 아시아에 있다. 바로 서울과 도쿄다. 삼성의 리움(Leeum)미술관이 마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하다. 그러나 리움 미술관의 전시 방식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마망은 매우 넓은 공간, 그리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있어야 작품이 가진 본래의 미학을 제대로 발현할 수 있다. 그런데 리움의 마망은 삼성미술관 앞의 넓은 뜰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접근성에 제약이 많은 너무 좁은 곳에 갇혀 있어서, 시각적 한계를 노정했다. 

사실 리움에 마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았으리라. 그런데 리움의 마망은  2005부터 2012년 까지 설치됐다가 2012년 10월 애니시 커푸어(Anish Kapoor, 의 <큰 나무와 눈(Tall Tree and Eye)>이라는 작품으로 바뀌었다. 

거미는 무엇인가 먹이가 많이 돌아다니는 번잡한 곳에 거미줄을 친다. 그래야만 먹이를 잡고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니 사람의 왕래가 잦지 않은 곳에 살았던 리움의 거미는 먹고 살기 힘들었을 법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리움의 마망은 현재 호암미술관 인근 수변공간으로 옮겨져 전시되고 있다. 이제 제대로 된 공간을 찾았다는 생각이다. 호암미술관은 현재 휴관 중이라 수변공간 근처 접근은 어렵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호암미술관 수변공간으로 옮겨져 전시 중인 '마망' [사진=호암미술관] 2022.06.17 digibobos@newspim.com

도쿄의 마망은 롯폰기 힐즈에 있는 모리 미술관(森美術館) 입구의 뜨락에 있다. 모리 미술관 것 역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있으니, 이를 보기 위해 가려면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도쿄 롯폰기 모리미술관 앞의 '마망' [조용준 사진] 2022.06.16 digibobos@newspim.com

나머지 두 개는 오타와(Ottawa)에 있는 캐나다 내쇼날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Canada)와 2011년에 개관한 미국 아칸사 주 벤톤빌(Bentonville, Arkansas)의 크리스탈 브리지 박물관(Crystal Bridges Museum of American Art)이 소유하고 있다. 캐나다 내쇼날 갤러리는 마망을 2005년에 320만 달러에 구입했는데, 당시 너무 비싼 가격에 구입했다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마망은 테이트 모던 것만 모두 강철(stainless steel)로 되어 있고, 나머지 것은 청동과 강철으르 함께 사용한 제품이다. 마망은 알 주머니에 모두 26개의 대리석 알을 갖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거미를 형상화한 작품에 프랑스어로 엄마를 뜻하는 '마망'을 제목으로 삼았을까. 예술가는 기본적으로 저마다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이 작품에 대하여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은 나의 어머니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아버지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 어머니에 대한 연대감 등 유년의 기억을 불러와 자기 알을 보호하려는 모성과 경외감, 두려움을 거대한 크기로 표현하였고 상대적으로 가늘고 약한 다리는 상처받기 쉬운 내면을 표현하였다." 

따라서 이 조각상은 무서운 거미를 나타낸 게 아니라 엄마 거미가 뱃속에 있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다리를 넓게 뻗고 있는 모성애의 한 장면을 나타낸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루이즈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애정 없는 사업 파트너(태피스트리 복원 사업)에 불과했다. 루이즈는 어머니의 묵인 속에 자신의 보모이자 영어 가정교사가 어버지와 불륜 상태로 지내는 것을 지켜보며 성장했다. 나이 스물 한 살에 어머니가 사망하자 루이즈는 세느 강의 한 지류에 몸을 던졌으나 아버지가 구해냈다. 

