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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연장불가에 조합집행부 불신임…벼랑 끝 내몰린 둔촌주공 재건축

기사입력 : 2022년06월17일 06:17

최종수정 : 2022년06월17일 06:18

대출만기 한 달…"조합원 1인 당 1억원 상황"
"현 집행부 교체 나서지만..." 눈덩이처럼 커진 조합원 '고통'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공사비 증액 문제 등으로 두 달째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파국 위기에 놓였다.

전날 NH농협은행을 비롯한 대주단으로부터 사업비 대출 연장 불가를 통보 받은데다 공사 중단이 장기화 되자 조합 내부에서 집행부 불신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조합이 반발하면서 조합원간 내홍까지 본격 점화된 상태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주단으로부터 공사비 대출 연장 불가 통보를 받은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에 대해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정상위)는 집행부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친 조합 성향의 '둔촌주공 조합원모임'(조합원모임)이 해임 발의에 참여하는 조합원을 제명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둔촌주공 조합은 내외부에서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조합과 시공사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 해체가 연기됐다.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지난주 서울시가 제시한 중재안을 거부하고 오늘 해체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일단 다음주로 미뤘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의 모습. 2022.06.07 pangbin@newspim.com

◆ '악화일로' 공사중단에 대출 거절로 조합원 피해 가중

건설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대주단은 향후 사업 추진이 불확실하다는 판단에 대출 연장 불가 결정을 내렸다. 대주단은 농협은행을 포함 17개 금융회사로 구성됐다.

대주단 관계자는 "조합이 시공사업단을 상대로 계약무효 소송을 내고 총회 의결취소 결의를 하는 등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향후 사업추진 역시 불확실하다고 보여 대출연장 불가를 결정했다"고 대출 거절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사업비 대출 연장 불가 통보를 받으며 조합원 1명당 약 1억원이 넘는 금액을 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상환을 못하면 최악의 경우 조합은 파산하게 된다. 대출약정서상 시공사 겸 연대보증인인 시공사업단은 대위변제 뒤 공사비와 사업비, 이자를 포함한 2조원이 넘는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사업비 대출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사업비 약 7000억원을 대위변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공사비와 이자를 포함한 비용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고 조합은 사업 소유권을 시공단에 빼앗기게 된다.

다만 대출 만기까지 한 달 이상 남은 만큼 연장 가능성이 아예 차단된 것은 아니다. 현재 서울시는 조합과 시공단에 중재안을 제시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시공단 관계자는 "당초 현장 타워크레인 철수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조합 정상위원회와 협상 중이고 7월쯤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당초 올해 준공(입주) 예정이었으나, 원자재가격 급상승 등의 이유로 전임 조합 집행부가 시공단과 5000억원대 공사비 증액 계약을 체결했고 현 집행부는 이를 무효화하면서 현재 사태에 이르렀다.

◆ "현 집행부 교체 전 공사 재개 나서야"

대주단의 대출 거절과 더불어 내부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공사 중단에 반발하는 조합원들이 집행부 해임 절차를 밟기로 했다. 최근 서울시는 공사 재개를 위해 조합과 시공단 중재에 나섰지만 조합 내부 갈등이 고조되면서 협상 자리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상황이 급변하자 시공사업단도 일단 크레인 해체를 연기하고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는 "공사 재개와 조합 파산 방지를 위해 현 조합 집행부의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며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한 뒤에 곧바로 공사 재개 협의서를 확정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정상화위는 최근 서울시에서 내놓은 중재안이 사실상 결렬된 것에 주목했다. 현재 조합 집행부가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정상화위 관계자는 "서울시의 중재 노력은 존중하나 현재 조합 집행부는 공사 중단 후 50여일간 협의당사자인 시공사업단과는 아무런 대화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현재 조합 집행부로는 공사 재개를 위한 협의·협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조합 내부의 기류가 바뀌면서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도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시공사업단은 "협의를 거쳐 7월 초까지 크레인 해체 논의를 연기하기로 잠정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시공사업단은 조합과의 협상 결렬 이후 공사를 중단하면서 크레인을 해체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현 조합 집행부가 교체 된다고 하더라도 사업비 대출과 조합원 이자 등 굵직한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집행부 교체 이전에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단이 사업비 대출 연장 불가 통보를 하면서 조합원당 약 1억원이 넘는 금액을 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상환을 못하면 최악의 경우 조합은 파산하게 될 수 있는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부 교체 이전에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더욱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서울시와 시공단이 협상할 의사를 밝힌 만큼 현 조합 진행부가 한발 물러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ymh753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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