이런 그녀의 성장 과정과 그녀에 대한 다음의 평가를 연결시켜보면 어느 정도 루이즈의 예술관이 이해된다.  
"루이즈는 자신의 무의식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었다. 그건 위대한 아티스트와 미친 사람들만이 가능하다." – 에밋 웰라치(루이즈부르주아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의 공동 연출가)

"파블로 피카소, 데이비드 호크니 등의 다른 많은 위대한 예술가들처럼 루이즈는 90대에도 손을 들어 발표하는어린이와 같은 매력을 유지했다. 한 번은 그녀가 나를 맨해튼 타운하우스의 지하실로 초대했다. 그 어두운 곳에서 그녀는 내 바지 주머니에 작게 깎아 만든 눈알을 집어 넣었다. 나는 기뻤고, 놀랐고, 흥분했다.루이즈의 작품은 의심할 여지 없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자극을 줄 것이다."  -존 켐(뉴욕 켐 앤 리드 갤러리 공동 대표)

앞의 말을 수정하겠다. 예술은 도발과 상처다. 아브락사스(Abraxas)처럼 치열한 상처와 피를 흘린 다음에야 걸작으로 승화될 자격을 지닌다.

digibobo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李대통령, 이시바 총리와 전화통화 [서울=뉴스핌] 이영태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25분간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갖고 성숙한 한일관계 구축에 의견을 같이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9일 오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약 25분간 첫 통화를 가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취임 이후 해외 정상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이시바 총리가 두 번째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갖고 있다. 2025.6.9 [사진=이재명 대통령 X] 먼저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의 대통령 취임 축하에 사의를 표하고,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특히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양국 국민들 간의 활발한 교류 흐름에 주목하면서 당국 간 의사소통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양 정상은 그간 한미일 협력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도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더해 나가자고 했다"고 부연했다. 양 정상은 향후 직접 만나 한일관계 발전 방향을 비롯한 상호관심사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갖고 있다. 2025.6.9 [사진=이재명 대통령 X]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도 이날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첫 전화 통화를 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일본 TBS뉴스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통령과 한일, 한미일 협력을 활성화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했다.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 대응 등에 대해서도 양국 정상 간 의견이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지난 4일 기자들에게 이 대통령 취임과 관련해 "한국 민주주의의 결과이며 한국 국민의 선택에 경의를 표하고 당선과 취임을 축하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정권 출범에 따른 셔틀외교 재개를 묻는 질문엔 "정부가 구성돼 기능할 수 있게 되면 한·일 정상회담을 가능한 조속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점을 언급하며 "이번 60주년을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을 활성화하고 싶다. 이것이 (국교 정상화) 60주년의 큰 의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medialyt@newspim.com 2025-06-09 14:09
사진
구름 많고 낮 더위...서울·경기 오전 소나기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화요일 10일 전국은 대체로 구름이 많거나 흐리다가 낮에는 무더운 날씨가 나타나겠다. 중부지방과 충남은 오전 한때 소나기가 내리겠다. 기상청과 케이웨더에 따르면, 이날 전국은 서해상에 위치한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겠으나 제주도는 남쪽 해상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겠다. 전국이 구름이 많거나 흐리겠다. 서울과 경기, 강원영서, 충남북부에는 오전 한때 소나기가 오겠다. 예상 강수량은 5~15mm다 아침 최저기온은 17~21도, 낮 최고기온은 22~33도가 되겠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봄비가 내린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전국에서 봄비가 내리며 영남은 최대 80㎜, 수도권은 최대 50㎜에 달하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2025.04.22 yooksa@newspim.com 지역별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20도 ▲인천 15도 ▲춘천 18도 ▲강릉 22도 ▲대전 20도 ▲대구 20도 ▲부산 20도 ▲전주 19도 ▲광주 20도 ▲제주 19도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 26도 ▲인천 20도 ▲춘천 26도 ▲강릉 31도 ▲대전 29도 ▲대구 33도 ▲부산 26도 ▲전주 30도 ▲광주 29도 ▲제주 26도다. 미세먼지 농도는 오전에 세종, 대전, 충북에서 '한때 나쁨'을 기록하겠고, 그 밖의 지역은 '보통'을 나타내겠다. 오후에는 전국이 '보통'이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상에서 0.5~1.5m, 서해와 남해상에서 0.5~1.5m로 일겠다. krawjp@newspim.com 2025-06-10 06: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